지난 7월 24일에서 26일까지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에서 열린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은 마치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들이 지금껏 겪어 온 모든 명과 암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일당백을 하고도 남는 한국 관객들이 내뿜는 열기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된 아티스트들의 열정적 무대는 여전했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것이 삐걱댔다.

▲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렸던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

케미컬 브라더스는 레이저 쇼에서 로보트 쇼까지 준비해온 모든 장기를 발산했고 노엘 갤러거는 ‘정신이 나간’ 한국 팬들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동안 각종 SNS는 축제의 즐거움과 흥분만큼 페스티벌 측의 미비한 준비와 부실한 대응을 비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넘쳐 흘렀다.

가장 큰 아쉬움은 안산 밸리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페스티벌임에도 불구하고 첫 회에서 지적 받은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점이다. 페스티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메인 스피커나 무대 좌우로 설치된 멀티비전이 공연 도중 꺼지는 아마추어적인 실수는 물론, 진행요원이나 자원봉사자 등 페스티벌 진행을 위한 인력배치나 화장실, 의무실 등 편의시설 준비에 있어서는 오히려 퇴보한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

10년을 계약했다고 하는 부지의 특성에 따른 준비 미숙도 관객들의 원성을 높인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는 습지대를 지척에 두고 있어 기본적으로 대기가 습하고 모기 등 각종 해충들의 서식지가 되기 좋은 환경이다. 첫 해 당시 상상을 초월했던 모기들의 습격을 기억하는 듯 부지 곳곳에 모기약을 뿌릴 수 있는 대형 부스가 설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 숫자는 관람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페스티벌 규모에 비해 작게 조성된 주차장에 대한 불만도 컸다. 관객이 몰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에는 차를 대기 위해 공연장 주위를 몇 시간씩 돌다 결국 공연관람을 포기했다는 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의외의 사건들도 이어졌다. 페스티벌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관객들을 아연케 한 셔틀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페스티벌 측에서 셔틀버스 출발지로 지정한 오이도역이 이미 합의를 끝낸 안산시가 아닌 시흥시에 위치해 있던 것이 문제였다. 시흥택시조합의 반발로 첫 날 내내 파행 운영되던 셔틀버스는 결국 5천원으로 책정되어 있던 요금을 받지 않겠다며 무료운행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운영진 측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택시 바가지 요금을 택했던 관객들의 불만은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었다.

록 밴드 모터헤드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가드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뮤지션 장기하의 트윗으로 불 붙은 경호업체의 과잉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관객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깃발, 헹가래, 목마, 슬램 등 많은 것을 제한한 페스티벌 측이 오히려 관객의 안전을 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렸던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는 모습

이 모든 사건사고들에 대해, 어쩌면 주최측인 CJ E&M은 조금 억울하다는 입장일지도 모르겠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나 담당업체들의 행사당일 태만 등은 주최측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주 해야 할 것은 문제가 된 대부분의 사태가 미리 예측하고 준비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아니 적어도 발빠른 대처 만으로도 관객들을 충분히 달래줄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페스티벌 업계는 7월에서 8월에 걸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5개의 대형 록 페스티벌이 열리던 대부흥기를 지나 이제 겨우 다시 제 몸집으로 돌아왔다. 줄어든 숫자만큼 다음 도약을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래도 공연은 좋았지’라는 관객들의 자기최면은 해당 페스티벌을 향한 칭찬이 결코 아니다. ‘그 분’들을 모시고 와 주는 것만으로 감격의 떨림을 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일 년 에 단 한번, 우리 앞에 단 3일 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를 고통이 아닌 끝내주는 추억으로 남겨줄 페스티벌은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까.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이 곳이 저주가 아닐까 의심되는 수준의 천재지변과 발이 푹푹 빠지는 개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뜨겁게 여름과 페스티벌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서 하는 고생의 즐거움을 기억하는 이들이 남아 있는 시간, 그리 길지 않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인디에서 아이돌까지 장르를 불문한 취향의 연대를 꿈꾸며 오늘도 불철주야 '좋은 것'을 찾아 헤메고 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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