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사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사 실적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 가입자 호주머니에서 이동통신사로 흘러들어간 돈은 총 12조3484억원(연결기준)이다. 사업자별로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을 보면 SK텔레콤 4조2557억원-4129억원-3979억원, KT 5조4313억원-3688억원-3218억원, LG유플러스 2조6614억원-1924억원-1159억원이다. 순이익 총합은 8356억원이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지난해 2분기 순이익이 336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라 평가할 만하다.

사실 이통사들의 놀라운 실적은 이미 예고됐다. 복기하자면 사업자들은 가입자의 60~70%를 LTE에 태웠고, 유-무선 결합상품 비율을 끌어올렸다. 정부도 보조를 맞췄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법은 시장을 얼렸다. 이통사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가입자를 잡아두는 데 집중했다. 결국 단말기유통법, 결합상품, 데이터요금제 등 사업자들의 전략과 정부의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덕에 이통사들은 역대 최저 수준인 1%대 해지율을 기록했다. 어떻게 이런 마법이 가능했고, 이통사들의 향후 전략은 무엇인지 보자.

▲ (사진=미디어스)

시장부터 보자.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이 시장에서의 영업활동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했다고 자평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이 많아졌다. 고가 요금제보다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었고, 70만원 이상 고가 스마트폰 판매량도 떨어졌다.

방통위는 거리에 있는 대리점, 유통점은 10% 정도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보수적으로 보면 시장은 10%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숫자도 많다. 3위 사업자로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온 LG유플러스의 2분기 판매수수료는 지난해 2분기 5412억원에서 올해 2분기 3144억원으로 41.9%나 줄었다. 마케팅비용도 5497억원에서 4757억원으로 줄었다.

일부 보수경제지들은 여전히 단말기유통법이 ‘반시장적 규제’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이동통신사는 단통법 홍보에 열을 올렸다는 점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은 여전히 뜨겁지만, 이통사들은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실제 모든 사업자들의 마케팅비용은 크게 줄었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지난해 2분기 8250억원을 썼으나 올해 2분기에는 7400억원을 지출했다. KT도 8233억원에서 6742억원으로 줄었다. 줄어든 비용은 고스란히 이익이 됐다.

▲ (사진=현대캐피탈 블로그)

단통법의 가입자 가두기(lock in) 효과는 해지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1%대 해지율을 기록했다. LTE 전환 경쟁이 치열하던 2012~2013년 2%대 후반에서 3%대까지 올라갔던 해지율은 지난해 4분기 1.82%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 1.96%에 이어 2분기 1.73%로 낮아졌다. SK텔레콤의 2분기 해지율은 1.3%밖에 안 된다. KT는 1.8%다.

이통사의 2분기 실적자료의 핵심은 ‘고수익 모델이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SK텔레콤의 가입자 2866만4천명 중 LTE 가입자는 1793만7천명으로 62.6%나 된다. KT 가입자 1847만1천명 중 67.6%인 1198만6천명이 LTE 가입자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가입자 1156만9천명 중 78.6%가 LTE다. 유플러스의 경우, 2012년 1분기 LTE 가입자의 비중은 15.5%에 불과했다. 이런 덕에 유플러스의 무선 가입자당 매출(ARPU)은 2012년 3만2173원에서 올해 3만9782원으로 급등했다.

특히 2분기 이통3사가 출시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고수익 모델의 상징이 됐다. 이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들의 경우, 요금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요금제이지만 2G나 3G 이용자들, LTE 저가 이용자들을 상대적으로 고가 요금제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가 213만명이 된다.

▲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LG유플러스 대리점 (사진=미디어스)

이통사들이 ‘그들만의 리그’에 가입자를 가둘 수 있는 것은 결합상품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업계 1위에 기가인터넷까지 출시하며 영업에 나선 KT의 2분기 초고속인터넷 매출액은 4283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2분기 매출액 4394억원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입자는 803만9천명에서 822만9천명으로 19만이나 늘어났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 KT는 “가입자는 증가했으나 결합혜택이 확대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부가서비스’ 삼아 이동통신 상품을 판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2분기 실적은 통신요금 인하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자들과 정부는 요금-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통신요금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단말기유통법,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결합상품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이번 실적이 의미하는 것은 정반대다. 그런데 정부는 요금인가제 폐지 등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사업자들이 사물인터넷 요금을 자의적으로 책정하고, 유선부문 요금을 인상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애먼 대리점과 노동자에 들어가는 비용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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