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에 따른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실명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입법된 것”이라면서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여야는 “선거운동기기간에만 제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 정문헌 소위원장은 3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과 관련해 “헌재 판결(합헌)과 관련 없이 제도개선 측면으로 봐야 한다”며 “평상시에는 쭉 풀려 있다가 선거운동기간에만 (실명) 제한을 하자는 것이 헌재 결정의 요지이지만 실명제를 위반한 언론사를 일일이 처벌할 수 있느냐의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정문헌 소위원장은 “(국회는 헌재의 위헌결정이 없더라도)필요한 경우 법안을 개선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맥락”이라면서 “본회의 통과까지 큰 무리 없다고 본다”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폐지 의지를 재차 밝혔다.(▷링크)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에 대해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을 결정했다. 이들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실명게시판과 관련해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실명확인조항은 이러한 인터넷언론사를 통한 정보의 특성과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입법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법안은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선거운동기간 중)과 대상(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대해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한철 소장을 비롯한 김창종·안창호·서기석·조용호 재판관(5명)들이 입장을 같이 했다. 반면, 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히 제한한다며 만장일치 ‘위헌’을 결정한 바 있다. 종합해보건대, 헌재는 ‘인터넷실명제’와 관련해 선거운동 기간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 판결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30일 유은혜 대변인을 통해 헌재의 ‘합헌’ 결정에 “표현의 자유가 온라인 공간이라 해서 제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물며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인 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를 차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 또한 같은 날 “헌재의 판단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지난 2012년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으로 폐지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여론의 의견이 있는 만큼 국회차원에서의 논의는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폐지는 이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해당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한편, 31일 참여연대는 <헌재,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합헌 결정 유감> 입장을 통해 “국회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여론수렴, 공론 형성 위해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제82조의6과 관련해 “선거시기 정치적 의사 표현을 행사하는 국민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헌재 판결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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