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삼포 세대, 달관 세대까지… 흔히 ‘청춘’이라 불리는 20대는 대개 기성세대 혹은 기성언론에 의해 정의되어 왔다. ‘어, 나는 안 그런데?’라는 물음이 고개를 들어도 20대 스스로 20대를 규정하려는 시도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위험만 부각돼 소홀히 취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고 싶고 쓰고 싶어 하는 20대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은 뚝딱뚝딱 공간을 만들어 생각을 펼쳐내고 있다.

▲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무대륙 지하 1층에서 <우린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XXXX하자>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사진=고함20)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무대륙 지하 1층에서 <우린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XXXX하자>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경청할 의무가 아닌 고함 칠 권리’를 주장하는 고함20과 ‘20대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를 슬로건으로 삼은 트웬티스 타임라인(20’s Timeline) 소속 기자와 에디터가 모여 왜 ‘우린 끝났’고, 그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20대 독립 언론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성세대들로부터 정의되는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들은 왜 ‘우린 이미 끝났다’고 했을까. 기성세대가 규정한 ‘세대론’에 따르면 ‘끝났다는 것이다. 황소연 고함20 기자는 “‘끝났다’는 표현은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잡기에 늦었다는 의미”라며 “세대론은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데 내용을 보면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하고 순응하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반항만 허용되고..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과 불만 토로는 신문지면과 현실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소연 기자는 “청년들은 다음을 약속하기가 쉽지가 않다. 천천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고 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소서에 쓸 만한, 아주 약간 무모하게 보일만한 창업 도전기나 여행기를 빼면 웬만한 샛길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2030세대들이 더 많이 충돌하고 결합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고, 20대 언론은 ‘참고’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트웬티스 타임라인 에디터는 “드라마 <미생>이 화제가 됐을 때 ‘너희는 모두 완생으로 가는 미생’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청춘을 미완성된, 미숙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들어가 있다. 청년들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지만 과연 기성세대는 청년들에 대한 예의가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우리의 몫이니까 기성세대 시선에서 벗어나서 저희들끼리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청년들끼리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소연 기자는 “미디어가 쏟아내는 청년 세대론에 반박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그때마다 고함 구성원들은 ‘징징대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연령대 낮은 사람들의 말을 ‘징징대는 것’으로만 보는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20대 언론이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자기 검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하는 것과 20대는 우는 소리만 한다는 비판은 아주 다른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청년이 청년에 대해 ‘쓰는’ 수밖에 없다. 당사자성을 강조하면서 빠질 위험은 감내하고라도, (기성세대의 정의를 들을 때) 느끼는 찝찝함의 이유를 이끌어내는 게 20대 언론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라며 “20대들이 ‘말하는 행위’ 자체를 어렵고 불편하고 성가신 일로 여기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발언했다.

20대 독립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

참석자들은 20대가 만드는 20대 언론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해찬 에디터는 “주인이 없는 채로 움직이고 있는 청년 담론에 대해 저희가 다시 되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20대 언론이 필요한 이유”라고 “자본도 인력도 부족하지만, 20대 언론은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20대를 본다면 저희는 오늘 이 라운드테이블처럼 맞대면하기 때문에 방향에서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사진=고함20)

이해찬 에디터는 “저희는 ‘20대는 이래야 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하나의 담론을 전달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20대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슬로건인데 여기서 ‘누군가’는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존중’하는 것을 중시하고, 서로의 말을 직접 들어 20대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언론보다 경쟁력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에디터는 “우리는 마이크 잡을 기회도 없이, 일상의 팍팍함에 매몰돼 침묵하기 일수여서 기성세대가 (청년의 색을) 색칠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각자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말할 장을 만드는 것, 다양한 20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20대 매체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스로’ 한다는 게 포인트”라고 전했다.

최효훈 고함20 기자는 “20대가 20대를 말하는 ‘당사자성’은 그동안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차별성을 갖기도 하지만, 기성언론이 가진 문제점을 100% 해결할 수는 없다. 고함20도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한, 서울경기권에서 자라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20대는 다루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20대 언론도 피해갈 수 없는 한계를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우리의 ‘당사자성’을 가지고 20대를 더 잘 다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다루지 못한 20대를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살아남아라, 20대 언론!

최효훈 기자는 “20대 언론은 20대의 시간과 재능 공유로 이루어진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이어야 하는데 언론사로서 계속 생존하려면 규모가 어느 정도 커져야 한다. 그래야 광고 수입도 받을 수 있고 내가 쓴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널리 전달되겠다는 확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규모가 커진다는 건 훨씬 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 의견 충돌이 많아질 수 있다는 소리도 된다. 그럼 싸우지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누가 봐도 무난한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이 높고, 20대 언론이라는 차별성을 갈수록 잃어갈 위험이 있다. 어떤 보수를 제공하기 위해 규모를 키워야 할 필요는 있지만 차별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에디터는 “다른 사람들보다 글을 잘 쓰는 게 20대 언론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상징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다만 능력도 자본도 없는데 같은 말만 반복하면 매체 생존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나이와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20대는 계속 있을 것이니, 그들을 담아낼 매체는 늘 필요하다. 그래서 20대 언론이 성공한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황소연 기자는 “구성원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글에 대한 대화든 일상이든, 서로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며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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