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인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한참 유행했었다. 힐링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한참을 유행하다 그에 반하는 내용들이 나오면서 이젠 사그라졌다. 오히려 "아프면 환자다"라는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말이 더욱 인기가 있을 정도니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지고, 현실은 더욱 처참한 전쟁이라는 의미일 테다. 그러던 와중에 가슴을 후비고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니 바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다.

벌서 덴마크 전지훈련까지 떠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은 조명 받지 못하던 청춘들에게 다시 한번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다. 오디션처럼 매번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탈락 선수들이 나온다.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최종 청춘FC를 받는 것만이 이들의 목표인데, 그런 각박한 현실의 룰을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청춘FC 헝그리 일레븐'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그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했다. 마치 출연자는 그저 프로그램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 정도로만 여기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은 그 깊숙한 스토리 속으로 훅 끌고 들어간다. 한때 유망주였고 수많은 상을 받았던 촉망받던 선수가 왜 좌절할 수밖에 없었는지, 에이전시 한번 잘못 만나 혹은 내부 정치의 희생이 된, 실력과 전혀 상관없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청춘들을 조명하고 있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를 보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현실은 "아프면 환자니 경쟁에서 낙오하여 병원이나 다녀라"이지만 '청춘FC 헝그리 일레븐'는 "아프니까 (그럼에도) 청춘이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비록 환자일지라도, 혈액암이 걸리건 십자인대가 파열되건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아직 그들은 일어설 수 있는 충분한 땀과 노력과 실력과 무엇보다 열정이 있는 청춘이니 말이다.

아파도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고 부딪힐 수 있는 것, 아파서 도저히 못 할 것 같은 좌절감과 불안감과 낙오감에서 벗어나 아픔에도 몸이 부서지더라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선 보인다. 이는 단지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로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얻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물론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서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안정환의 말처럼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계속할 것이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 주었던 기회 덕분에 말이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은 4% 대의 시청률을 내는 아직 저조한 시청률의 프로그램이다. 냉혹한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은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적어도 두 자리는 나와 주어야 생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 응원을 보내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만이 갖는 명분과 의미 때문이다.

이근호 선수도 출연했고 이운재, 이을룡, 안정환 등 앞으로 계속 축구 스타들이 방문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해외 스타들도 방문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실력 있는 선수들을 모아 정말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을 만들게 된다면 안정환의 말처럼 많은 스카우터들이 주목하게 될 것이고 이들에게는 더욱 기회가 많아지게 될 것이다. 박지성 같은 선수가 ‘런닝맨’에서 의미 없이 뛰어다니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일어나려는 청춘들을 위해 힘을 실어주며 같이 뛰는 것이 나을까.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단순히 축구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닐까.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은 아프면 병원가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넘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다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새로운 의미의 힐링 프로그램들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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