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가 11월24일에 있다고 합니다. 지난 수개월간 국민은 KBS를 지켜보았고 앞으로도 지켜볼 것입니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거짓은 역사가 반드시 단죄할 것입니다. 11월24일 위원장 선거에 있어, 지성과 양심이 살아있는 KBS 노조원(직원)의 현명한 선택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국민은 진실과 양심을 향한 절규를 항상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 12대 KBS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좌측부터 강동구-최재훈, 박종원-박정호, 문철로-한대희, 김영한-김병국) ⓒKBS노조
얼마 전 한 네티즌이 올린 ‘국민과 KBS 노조 및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 중 일부다. 안팎의 높은 관심 속에 KBS는 현재 4개 팀이 출마한 제12대 KBS 노동조합 선거 열기로 뜨겁다. 이제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 등 후보들의 치열한 선거운동은 끝이 났고, 지난 24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투표가 진행중이다.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 탈퇴 및 시민단체들과의 갈등 등으로 마찰을 빚어온 박승규 노조 위원장 등 11대 노조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상당한 상태다. 특히 정연주 사장 해임과 이병순 사장 취임을 겪으면서 사원행동이 결성되고, 기자협회·PD협회 등의 정권과 사측을 비난하는 줄성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승규 노조 위원장 등 11대 노조에 대해 ‘복지대박은 커녕 침묵으로 방관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현 11대 노조 부위원장 출신의 기호 1번 강동구 후보 진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 노조를 맹비난하며 저마다 ‘노조 심판·교체’를 내걸고 있다.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의 경우, 사원행동 출신이 출마한 기호2번과 4번을 의식해서인지 사원행동과 노조에 모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KBS 내부에 팽배한 고용불안 심리도 반영돼 있다. 정연주 사장 해임과 이병순 신임 사장 취임 이후 긴급 단행된 인사와 <미디어 포커스>, <시사 투나잇> 폐지, 대통령 정례 라디오연설 방송 시작, 비상경영체제 발표 등을 겪으면서 다음 수순은 ‘구조 조정’이라는 인식이 상당하다. 이에 모든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구조조정 저지’를 내세운 상태지만, 이병순 사장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차이점은 ‘이병순 사장 퇴진’ 여부로,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와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는 ‘관제 사장 이병순 사장의 퇴진 여부를 묻는 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넣었다.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의 경우 한발 물러서서 사장의 경영책임을 묻는 ‘중간평가제’ 도입과 ‘독일식 사장추천위원회 도입’ 등 사장선임 제도의 변화를 내놓았다.

반면 기호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홍보물에서 이병순 사장에 대해 “일단 인정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그와 협상과 투쟁을 할 것”이라면서 “사원행동처럼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2년 내내 퇴진 투쟁에만 올인해야 한다. 그러면 YTN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강동구 후보는 지난 20일 KBS 본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기호2번과 4번은 ‘이병순이 낙하산이니 인정하지 못하겠다, 2월에 퇴진시키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노조에 입성하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한다. 그러면 KBS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문제는 심판이 아니라 생존이다. KBS가 살아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심판론’에 대해 ‘생존’과 연결지으며 맞서고 있는 셈이다.

매번 치열한 선거전을 벌여온 KBS 노조 선거에 대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미루어 사원행동 출신 후보들이 강세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노조를 계승한 기호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가 안정심리에 기대 결선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각각 11대 노조와 10대 노조 집행부 출신인 기호1번 진영은 이른바 ‘조직력’을 발휘하여 지역국과의 친화력 등으로 표심을 얻고 있다는 것.

전국 9개 총국과 9개 지역국에서 기자, PD, 엔지니어, 행정직, 지역국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KBS 구성원 5천명은, 촛불을 들고 ‘KBS를 지키겠다’며 모여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투표는 오는 26일 오후 7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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