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가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구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같이 활동해온 인권활동가들에 이어, 이번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구속을 결정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고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2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석방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직후 진행된 예술행동 퍼포먼스 장면 ⓒ미디어스

2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석방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경찰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 교통방해죄,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죄, 특수공용물건훼손죄 등을 이유로 416연대 박래군, 김혜진 위원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박래군 위원에게만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박래군 위원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들고 섰다.

시사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 서울 민예총 회장은 “박래군 동지는 피해자들의 아픔, 슬픔을 같이 나누었다. 정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못한 것을 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사람을 구속했다. 이렇게 해서 되겠나. 그래서 우리 문화예술인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재동 회장은 “우리의 인권을 제대로 서게 하고, 박래군 동지가 빨리 석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으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동희 만화가는 “길을 가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 배가 고픈 사람에게 빵을 건네주는 사람, 누군가 울고 있을 때 눈물을 닦아주는 모든 사람이 다 박래군”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외면했을 때 더 이상 아무도 주변에서는 누구도 도와주지도 않고 자기만 아는 사회가 되겠죠. 그런 사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박래군을 석방해야 하고 더 많은 박래군들이 거리에 나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규 작가회의 사무처장은 “박래군 위원은 작가회의와 함께 대추리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운동부터 시작해서 4·16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함께 싸워왔다”며 “진실에 눈을 뜨고 진실을 말하는 자를 구속하는 박근혜 정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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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시인은 “1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인양도 못하고 실종자 아홉 분도 못 찾아주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시행을 죽어라고 여러 번에 걸쳐서 방해하는 게 박근혜 정부”라며 “이 국가와 정부를 대신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진상규명을 위해서 앞장섰던 인권운동가를 구속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이번 구속은 박래군이라는 한 인권운동가를 구속한 게 아니다. 그는 416연대 공동운영위원으로 실종자 포함 304분의 사회적 상주, 대표 상주가 박래군 씨다. 이 정부와 국가는 그런 세월호의 대표 상주를 구속한 것”이라며 “우리 모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더 큰 투쟁으로 박래군 위원을 석방시키고 이 정부를 단죄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분명히 밝혀내는 데 저희 문화예술인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인권운동가를 석방해야 하는 이유
- 인권운동가 박래군과 세월호 참사 진실의 석방을 촉구하며

인권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받고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라는 인권의 사전적 정의처럼, 인권은 우리의 삶의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인권운동가는 인권이 침해되는 곳, 인간의 삶을 둘러 싼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인권운동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곳에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해야 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침해받는 사람들의 곁에서 그 아픔을 나누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연대한다. 최소한의, 당연한 삶의 권리조차 침해하는 사회적 폭력과 지배 권력에 맞서 인간이 지켜야 할 양심과 존엄을 요구하는 사회적 행위가 바로 인권운동이다.

박래군은 인권운동가다.
사람들은 언제나 박래군의 검게 탄 피부를 자주 언급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많은 사람들 곁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민주화 유가족들의 곁에서, 힘없는 사회적 소수자들 곁에서, 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 곁에서, 용산참사 유가족 곁에서… 인권이 부재하고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죽음이 존재하는 곳에서 늘 인권운동가 박래군과 마주했다.
“인권운동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입니다. 또 내가 달려가는 현장들도 그런 곳들입니다. 잘되고 즐거운 자리를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는 직업이 인권운동가이니까요”라는 박래군의 말처럼, 그는 언제나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의 곁에서 살아왔다.

박근혜 정부가 인권운동가 박래군을 구속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이후 박래군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피해자, 유가족들과 함께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인권운동가 박래군을 구속한 이유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려 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둘러 산 인권침해에 저항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과 연대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지배권력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탄압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래군은 지금 구속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구속한 것은 ‘박래군’이지만, 박근혜 정부가 구속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 박근혜 정부에 저항하고 있는 인권운동, 박래군과 함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양심이다.

인권운동가 박래군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석방하라.
박근혜 정부가 인권운동가 박래군을 구속한 이유가 바로 박래군을 석방해야 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 싼 진실은 규명돼야 하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희생자, 피해자, 유가족들의 인권은 즉각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더 많은 우리 사회의 양심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연대해야 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석방은 너무나 당연한, 최소한의 요구다.
우리는 인권운동가 박래군을 우리 곁으로, 사람 곁으로 다시 되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5. 07. 29. 문화예술인 일동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은 박래군 활동가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준비해 왔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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