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 열풍을 주도하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던 백종원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부친의 성추행 혐의가 보도된 이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잠정하차한 데 이어, 28일 방영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이례적으로 레시피 A/S(애프터서비스)에 나서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물론, 부친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하여 백종원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전혀 없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우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악의적인 댓글과 비방에 대처할 방법이 없고, 결국 백종원은 이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선택을 했다.

<집밥 백선생>의 A/S 특집의 경우는 시청자의 반응에 대한 피드백 차원에서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악성 댓글’과 관련이 있다. 백종원이 소개한 ‘만능간장’을 따라한 시청자 중 일부가 “몸서리치게 짜다”라고 불만을 남기자,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A/S 특집을 마련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요리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같은 조리법이라 할지라도 계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법인데, 이를 어떻게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전 국민이 즐겨먹는 김치만 하더라도, 지역마다 담그는 법이 다르고 집집마다 맛이 다 다른 것이 현실이다. 각자가 좋아하는 입맛에 따라 응용을 하면 되고, 백종원 역시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취향에 따라 조금씩 양념의 비율을 바꾸거나 양을 조절하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백종원의 레시피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달면 설탕을 조금 넣고, 너무 짜면 물을 더 추가하면 될 일이다. 똑같이 따라했는데,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유아적인 발상 혹은 악의적인 불만에 더 가깝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잠정 하차와 <집밥 백선생> A/S 특집을 통해 보건데, 현재 백종원은 방송활동에 있어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백종원은 끊임없이 시청자와 소통하고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시청자는 그럴 준비가 전혀 안 됐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은 ‘소통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댓글 하나하나에 반응해주고, 또 시청자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응답했다. <집밥 백선생>에서도 마치 브라운관 너머에 있는 시청자에게 가르쳐주듯 친절하고 세세하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땠는가. 조금이라도 더 주목을 받기 위해 채팅창을 어지럽히는 일부 시청자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후기들뿐이다.

최근 방송가의 화두는 ‘소통’이다.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소통’은 쌍방향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이제 방송을 만드는 주체는 제작진만이 아닌 시청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쿡방의 유통기한, 백종원의 인기는 결국 시청자에게 달린 셈이다. 만약 악의적인 불만이나 악성 댓글이 지속되고, 이에 대한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땐 진짜 ‘백주부’에게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잠정하차와 <집밥 백선생> A/S 특집에서 그 전조를 느꼈다면, 그것이 과연 필자만의 과민반응일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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