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폭행사건은 단순한 방송사 정규직과 독립 프로덕션 파견 노동자 간의 ‘갑과 을’ 관계가 아니라 달라진 콘텐츠 시장 상황과 오랫동안 누적돼 온 외주제작 환경의 사각지대가 결합해 발생한 필연적 사건이다”_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실태 긴급 증언대회>에서 ‘방송사 외주제작 구조개선 및 노동 인권 보장방안’ 발제를 맡은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정치학 박사)의 진단이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시장과 외주제작 문제를 근본적으로 따져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광고시장 위축…방송사 정규직PD는 감시자의 역할”

김동원 정책위원은 “광고시장의 위축된 상황에서 (콘텐츠)경쟁으로 인한 성과 압박이 더해지며 수익경로와 콘텐츠 제작 현장 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며 “전통적으로 지상파 출신/비지상파 출신, 공채 기수 중심의 정규직/비정규직 위계가 고착돼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 부문에서 방송사 정규직 PD는 제작 과정 내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지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내 정규직 PD가 고용주의 지위가 되면서 MBN의 폭행사건 또한 발생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실태 긴급 증언대회>에서 ‘방송사 외주제작 구조개선 및 노동 인권 보장방안’ 발제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동원 강사(정치학 박사)는 MBN 폭행사건과 관련해 "달라진 콘텐츠 시장 상황과 오랫동안 누적돼 온 외주제작 환경의 사각지대가 결합해 발생한 필연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미디어스

MBN 폭행사건을 콘텐츠 시장 상황과 외주제작 환경의 문제로 본다면 이는 종편의 출범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김동원 정책위원의 설명이다. 독립제작사 수는 2011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65개 감소했으나 2012년에는 103개가 증가했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종편 출범에 따른 성장이라면서도 문제는 종편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이 불안정하면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동원 정책위원은 “종편4사의 출범이 방송 산업 내 비정규 노동 유형과 고용 방식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지상파에서 일상화돼 있는 외주제작 방식이나 자체제작 내 비정규직 고용의 관행이 종편의 출범으로 확대됐고 종편 4사 간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독립제작사 뿐 아니라, 자체제작에 참여하는 독립PD,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 조건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편에 편성된 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단기 편성’이 높아졌고 그 같은 문제가 ‘인센티브제’ 방식이 도입으로 이어지면서 제작사간 경쟁 및 독립PD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종편의 외주제작 운영에 있어서 지상파와 다른 점은 담당 부서가 없다는 점”이라며 “종편은 교양, 예능 등 각 제작부서에서 한 명 정도의 담당PD가 관리를 하고 프로그램별 담당PD가 인맥을 통해 독립제작사 혹은 독립PD를 섭외해 계약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종편의 정규직PD가 짧은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의 지위에 있을 경우, 독립PD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대우는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럴경우 가뜩이나 ‘을’의 입장인 독립PD들은 강한 종속과 복종 요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MBN의 독립PD 폭행사건은 독립제작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계기이자, 노동자 개인의 인권 보장을 요구할 전기로 삼아야 한다”며 △독립제작사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를 통한 고용 지원책 마련,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용계약서 및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독립PD들의 협동조합 설립과 정규직 노조의 지원 등을 제안했다. ‘독립제작사 법적 지위 부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김동원 강사는 “영세한 독립제작사가 최저임금을 비롯한 기본적인 노동권을 준수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방송법> 내 법적 정의를 획득한다면 방송분쟁조정위원회나 여타 공정거래 관련된 규제 및 지원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 산업과 외주제작 시장에서 사실상의 고용주이자 관리자인 방송사 정규직PD 개인에게 종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직화는커녕 실태조사조차 어렵다”면서 “언론노조가 나서야 할 때”라고 요청했다.

“MBN, 시청률 높으면 그 자리에서 인센티브 지급…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

토론자로 나선 최선영 독립PD 또한 김동원 정책위원과 마찬가지로 MBN 폭행사건이 종편의 개국과 무관치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종편4사는 ‘지상파보다 더 빠른 더 좋은 콘텐츠’라는 기치를 가지고 나왔었다”며 “그렇지만 신문사의 조직관행이나 문화들이 유입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편은 광고국 중심으로 프로그램 소재나 형식 등이 발주되면서 ‘협찬을 받는 순’으로 제작이 되고 있다”며 “그 속에서 내부 관리PD들은 대놓고 좀 더 세고 강하고 선정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선영 독립PD는 MBN ‘인센티브제’와 관련해 “담당 부서에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 사용되는 (지폐)계수기가 있다”며 “상회하는 시청률을 얻었을 때 그 자리에서 돈을 세어 독립제작사와 내부 관리PD에게 상을 준다고 한다. 한 독립PD는 ‘(계수기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으면)파블로프의 개가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로 인해 독립제작사 간 독립PD간 과도한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독립PD협회 복진오 권익위원장은 “MBN 폭행과 같이 심각한 폭행 등 인격을 침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가기관 및 합의제 기구 등에서 직권으로 사건을 조사해 가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가 소속돼 있는 회사의 관리 책임의 문제를 묻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MBN법’”을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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