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내로라하는 스파이 액션의 아이콘을 꼽으라고 한다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단 헌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주인공 가운데 이단 헌트는 제이슨 본, 제임스 본드와는 약간은 다른 스타일의 첩보 액션을 선호한다.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는 ‘독고다이’ 스타일의 액션을 선호한다. 우선 제이슨 본을 보자.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 다른 사람은 적인지 아니면 제이슨 본을 도와주려는 아군인지 도무지 믿지 못 한다. 제임스 본드 역시 최첨단 무기의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동료와 함께 싸우기보다는 홀로 음모를 파헤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에게 질세라 이단 헌트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빌딩 높이가 거의 1km에 육박한다)의 유리벽을 오르내리는 지난 시리즈의 액션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 흔한 오토바이 질주로는 관객의 성미에 차지 않을 것임을 예감한 듯, 이번에는 하늘로 질주하는 에어버스 A400에 매달리는 것도 모자라 26만 리터의 물 안에서 산소통 없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십대 배우도 소화하기 힘든 역할을 53살의 톰 크루즈는 직접 감당한다.

그런데 혼자 세계 최고층 빌딩을 스파이더맨이 된 듯 오르락내리락하고 보기에도 아찔한 수중 액션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이단 헌트는 독고다이 액션보다는 ‘협동 액션’의 방식을 선호한다. 이단 헌트가 에어버스에 매달렸을 때 벤지(사이먼 페그 분)가 에어버스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수중에서 활약할 때 일사(레베카 퍼거슨 분)가 수문을 통해 물의 방류량을 조절해 주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이단 헌트라 해도 황천길을 오갔을 것이 분명하다. 이단 헌트가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과 다른 점은 그가 독고다이 액션에 머무르지 않고 팀원과의 협력을 꾀할 때 이단 헌트의 원맨쇼가 빛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툼 레이더>나 <레지던트 이블> 류와 같은 여전사가 활약하는 액션 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첩보 액션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라고는 몸이 아닌 머리를 쓰는 역할이거나 관객의 눈요깃거리에 그치는 육감적인 캐릭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는 그간 보아왔던 여성 캐릭터와는 다르다. 이단 헌트를 도와주는 ‘액션 조력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단 헌트의 허를 찌른다.

과연 일사는 이단 헌트의 편일까, 아니면 이단 헌트를 돕는 척 하는 악의 조직 ‘신디케이트’의 이중 첩자일까. 이단 헌트의 편인지 아니면 이단 헌트를 돕는 척 하기만 하는 이중 첩자인지 아리송한 정체성을 가진 파트너가 일사이기에, 기존 액션 영화에서 보아오던 여성 캐릭터와는 차별점을 갖는다. CIA는 작정한 듯 이번 기회에 이단 헌트가 몸담고 있는 IMF를 해체해야 할 집단으로 규정하고, 일사는 동료인 듯 아닌 듯 헷갈리기만 하니, 이단 헌트의 고생길은 이번에도 훤하게 열려 있는 듯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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