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교체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오는 31일 오전9시 전체회의를 열어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의결할 계획이다. EBS 이사회 또한 조만간 교체될 예정이다. 이번에 교체된 신임 이사들은 사장 선출이란 막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KBS와 EBS가 11월, MBC는 2017년 사장이 바뀐다. 방송 장악 논란이 정권을 거쳐 계속되고, 공영방송의 위상 추락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때에 총선과 대선을 경유하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정에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 몫은 여당 몫대로, 야당 몫은 야당 몫대로?

KBS, 방문진(MBC), EBS 이사회 구성은 법으로 규정돼 있다. KBS는 <방송법> 제46조(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따라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두며 총11명으로 구성된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48조(이사의 결격사유)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공직선거법>에 따른 서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직에서 퇴직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 당선을 위해 방송·통신·법률·경영 등에 대해 자문이나 고문의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방송진흥회법> 제6조(임원) 또한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9명의 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방문진 이사 결격사유는 KBS와 같다. EBS 이사 규정 또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규정돼 있다.

▲ (카드뉴스=언론노조)

방통위는 이 같은 현행법에 의거해 최근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 추천 공모를 진행했다. 그리고 KBS 이사 지원자 96명 중 29명을, 방문진 이사 지원자 60명 중 15명을 결격사유가 있다며 탈락시켰다.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제대로 된 방송철학을 가진 인사들을 뽑아달라고 거듭 요청해왔다. 그렇지만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은 '여야 몫대로 뽑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최성준 위원장은 ‘뭐 그리 복잡하게 하느냐’, ‘몫대로 하자’라는 입장이라고 한다”며, 방통위가 그동안 해왔던대로 KBS 11명의 이사 중 정부여당에서 7명을, 야당에서 4명을 추천해(방문진 6대3/EBS 7대2) 각자가 알아서 뽑는 방향을 정했다고 비판했다. ‘여야 몫’ 대로 뽑는다는 것은 관행이라고 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다. 부적격 인사가 추천을 받았단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높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은 자신들을 뽑아준 이들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정치적 대립 구도로 만들 수밖에 없다.

김환균 위원장은 “방통위는 ‘위원회’ 조직으로 정부여당과 야당의 추천을 받지만 직무에 있어서는 정파적 판단이 아닌 독립성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며 “<방통위설치법>에도 독립위원회로 규정돼 있는데 ‘여야 추천 몫대로 하자’라는 것은 웃기는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연히 현행법에 따라 KBS와 방문진 이사 또한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뽑으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사회에 들어가 정부여당 추천은 정부여당 일말 하라는 뜻인가”라고 반문한 뒤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판단해야할 사안에 대해 스스로 정파의 올가미를 자기 발에 묶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KBS·방문진 이사 하마평 오른 인사 명단을 두고도 논란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을 앞두고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들은 벌써부터 논란이다. 방문진 내에서도 '극우'라는 평가를 받았던 차기환 이사와 고영주 감사가 각각 KBS이사와 방문진 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환 이사는 2009년 7월 정부여당 추천 몫으로 방문진 이사에 선임된 후, 한 차례 연임하면서 총 6년간 방문진 이사직을 맡아왔다. 그리곤 다시 KBS 이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부여당의 추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차기환 이사는 편향된 정치성향을 서슴없이 표방하며, 패륜적 게시물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비하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일베’ 사이트의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들을 퍼나른 전력까지 가지고 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을 당시 “유가족들의 이런 행태는 정말 싫다”는 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이런 인사들이 무비판적으로 공영방송 이사에 도전하는 상황을 두고,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이태봉 사무처장은 “자질 논란이 있는 이사들이 연임 또는 3연임하려 하고 있다”며 “방송 역사에서 치욕적인 이름으로 기로되기 전에 본인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언론노조 소속 KBS 권오훈 본부장 역시 “하반기 이사회와 사장을 제대로 세우는 게 주요한 과제”라며 “지난날 공정방송 투쟁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벌써부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편향된 역사관’ 논란을 일으켰던 KBS 이인호 이사장의 연임 또한 거론되고 있다.

방문진 고영주 현 감사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고영주 감사는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그는 최근 부림사건이 33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자 “사법부가 좌경화됐다”며 맹비난을 했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종북인사”이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아예 “공산주의자”라고 근거없는 색깔공격을 하기도 했다. 방문진 감사로 활동하면서는 MBC의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했었다. 이 밖에도 현 김원배 방문진 이사 또한 연임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는 전 목원대 총장으로서 불미스러운 형사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MBC 대주주인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영남권 인사로 분류된다.

▲ 공추위는 27일 방통위가 위치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영방송 이사 제대로 선임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언론노조)

여권 추천 이사 후보들만 논란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KBS노동조합(구노조) 등은 공추위의 활동을 깎아내리며 정연주 전 사장 인맥이라며 몇몇 야권 추천 이사후보들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특정 언론사와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야권 추천을 독점하며 매번 이사 추천때마다 '기득권'을 누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찌되었건 이제 모든 공은 방통위로 돌아갔다. 관행적으로 여야 추천 몫이라고는 하지만 독립 위원회로서 제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관련해서는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만의 다수결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소한 ‘최악’의 인물은 피해야 한다는 요청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추천 고삼석 방통위원은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구현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 이사에 걸맞은 합리성과 전문성과 품격을 골고루 갖춘 인사들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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