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로 상임위를 변경하고 안랩 보유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 해킹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 로그 파일 등 요청한 정보의 제출, 최소 5명 이상의전문가 참여, 1개월 이상의 분석 시간 보장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위의 조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임위 변경과 주식 백지신탁을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국정원이 모든 것을 거부하지 말고 국민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집단 성명 발표에 대해 공무원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내국인 사찰 의혹 논란을 불러 일으킨 국내 통신사 IP 2개에 대해서도 추가로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관계된 분야의 업무를 관장하는 상임위 활동 등을 할 경우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670억 원 가량의 안랩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모씨가 삭제한 자료를 100% 복구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정원 같은 중요한 기관의 경우 백업된 데이터를 복원해 순식간에 자료를 복구할 수 있음에도 일주일이나 걸린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며 백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면 하루 이틀만 지나도 자료의 100%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삭제된 자료를 일주일만에 100% 복구했다는 것에 대해 “자료 복구를 핑계로 자료를 꿰맞추기 위해 시간 끌기를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무슨 이유로 자료 복구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시간을 끌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 역시 “국정원 해킹의혹이 규명되기 위해서는 셀프수사가 아니라,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삭제된 파일을 복원하는 것은 국정원이 셀프로 한 것이지만, SK텔레콤과 KT 회선에 대한 조사는 객관적인 제3자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면 (의혹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일관되게 내국인에 대한 사찰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한 의혹은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이날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위해 국정원의 의뢰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 접촉한 업체인 ‘나나테크’가 최근 5년간 정부로부터 감청설비인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의 ‘2010~2015년 감청설비 인가대장’을 확인한 결과 나나테크 관련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2012년 총선 및 대선 직전 해킹 프로그램을 수입해 국정원에 판매하면서 미래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나나테크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날 3면 <300일동안 88만7567건 빼내…국정원 수집자료 방대> 제하의 기사에서 해킹팀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첨부파일 등을 분석한 결과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활용해 2012년 5월 31일~2013년 4월 19일 사이에 88만7567건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의 데이터 용량을 자료의 숫자로 환산할 경우 카메라·스크린샷의 경우 2만5445장, 통화·녹음 파일로는 3만1807분(530시간)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도 전했다.

▲ 한겨레 27일자 3면

세계일보 역시 이날 지면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당시 국민안전처와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용인소방서와 경찰청의 수색기록을 분석한 결과 임모씨의 휴대폰 위치가 550미터 가량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위치추적에서 오차가 났다는 설명이 가능하긴 하지만 임씨의 휴대폰이 이 시간동안 이동을 했다는 가정을 세울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경기도재난안전본부의 세부보고서에 임모씨가 차량보조석 뒷좌석에서 발견됐다고 적었다가 차량운전석에서 발견됐다고 정정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또 임모씨의 부인이 경찰에 남편에 대한 위치추적신고를 했다가 6분 만에 취소했지만 소방서를 통해서는 위치추적을 계속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가 위치추적은 경찰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모씨의 부인이 남편이 자주 이용하는 낚시터 등을 언급하며 재차 위치추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결국 임모씨의 사망 장소와 경위에 대한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어 논란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관련자, 나나테크 등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신)에 배당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사안의 성격은 국가 정보기관의 국가안보 업무와 관련돼 있다”면서 “과거 수사 사례와 사안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 등을 상대로 고발 취지 등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이 언급하고 있는 ‘과거 수사 사례’란 2002년 참여연대가 고발한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 2005년 참여연대가 고발한 옛 안기부 X파일 및 국정원 도청 사건 등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수사한 사례를 말한다.

검찰 일각에서는 공안부, 특수부, 첨단범죄수사부 인력을 한데 모아 특별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혼선만 가중되고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단일부서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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