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23일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사이버 사찰 의혹’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언련은 “국정원이 총 20명분의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고 시인한 14일까지 신문·방송 중 한겨레와 JTBC만 이 사안을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모니터 대상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7월 11일~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TV조선 <뉴스쇼판>, JTBC <뉴스룸>, 채널A <종합뉴스>(7월 10일~21일)였다.

민언련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2012년 2월부터 최근까지 해킹 프로그램 구매·유지·보수·업그레이드 △2012년 대선 등 선거 관련 해킹 △천안함 사건 관련 안수명 박사에 대한 해킹 △대중적 URL에 대한 악성 코드 설치 등 “전 국민에 대한 사이버 사찰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매우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며 “조중동과 공영방송은 불거지는 여러 의혹들을 야당의 일방적 주장처럼 전하거나 국정원과 정부·여당의 주장을 받아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중동의 태도는 ‘축소 및 은폐’…지상파는 참담”

민언련에 따르면,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첫 보도는 7월 11일에 등장했다. 당일 한겨레는 11건과 13일 7건의 기사를 통해 의혹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이 해킹 프로그램 업체 고객 명단 유출 ‘서울 서초구 5163부대, 8억 원어치 구매’> 기사를 통해 “우리 군에 5163부대란 조직은 없다”는 기존 군의 입장을 받아 보도했다. 같은 기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보도를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는 14일과 국정원 직원의 사망한 18일 전후로 보도량과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민언련은 “대부분 언론이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사건을 다루기 시작한 14일부터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기 전인 18일까지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한마디로 ‘축소’였다”고 진단했다. 국정원 직원 사망 이전까지 한겨레는 38건, 경향신문 30건을 보도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8건, 중앙일보 6건, 동아일보 12건의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렇지만 국정원 사망 이후(20일~) 조중동의 국정원 해킹 관련 보도량은 조선일보 25건, 중앙일보 23건, 동아일보 19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조중동의 지면 배치를 봐도 국정원 해킹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민언련에 따르면,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관련 내용이 1면에 실린 경우를 보면 한겨레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향신문은 7건, 조선일보 5건, 중앙일보 3건, 동아일보 3건이었다. 1~5면에 배치된 기사량 또한 차이가 컸다. 한겨레는 54건, 경향 47건의 기사를 그곳에 배치했지만 조선일보는 21건, 중앙일보 19건, 동아일보 20건순이었다.

민언련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지상파 3사 보도에 대해 “참담하다”, “종편보다 못하다”고 총평했다. 민언련은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 저녁 종합뉴스 보도의 경우 비교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JTBC가 타사를 압도했다”며 “JTBC는 7월 10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꾸준히 국정원의 ‘해킹팀’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사용 과정을 분석하고 민간인 사찰 의혹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전문가 대담 및 인터뷰, 앵커의 논평, 취재현장 연결 등 생생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한 다양한 형식에서도 우위를 점했다”고 설명했다. JTBC를 제외하고 지상파 및 타 종편에서는 13일까지 단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2개사가 모두 은폐를 시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시기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의 태도는 낙종이 아니라, 사안 자체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거나 은폐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공영방송 2개사를 포함한 지상파 3사의 저녁종합뉴스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국민이 불법사찰을 받았을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본격적으로 보도된 7월 14일부터 국정원 직원 사망 이전까지 “방송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직원 자살 이전까지는 매우 소극적인 축소보도를 했다”는 것이 민언련의 설명이다. 해당 시기 JTBC는 28건의 보도를 했다. TV조선은 10건, 채널A는 5.5건이었으며 KBS 5건, MBC 4.5건, SBS 4건 뿐이다. 민언련은 “국정원 직원이 자살한 이후에야 보도량을 늘린 것은 방송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JTBC는 국정원 사망 이후 28건으로 종전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 보도량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TV조선은 같은 시기 24건, 채널A 1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향·한겨레·JTBC 제외한 언론들은 사실상 의혹 은폐”

민언련은 국정원 해킹과 관련한 의혹을 △내국인·민간인 사찰 여부 △2012년 대선 등 선거 관련 해킹 여부 △천안함 폭침설 반대 학자에 대한 해킹 시도 △관련 직원 임 씨(45)의 자살 4가지로 정리했다. 민언련은 “4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해킹팀’ 내부 문서가 1차 자료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라면 사실에 근거한 여러 의문점을 국정원과 정부에 제기할 수 있었다”며 “또, 그것이 당연한 언론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문·방송을 아울러 경향·한겨레·JTBC를 제외하면 이런 책무를 다한 언론사는 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해 선도적으로 보도한 매체로 한겨레와 JTBC를 꼽았다. 민언련에 따르면, 두 언론매체는 각각 7월 11일과 10일부터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 RCS(원격조정시스템)이 해킹 대상의 SNS·카카오톡 등 거의 모든 네트워크 활동을 도·감청 할 수 있으며 국정원이 카카오톡과 삼성 갤럭시폰을 위한 해킹 기술을 문의한 사실을 보도했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메르스 관련 누리집, 맛집 블로그, 카카오톡 게임 등에 악성 코드를 심어달라고 한 정황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채널A는 안수명 박사에 대한 해킹 의혹을 다루기는 했으나 그 내용은 “안 박사는 대공 용의자이니 사찰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보도였다”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경향·한겨레·JTBC를 제외한 언론들은 사실상 국정원 해킹 관련 의혹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조중동의 정치적 편향성과 TV조선, 채널A의 보도는 예상가능한 수준일지도 모르겠으나 공영방송의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SBS가 <‘국정원 해킹 목표는 변호사’>(7/15, 5번째, 김수형 기자)로 국정원 해킹의 목표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민간 변호사임을 단독으로 보도하여 간신히 지상파 체면치례를 했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사건 관련 보도에서 국정원과 여당의 입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라며 “국정원과 여당의 입장을 강조하는 보도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 결과, 경향신문과 JTBC는 국정원·여당 입장만을 전하는 보도가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겨레의 경우, 7건의 보도 중 5건에서 강력하게 국정원·여당을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의 모든 언론사는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관련 전체 보도 중 30%를 전후한 비율로 국정원·여당의 입장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정원 직원 자살 관련 각종 음모론 사회적 公器 무너뜨리는 자해행위>(22일)와 TV조선 <타살설에 조작설…음모론 난무>(20일), 채널A은 <“유서 같지 않다” 도 넘은 음모론>(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모든 의혹 제기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면서 사안을 덮으려는 국정원과 여당에 일조했다는 것이 민언련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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