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매체의 무명의 기자가 쓴 기사라고 해도 좋은 기사라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_ 황방열 한국기자협회 뉴미디어위원장

“아무리 ‘듣보잡’ 인터넷 언론사의 신입기자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새롭고 흥미롭고 이로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 포털의 검색과 뉴스 서비스를 통해 모든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다” _ 이준웅 서울대 교수

2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인터넷 뉴스생태계의 현안과 개선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포털도, 주류 언론도, 인터넷 언론도, 뉴스 이용자도 불행”하고, “포털과 뉴스 제공자 모두 각자 제 할 일을 열심히 하지만 헛발질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더 좋은 뉴스가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를 위해 현재 준비 중인 포털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포털 뉴스 생태계의 비극> 발제를 맡은 이준웅 교수는 “우리 언론의 문제는 내용과 서비스의 품질을 도외시한 클릭 경쟁에 몰두한다는 데 있다”며 “광고 수익이 취약하고, 언론사 규모가 영세해 고품질 뉴스 서비스를 제공할 인적·기술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언론사는 품질을 도외시한 낚시질 기사를 작성하는 수밖에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광고 영업능력이 있으며 서비스 인프라를 갖춘 주류 언론사마저도 정작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기사 품질과 서비스 수준 모두 국제 수준에 미달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포털과 언론사의 ‘제휴’에도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교수는 “‘제휴’란 검색 또는 뉴스 제공 등의 포털 공간에서의 권한을 나눔으로써 공유자원인 이용자 클릭과 체류시간을 창출하는 생산자의 지위를 허락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포털 내 자원 생산자의 지위를 가진 행위자들이 주로 벌이는 행위는 ‘공유자원의 남용’”이라며 “언론사들은 말 그대로 ‘제 논에 물대기’에 열중하며 포털은 이를 알면서도 언론사와 이용자가 함께 창출하는 공유자원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챙기느라 남용을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 (그림 = 이준웅 교수 <포털 뉴스 생태계의 비극> 발제문)

이준웅 교수는 △포털뉴스 서비스협의회 구성 △평가의 목적과 방식에 대한 지침 확인 △규칙 형성적 실험 등 3가지를 포털 뉴스 생태계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포털에 쏟아지는 문제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포털뉴스 제휴사를 심사하는 제3의 기관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준웅 교수는 평가위원회보다는 ‘포털 뉴스 서비스 협의회’와 같은 협의체가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준웅 교수는 “제휴 당사자가 아닌 외부 위원회가 제휴에 대한 가장 타당한 제언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평가위가 뭔가를 평가해서 추천한다고 해도 당사자인 포털과 개별 언론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포털-뉴스 제공자-이용자 대표가 당사자로 참여하는 자기 형성적이며 자기 규율적인 협의회인 ‘포털 뉴스 서비스 협의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한 “포털에서 제공되는 뉴스에 대한 평가가 퇴출이 있다면, 그 대상은 언론사가 아닌 ‘기사’가 되어야 마땅하다”며 “아무리 ‘듣보잡’ 인터넷 언론사의 신입기자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새롭고 흥미롭고 이로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 포털 검색과 뉴스 서비스를 통해 모든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다. 조중동이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BBC 기사라 할지라도 남의 특종을 베끼고, 선정적이며, 광고주를 겁박하고, 정력팬티 광고가 달린 것이라면 포털이 아닌 다른 곳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직 개별 기사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만 언론사 평가를 할 수 있다. 즉 저질 기사를 적게 쓰는 언론사가 대접받는 언론사가 되어야 한다”며 “포털은 제휴 등급을 세분화해서 리그제로 운영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높은 리그에 들수록 포털과 협력적 편성 편집을 강화하고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포털 뉴스 서비스 협의회가 내용 및 편집, 이용자 상호작용 인터페이스, 이용자 서비스 등 뉴스 내용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기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기사를 더 많이 읽히게 하는 데 ‘실패’한 포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평가위가 한국방송협회·한국신문협회·온라인신문협회·인터넷신문협회·케이블TV방송협회·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 등 뉴스 콘텐츠 생산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대부분 언론사의 관점을 담아, 뉴스 소비자들은 배제돼 있다고 본다. 일반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포털 뉴스의 공적책무를 평가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평가위는 사실상 뉴스사업자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춘식 교수는 “이용자들이 어떤 경로로 뉴스를 보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다. 이렇듯 뉴스 유통 중심적인 논의만 있고 이용자 중심의 논의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평가위가 사업자를 위한 것인지, 포털을 위한 것인지, 이용자를 위한 것인지 따져 봐야 하는데 현재가지는 이용자를 위한 평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2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인터넷 뉴스생태계의 현안과 개선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미디어스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평가위가 좀 더 이용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과연 이용자들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 독자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선정적인 뉴스를 클릭하는 편이고 (뉴스를) 돈 안 내고 보려고 한다는 점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포털은 (제휴사) 진입에 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진입 장벽 강화’를 언급했다. 이어, “검색 제휴의 경우 이와 관련된 이해당사자가 포털인 만큼 (언론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철수 한국신문협회 전략기획부장은 “네이버에서 인링크 서비스되는 201개 매체 가운데 (협회 소속) 지역언론사는 단 3개이며, 네이트 제휴사 114개 중 지방신문사는 하나도 없다. 제휴 신청을 하면 미루거나 외면해 지역언론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언론을 배제하는 포털의 행태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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