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내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화제는 치열한 당내 경선 맞수였던 힐러리의 국무장관 내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두고 공화당 소속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시절 전 정권에서 임명한 민주당 쪽 검찰총장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앉힌 사례 등과 비교해가며 오바마 정부의 앞날을 점치고 있다.

한국 언론도 다르지 않다. 힐러리 국무장관 기용과 ‘오바마식 통합 정치’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한마디씩 보태고 있다. 요지는 ‘오바마에게 배우라’는 것.

<동아일보>는 최근 ‘월박-복박-주이야박’ 등 여당 내 계파싸움과 함께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눈을 돌렸다. 동아는 24일자 3면 기사 ‘다시 고개 드는 ‘박근혜 역할론’’에서 오바마-힐러리와 이명박-박근혜를 성(性)대결로 견주며 전직 대통령의 딸과 부인이라는 ‘퍼스트레이디’, 친박(친박근혜)과 클린턴 사단이라는 양쪽 진영, 깨끗한 경선 승복 등을 들어 박근혜와 힐러리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아는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친박 진영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인사를 별로 찾아볼 수 없다”며 “그동안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박 전 대표를 포용하려 한 흔적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내각 인사를 비판했다.

또 “국회 안팎에서 ‘탕평 인사’ 얘기가 고개를 드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가 최근 “전 정권 인사라도 능력이 있으면 기용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은 이 대통령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나라당 분위기를 전했지만, ‘현재 개각을 건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당장 개각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24일자 중아일보 30면.
<중앙일보>도 이날 6면 기사 “MB, 필요하면 강봉균도 끌어와야”에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정권 인사를 가릴것 없이 초당적인 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여권 내부의 소통합(여권 통합) 즉 박근혜 전 대표 혹은 친박 의원들의 국정 참여와 원내직 참여 등 ‘박근혜 포용론’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같은날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좀더 강력하게 ‘박근혜 포용’을 주장했다. 그는 30면 칼럼 ‘링컨·스탠턴, MB·박근혜’에서 정적에게 전쟁을 맡긴 링컨의 통합정치를 예로 들며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소중한 동반자로 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박 전 대표는 사실상 강의 다른 한쪽에 있다. 경제위기라는 급류가 흐르고 남북관계가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이 나라의 1인자와 최대 라이벌은 강 양쪽에서 서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링컨 시대(1860년대)로부터 한국은 150년이 뒤처져 있다. 이 강을 건너뛸 때 한국은 세월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링컨이 먼저 마음을 열었고, 스탠턴이 응했으며, 스탠턴으로 인해 링컨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링컨식 리더십을 강조했다.

▲ 24일자 한겨레 27면.
<한겨레>도 장정수 편집인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오바마 리더십’을 요구했지만, 앞서 신문들보다 ‘통합’의 범주를 넓게 잡았다. 장 편집인은 24일자 칼럼 ‘오바마의 링컨 배우기’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훨씬 통 큰 통합 리더십’을 요청하고 나섰다.

그는 오바마의 라이벌 내각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전하며 “오바마의 파격적인 정적 중용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고·소·영’ 정치가 뇌리를 무겁게 억누른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집권세력 내부에서는 대통령과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면, 같은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또 같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결코 대통령과 국정을 같이 논할 수 없다는 자조가 만연돼 있다”며 세간에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으로까지 불리는 폐쇄적인 내각 구성을 꼬집었다.

이어 “대선 후보 경선 때의 라이벌은 철저히 국정운영에서 배제돼있다. 또 전직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는 뒷조사가 집요하게 진행돼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며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도 오바마처럼 시원하고 통 큰 통합의 정치를 살 수는 없는 것일까?”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해 전 정권 등 비판세력을 폭넓게 아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 24일자 조선일보 2면.
반면 <조선일보>는 오바마의 라이벌 내각 구성에 대해 ‘남다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24일자 2면 기사 ‘힐러리 ‘최강 국무장관’ 예약’에서 힐러리의 국무장관 수락 과정을 자세히 다루면서 “국무부는 힐러리 측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오바마 측근으로 양분돼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또한 외교 전문가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의 역할과 위상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려의 시선을 전했다.

이어 “그러나 당내 화합을 도모하고, 대통령으로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고도의 정치력’과 ‘포용의 정치’를 보여줬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평가”라고 전하면서 역대 미국 국무장관의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소개하며 끝맺었다.

또 조선은 18면 기사 ‘“링컨의 포용정치 혼란만 일으켰다”’에서 오바마의 정적 포용 정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조선은 해당기사 옆에 ‘링컨 전기 든 오바마’ 사진을 배치하며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학 역사학 교수 등의 발언을 인용해 “링런의 ‘라이벌 내각’이 실제로는 굉장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선은 이례적으로 다른 신문들과 달리, 오바마-힐러리 내각을 이명박-박근혜 등 국내정치 문제와 연결짓는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독자로서 구구한 해석을 하기에는 이렇다할 근거도 없다. 그렇다면 이를 ‘여론의 다양성’으로 반겨도 좋을까. 많은 독자들은 조중동이 사안마다 다른 시선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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