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1.22 금 20:38
상단여백
HOME 뉴스 기자수첩
시작도 전에 폭탄만 터지는 KBS ‘나를 돌아봐’[기자수첩] 장동민·김수미 하차에 조영남 이탈까지… 프로그램 원동력은 ‘논란’?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07.17 17:59

오는 24일 정규 편성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계속되는 ‘잡음’으로 위기에 빠졌다. 파일럿 프로그램일 때부터 여성 혐오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동민을 꿋꿋이 밀고 가더니 제작발표회 이틀 전 급작스럽게 박명수로 교체했다. 제작발표회 당일에는 김수미의 말을 듣고 “이런 모욕적인 발언은 처음”이라며 조영남이 회견장을 이탈하는가 하면, 김수미는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에게 하차 통보를 했다. 더구나 방송에 욕설이 가감 없이 실려 지난 5월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시작부터 ‘지뢰밭’이다.

화제가 된 건 ‘막말’과 ‘억지 설정’ 뿐

<나를 돌아봐>는 옹달샘(장동민·유세윤·유상무) 멤버들, 김수미, 이경규, 조영남이 한 번에 출연해 파일럿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조합이 아주 신선한 것은 아니었으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는 취지 아래 ‘독설’로 유명한 연예인을 한 자리로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4월 17일부터 파일럿 형태로 방송된 <나를 돌아봐>의 큰 틀은,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이 매니저를 맡는 것이다. ‘돌직구’가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된 이경규가 조영남의 매니저를, ‘독설 캐릭터’로 각종 예능을 휩쓰는 장동민이 김수미의 매니저를, 항상 유상무에게 짓궂은 장난을 쳐 왔던 유세윤이 유상무의 ‘몸종’이 되어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나를 돌아봐> 홈페이지에 나타난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자주 화가 나고, 화를 참을 수 없고, ‘버럭’한다! 마인드를 확실하고 간단하게 바꾸는 길은 ‘역지사지’, 다른 사람이 되어 똑같이 겪어보는 방법뿐. 내가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겪어보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이처럼 캐릭터 상 다른 프로그램에서(유세윤의 경우, 유상무와의 관계에서) 늘 ‘갑’의 입장이었던 이들이 도리어 ‘반격’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돌아보자”는 것인데 아쉽게도 그 취지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역지사지’라는 포장 아래 작위적이거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상황이 등장했고, 이 과정에서 비속어와 막말이 여과 없이 나왔다.

   
▲ 4월 17일 방송된 KBS <나를 돌아봐>

4월 17일 방송은 조영남의 욕설과 막말이 문제가 돼 심의위에서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를 받기도 했다. 매니저를 맡은 이경규가 길을 헤매 조영남이 방송 촬영에 늦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 XX”, “개똥 같은 소리 하지마! 끝났어 니네. 안 한다고 그래 윤고운 PD한테”, “매니저도 뭐고 그만두자고… 머리 나쁜 애들하고 일을 한다는 게… KBS가 어떻게 이런 PD를 뽑았는지” 등의 발언을 그대로 실었다.

조영남은 다른 선배 연예인들을 기다리게 해 “혼났어 정말…”이라면서도 “너희들(제작진)도 눈치껏 누가 가이드를 해줬으면 편할 텐데 아무리 찾아도 없고”라고 토로했다. 실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에 집착해, 타 방송을 펑크낼 위기 속에서도 제작진이 중간에서 제대로 상황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이때 담당 PD인 윤고운 PD 사원증에 눈물 CG를 넣고 시청자들의 웃음소리 효과를 넣는 등 최대한 유쾌하게 편집하려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바라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혀 웃음이 나지 않았다.

같은 날 장동민-김수미 에피소드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수미는 매니저가 된 장동민에게 자신이 먹던 핫바를 장동민의 우동 속에 넣고 먹으라고 했다. 이리 저리 뜯긴 핫바를 보고 난감해 하자 김수미는 “내가 먹던 거야. 먹어! (안 그러면) 버리잖아~ 내가 더럽냐? 음식 버리는 건 죄악이야”라고 윽박질렀고, 결국 장동민은 핫바를 먹었다. ‘먹자… 먹어야 산다’, ‘그래 이 까짓것’이라는 자막이 떴고 다 먹은 후에는 시청자들의 환호 효과음이 따라 나왔다.

“왜 지금 이런 장면을 보여주지?”, “이게 어떤 면에서 ‘역지사지’를 경험하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나를 돌아봐>는 불친절할 뿐이었다. 문제의 ‘핫바’ 장면은 방송 당시보다 김수미와 입씨름을 한 조영남이 제작발표회 현장을 무단이탈한 후에 뒤늦게 화제가 됐는데, “도대체 왜 저랬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 4월 17일 방송된 KBS <나를 돌아봐>

<나를 돌아봐>의 원동력은 끊이지 않는 ‘논란’

돌아보면 <나를 돌아봐>는 계속 논란을 일으켜왔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에게 각인됐다.

여성 혐오 발언으로 비판 받았던 옹달샘 멤버들을 그대로 밀고 간 제작진의 ‘뚝심’ 역시 논란만 낳았다. 옹달샘 멤버들은 “(방청객으로 온 여자에게 줄) 환각제를 구비해 둘게”라거나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이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등의 발언이 뒤늦게 드러나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했다. 하차시키라는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지만, 제작진은 개의치 않았다.

4월 24일 방송에서 김수미는 “어쩌면 잘 터졌는지 모른다. 이번 일이 안 터졌으면 정말로 하차할만한 일이 터졌을 수도 있다. 너무 상처받지 말고 기죽지 마라”고 장동민을 위로했다. 5월 8일 방송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제국의 아이들 광희를 보며 “넌 얘가 자진사퇴해서 좋겠다 이 XX야”, “좋냐?”고 말했다. 셋 중 가장 여성비하 발언에 열심이었던 장동민은 <나를 돌아봐>에서만은 그저 ‘불미스러운 일’로 힘든 날을 보내는, 그래서 김수미에게 ‘위로 받는’ 어딘지 안 돼 보이는 캐릭터로 소비됐다.

그러던 장동민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급작스레 하차했다. 7월 8일 기자들에게 배포된 보도자료까지도 장동민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제작발표회에 임박해서야 하차 소식이 나와 또 한바탕 시끄러웠다. 정점은 13일 제작발표회였다. 김수미가 조영남-이경규의 분당 시청률이 가장 낮고 시청자들도 별로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고, 조영남은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면전에서 들어본 건 처음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사퇴하겠다고 돌발 발언을 했다. 잠깐의 입씨름 후, 조영남은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당황한 이경규가 ‘라디오 생방송’ 때문에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폭탄은 터지고 난 후였다.

다행히(?) 조영남이 녹화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7일 오후, 김수미가 <나를 돌아봐>에 하차 통보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단 4번 시청자들을 만났고, 한 번의 제작발표회를 한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잡음이 지나치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가진 ‘힘’으로 자생한다기보다 ‘논란’을 원동력 삼아 버겁게 이어왔던 <나를 돌아봐>의 정규편성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윤고운 PD는 5월 27일 심의위에 출석했을 당시 “막말 대명사격인 이경규가 조영남을 만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장동민이 욕쟁이격 김수미를 만난 것이다. 최대한 타인을 통해서 타산지석 삼아서 본인의 잘못된 점을 고쳐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같은 날 김성묵 소위원장은 “좋은 포맷의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있다. 종편에서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잘 되고, <삼시세끼>는 백상예술대상 상을 받았다. 그렇게 예능이 할 게 많은데 KBS에서는 왜 이렇게 하나?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이런 걸 기획해서 정규편성하려고 하는지… 안쓰럽다. 이런 컨셉과 포맷이 유지된다면 우리(심의위)와 접촉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를 돌아봐>는 이런 우려를‘기우’로 만들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봐선 어려울 것 같다.

   
▲ 5월 8일 방송된 KBS <나를 돌아봐>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