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현대HCN과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사업자 홈앤쇼핑이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HCN은 홈앤쇼핑 수수료는 다른 경쟁 홈쇼핑사업자에 비해 50%(10번대 A급 채널)에서 80%(지상파 채널 사이 S급) 가량 적은데, 2012년 홈앤쇼핑 런칭 이후 수수료는 동결돼 왔다며 ‘선 현실화-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홈앤쇼핑은 케이블 가입자과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만큼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HCN은 수수료를 낮춘다면 채널번호를 25번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고, 홈앤쇼핑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플랫폼사업자의 ‘갑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의견서를 발송했다.

홈쇼핑사업자(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IPTV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KT스카이라이프)가 운영하는 유료방송플랫폼에 입점하고 송출수수료를 지급한다. 계약기간은 보통 1년으로, 플랫폼사업자들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영업활동에 유리한 채널을 배정한다. 통상 지상파 사이 채널은 S급, 10번대는 A급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사업자들이 플랫폼사업자에게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2011년 6403억원, 2012년 8672억원, 2013년 9662억원, 2014년 10412억원으로 급증했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한 홈앤쇼핑은 2012년 830억원, 2013년 1047억원, 2014년 1169억원을 플랫폼사업자에게 줬다.

홈쇼핑사업자의 수익모델은 상품 제조‧유통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다. 이들은 평균 35%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플랫폼사업자에 일부를 건넨다. 송출수수료가 늘어난 배경에는 홈쇼핑사업자의 수가 늘어 채널 확보 경쟁이 세졌음에도 여전히 TV홈쇼핑을 통해 높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홈앤쇼핑은 후발사업자이지만 지난해 매출 3779억원, 영업이익 919억원, 당기순이익 754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7월 현재 홈쇼핑 채널은 7개이고, 여기에 T커머스사업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KT 올레TV의 경우, 50번대 내에 CJ오쇼핑(4번) NS홈쇼핑(6번) GS SHOP(8번) 홈앤쇼핑(10번) 롯데홈쇼핑(12번) 현대홈쇼핑(14번) K쇼핑(KT그룹 T커머스·20번) 아임쇼핑(제7홈쇼핑·22번) 롯데원티비(T커머스·36번) B Shopping(SK브로드밴드 T커머스·40번)으로 10개 홈쇼핑채널과 T커머스가 입점해 있다.

▲TV홈쇼핑 시장 구조. (이미지=미래창조과학부.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SO에게 홈쇼핑사업자는 가장 큰 ‘돈줄’이다. 특히 IPTV 등장으로 ‘가입자 뺏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방송상품은 저가가 됐고, 이 때문에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커졌다. 현대홈쇼핑 가입자(단자수 기준)는 2011년 3월 133만1571명에서 2014년 12월 136만960명으로 정체 중인데, 방송사업 매출 중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6.8%에서 2014년 35.3%까지 급등했다. 2011년부터는 홈쇼핑송출수수료(492억원→672억원→756억원→786억원)가 영업이익(492억원→596억원→513억원→573억원)을 상회하는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SO는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HCN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각 홈쇼핑사업자들이 HCN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는 30% 이상 많아졌다. 그러나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전용 방송이고 초기 사업자라는 이유를 들며 2011년 출범 이후 다른 홈쇼핑사업자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이런 까닭에 현대HCN은 우선 송출수수료를 인상(현대HCN은 이를 ‘정상화’라고 표현)하자는 입장이다. 현대HCN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2011년 이후 홈앤쇼핑은 (유료방송플랫폼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단 한 푼도 송출수수료를 인상하지 않았다”며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하지만 홈앤쇼핑이 먼저 4월께 수수료를 인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우리는 수수료를 현실화하거나 (홈앤쇼핑이 제시한) 수수료에 맞게 채널을 이동해야 한다고 했으나, 홈앤쇼핑은 번호를 옮기는 것은 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홈쇼핑사업자들은 SO 가입자가 빠져 나가고 있고 플랫폼 영향력이 줄고 있는 만큼 송출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앤쇼핑이 현대HCN에 두자릿수 수준 추가 인하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홈쇼핑업계는 전반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SO의 현장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판단해 수수료를 인하하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홈쇼핑의 영업이익이 늘었으니 송출수수료도 올려야 한다는 현대HCN의 논리는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현대HCN은 지난 6일 수수료를 10% 낮추겠다면 채널을 25번으로 옮길 것에 대해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냈다”며 “홈쇼핑으로서 매력이 없는 번호로 옮기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지만 이번 송출수수료 갈등에는 유료방송시장의 속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SO는 홈쇼핑사업자가 건네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힘 없는 갑’이 되고 있다. 홈앤쇼핑은 현대HCN의 영업권역인 서울 서초, 동작 등 알짜배기지역에서 뒷번호로 밀려나면 막대한 영업손실이 우려되는 ‘을’이다. 그러나 현대HCN의 수익구조를 흔들 수 있는 사업자로 성장했다. SO와 홈쇼핑의 관계가 역전되고 있는 이야기다. 합리적인 방안은 유료방송플랫폼을 통한 매출의 변동폭, 채널번호에 따른 영업경쟁력, 홈쇼핑사업자의 채널 확보 경쟁에 따라 송출수수료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현대HCN과 홈앤쇼핑은 정확한 자료 없이 힘싸움, 여론전만 펼치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SO의 수익구조는 더 불안정해지고 유료방송의 홈쇼핑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O와 홈쇼핑 두 진영 간 갈등이 심해질 수록 채널이동이 잦아져 애먼 가입자만 피해를 보게 됐다.

▲ 재산상황으로 본 방송사업자간 거래 관계도 (자료=방송통신위원회.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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