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위기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가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기본적인 경제 상식에도 어긋나거나 통계 자료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심스러운 내용을 사설에까지 버젓이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중동의 보도 행태는 그리스 경제위기의 진정한 원인 분석 및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데 장애로 작용하는 편협한 프레임을 유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GDP 12% 수준의 그리스 공무원 보수, 조중동에서는 ‘GDP 50% 이상’

가장 상식에서 벗어난 조중동의 그리스 경제위기에 대한 기사는 ‘그리스 공무원 월급이 GDP 대비 50% 이상’이라는 보도이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비단 지난 몇 주간 그리스 경제위기가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처음 출현한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미 2012년과 2013년 각각 <[만물상] 그리스 공무원 퇴출>(2012.08.20.), <그리스 공무원 철밥통 깨져…올해 2만5000명 감원>(2013.1.4.)을 통해 ‘85만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만 GDP의 53%를 차지한다. 정부가 2004년부터 5년 동안 실업률을 낮추려고 7만5000명을 더 뽑은 탓’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긴축안 국민투표와 구제금융 합의안 협상 등 그리스 경제위기가 급박하게 전개되면서부터 ‘그리스 공무원 월급이 GDP 대비 50% 이상’이라는 비상식적인 보도는 조중동 사설에까지 등장했다. 지난 2일 중앙일보는 사설 <정부·국민이 자초한 그리스 국가 부도>에서 “공무원은 ‘황제 복지’를 누렸다. 하도 지각이 많아 제시간에 출근만 하면 ‘정시 수당’까지 줬다. 85만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이 GDP의 50%가 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사설 <‘철밥통 공무원’ 개혁 못해 국가부도 맞은 그리스의 비극>에서 “공무원 월급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50%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 7월 2일자 중앙일보 사설

이러한 조중동의 ‘그리스 공무원 월급이 GDP의 50% 이상’이라는 보도는 국제기구의 통계자료를 살펴볼 것도 없이 GDP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경제 상식만 알아도 거짓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준구·이창용 공저의 <<경제학 원론>>(법문사, 1997)과 같은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지출 관점에서 GDP(국내총생산)는 소비(C), 투자(I), 정부지출(G), 그리고 순수출(X)의 합 - (GDP=C+I+G+X) - 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공무원 월급은 정부지출의 하위 범주인 정부투자지출과 정부소비지출 중 소비지출에 속하는 한 항목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중동의 주장대로 ‘GDP의 50% 이상이 공무원 월급’이 되려면, 정부가 공무원 월급만 주고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는 조직이 아닌 다음에야 정부지출이 GDP의 70-80%가 되어도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해 공무원 월급이 GDP의 50% 이상이 된다면, 상식적으로 정부 지출이 GDP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민간 소비나 투자, 그리고 순수출은 무의미한 수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GDP 대비 대외무역비중도 매우 낮은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국가라면 또 모를까 엄연한 자본주의 국가이자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에서 정부 지출이 GDP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OECD에서 발간하는 <<한 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2015>>를 보면 그리스의 GDP 대비 공무원 보수 비중은 2007년 10.87%, 2008년 11.43%, 2009년 12.92%, 2010년 12.33%, 2011년 12.49%, 2012년 12.44%, 2013년 11.99%, 2014년 12.01%로 조중동의 ‘GDP의 50% 이상이 공무원 월급’이라는 주장과 비교해 볼 때 GDP 대비 1/4~1/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또 OECD에 따르면 2014년의 경우 GDP 대비 그리스 정부 지출(government expenditure)은 49.3%였으므로, 정부지출의 24.3%가 공무원 보수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그리스 공무원 보수의 정부지출 대비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것도 아니다. 시사인 409호(2015.7.18.)에 보도된 이종태 기자의 <복지 탓이라고? 아니거든요>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2014년 ‘정부지출 대비 공무원 보수’는 평균 23.6% 내외였다고 한다. 그 중 한국은 정부지출 가운데 21.1%, 덴마크는 29.5%, 프랑스는 22.7%. 미국은 25.8%, 영국은 21.4%, 독일은 17.6%를 공무원 보수로 사용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OECD 26개국 중 이 통계수치가 20%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체코, 독일, 일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5개국에 불과했다.

그리스 공무원 규모, 북유럽·프랑스·러시아·영국 이하 수준

조중동은 또한 그리스 공무원 규모가 ‘노동가능 인구 4-5명 중 1명’이 될 만큼 비대하다고 비난해왔다. 조선일보는 <[뉴스쇼 판] 공무원연금 퍼준 그리스, 재정적자 악화로 부도 위기>(2015.5.9.)에서 자사 계열 종편 TV조선의 기사를 소개하며 “30만 명이던 공무원 수도 83만 명까지 늘어나 현재는 노동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공무원”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2일 사설 <‘철밥통 공무원’ 개혁 못해 국가부도 맞은 그리스의 비극>에서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무엇보다 그리스가 공무원 수와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줄이는 개혁을 하지 못한 것이 큰 몫을 했다”면서 “그리스에서는 노동가능 인구 5명 중 1명, 전체 숫자로는 85만 명이 공무원이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중동의 보도는 공공 부문의 비중이 큰 유럽 국가들의 전반적인 특성을 무시한 사실 호도이다. OECD의 <<인적 자원 개발 : 나라별 프로필(Human Resources Development : Country Profiles) 2010년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OECD 회원국의 총 노동인구(labour force) 대비 일반 정부 부문(general government sector) 고용 인원수(공무원수, 공기업 노동자는 제외)의 평균 비율은 15.1%였고, 유럽연합 평균은 16.28%였다. 이 자료에서 그리스는 총 노동인구 대비 일반 정부 부문 고용 인원 비율이 7.9%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5.7%), 일본(6.7%)에 뒤이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또한 그리스 전문 영문 웹진 greekreporter.com의 기사 <The Number of Public Workers in Greece Declines, says Census>(2012.4.10.)의 보도처럼 2010년 OECD에 보고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괄한 그리스 공무원 수 76만 8544명을 기준으로 총 노동인구 대비 비중을 계산해도 유럽연합 평균보다 약간 높은 17.6%밖에 되지 않는다.

OECD의 <<한 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2015>>에 기재된 그리스 공공 부문 노동자의 고용 비중 역시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리스의 총 취업자수 대비 공공부문 고용인원 비중은 2009년 22.18%(OECD 평균 21.09%), 2013년은 22.62%(OECD 평균 21.28%)였고, 총 노동인구 대비 공공부문 고용인원 비중은 2009년 19.95%(OECD 평균 19.37%), 2013년 17.54%(OECD 평균 19.32%)였다. 이러한 그리스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OECD 평균은 물론이고 한국처럼 2013년 현재 총 취업자수 대비 공공부문 고용인원 비중이 7.6%, 총 노동인구 대비로는 7.4%밖에 안될만큼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낮은 나라를 제외하고 유럽 국가들의 해당 수치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조중동의 보도대로 그리스의 공무원 숫자나 공공부문 비중이 경제위기의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라면, 같은 논리로 그리스 이상의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비중을 지닌 나라들도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중동식 논리는 그리스보다 더 높은 총 노동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과 공공부문 비중을 갖고 있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복지와 경제 발전을 달성하는 북유럽 국가들과 같은 사례에 의해 충분히 반증된다. OECD의 <<인적 자원 개발 : 나라별 프로필>>에 따르면 총 노동인구 대비 일반 정부 부문 고용 비중은 덴마크 26.8%, 노르웨이 30.5%, 스웨덴 26.2%, 핀란드 22.8%로 나타난 것이다. 그 외 슬로베니아 22.5%, 러시아 20.2%, 헝가리 20.1% 등 그리스보다 1인당 GDP가 낮거나 비슷한 나라도 20% 이상의 총 노동인구 대비 일반 정부 부문 고용 비중을 보였다. <<인적 자원 개발 : 나라별 프로필>>에서 프랑스는 총 노동인구 대비 일반 정부 부문 고용 비중이 19.5%, 영국도 17.5%를 기록했다. 또 greekreporter.com의 기사 <The Number of Public Workers in Greece Declines>(2012.4.10.)에서는 프랑스와 영국의 총 노동인구 대비 공무원 비중을 대략 21%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연금 지출, 과연 방만한가?

조중동은 복지 때문에 그리스 경제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그리스 연금이 너무나 후하게 지급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사설 <정부·국민이 자초한 그리스 국가 부도>에서 “[공무원들이] 58세면 퇴직해 재직 때 월급의 98%만큼 연금을 평생 받았다”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철밥통 공무원’ 개혁 못해 국가부도 맞은 그리스의 비극>에서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95%로 퇴직 이전에 받던 월급을 거의 그대로 연금으로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도 <[뉴스쇼 판] 공무원연금 퍼준 그리스, 재정적자 악화로 부도 위기>(2015.5.9.)에서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95%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 10일 류근일 전 주필의 칼럼 <자유주의 버리고 포퓰리즘 껴안은 유승민>에서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급진 좌파 뺨치는 포퓰리즘 시책을 경쟁적으로 팔고 다녔다’고 비난하면서 생뚱맞게 “그리스를 망친 것은 포퓰리즘, 즉 '민중민주주의'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류 전 주필은 “은퇴자 연금이 퇴직 전 월급의 92%였다니 나라가 어떻게 망가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오죽하면 사회당의 테오도로스 팡갈로스 부총리도 이렇게 개탄했을까? ‘우리 그리스인들 모두가 함께 먹어치웠다’”라며 그리스가 방만한 연금 지출 등 복지 정책으로 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조중동의 주장대로 과연 그리스 연금 지출은 방만한가? 일단 OECD 회원국의 연금 제도 및 정책에 대한 보고서 <<한 눈에 보는 연금(Pension at a glance) 2007>>에 따르면 그리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95-98%라는 조중동의 보도가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한 눈에 보는 연금 2007>>은 2004년 상황을 기준으로 회원국의 연금 제도와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됐는데, 소득비례연금과 최저연금을 합한 그리스 연금의 총 소득대체율(gross replacement rates)은 95.7%를 기록했다. 이 같은 그리스 연금의 총 소득대체율은 2006년 상황을 기준으로 작성된 <<한 눈에 보는 연금(Pension at a glance)>> 2009년 판, 2008년 상황을 기준으로 작성된 2011년 판에서도 똑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리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긴축 차원에서 대대적인 연금 삭감을 단행한 2010년 이전 항상 95-98%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상황을 기준으로 작성된 <<한 눈에 보는 연금(Pension at a glance 2005>>에 따르면 그리스의 소득비례연금과 최저연금을 합한 총 소득대체율은 84%를 기록했다. 따라서 그리스 연금 총 소득대체율이 95% 이상을 기록한 기간은 2003-2010년 사이 7년 남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그리스는 긴축 차원에서 대대적인 연금 삭감 및 수급 개시연령 상향 조치를 단행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연금이슈와 동향분석>> 제22호에 실린 정인영 부연구위원의 <그리스의 연금개혁과 시사점>에 따르면 총 소득대체율은 90%대에서 60%대로 30% 이상 낮춰졌고, 연금 수급 개시연령도 남성 65세, 여성 60세에서 남녀 65세로 단일화됐고, 2013년에는 67세로 상향조정되었다. 또한 OECD <<한 눈에 보는 연금(Pension at a glance) 2013>>에 따르면 그리스 기초비례연금과 최저연금을 합계한 소득대체율은 중위소득자 기준으로 64%인데, 구체적으로 평균소득 0.5배 소득자는 75.4%, 0.75배 소득자는 61.1%, 평균소득자는 53.9%, 평균소득 1.5배 소득자는 46.7%, 평균소득 2배 소득자는 43.1%를 기록했다. 이 같은 사실을 통해 조중동이 보도한 것처럼 그리스 연금의 총 소득대체율이 95% 이상을 기록한 기간도 7년 남짓이지만, 그마저도 이젠 옛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금 관련 통계에서 총 소득대체율만큼 중요한 지표는 연금 수령자의 평균 가입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연금 가입기간을 모두 채운 가입자의 경우에나 총 소득대체율만큼의 연금을 받을 수 있고,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총 소득대체율과 연금수령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인영의 <그리스의 연금개혁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그리스 국민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25.1년(남성 27.5년, 여성 20.8년)이다. 반면 스페인은 37.6년(남성 39.9년, 여성 31.3년), 이탈리아는 30.7년(남성 33.9년, 여성 27.1년), 스웨덴은 37년(남성 40년, 여성 34년), 영국은 35년(남성 42년, 여성 26년)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그리스 국민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이 25.1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2010년 연금 삭감 이전 총 소득대체율이 95.7%라 하더라도, 간단한 비례식을 통해 단순계산을 해보면 평균적인 그리스 국민들은 37년의 가입기간을 모두 채워 은퇴 전 소득의 95.7%에 달하는 연금을 수령한 게 아니라 중위소득자 기준 OECD 평균 총 소득대체율 60.8%(<<한 눈에 보는 연금>> 2007, 2009년 판 기준)보다 4% 가량 높은 64.9%의 총 소득대체율에 해당하는 연금을 수령했다고 추산할 수 있다. 대폭적인 연금 삭감이 이뤄진 2010년 이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중위소득자를 기준으로 평균적인 그리스 국민들은 40년의 가입기간을 모두 채워 64%의 총 소득대체율에 따른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현재 OECD 평균 57.9%(여성 57.2%)보다 18% 가까이 낮은 40.16%의 총 소득대체율에 따른 연금을 수령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연금의 총 소득대체율과 평균 가입기간 못지않게 ‘복지 때문에 그리스가 망했다’는 조중동의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이다.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의 유로존 18개국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은 2002년 12.7%, 2003년 12.7%, 2004년 12.7%, 2005년 12.7%, 2006년 12.4%, 2007년 12.2%, 2008년 12.4p%, 2009년 13.5p%, 2010년 13.5p%, 2011년 13.5p%, 2012년 13.8p%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은 2002년 11.8p%, 2003년 11.5p%, 2004년 11.7p%, 2005년 12.2p%, 2006년 12.1p%, 2007년 12.3p%, 2008년 12.7p%, 2009년 13.5p%, 2010년 13.9p%, 2011년 14.9p%, 2012년 17.5p%로 나타났다.(이상 p는 잠정치) 경제위기로 GDP 규모가 크게 감소하여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이 높게 나타난 2011년 이후를 제외하면,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은 대체로 유로존 18개국 평균 수준에서 약간 높거나 낮은 정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조중동이 주장하는 것처럼 은퇴 이전 소득의 95% 이상의 연금을 수령하는 이는 연금 가입기간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소수의 노동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2003-2010년 사이 7년 간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고, 2010년 기존 연금 수령자의 연금까지 삭감하는 대폭적인 연금 삭감이 단행되면서부터는 그리스에 은퇴 이전 소득의 95% 이상의 연금을 받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연금 총 소득대체율이 95.7%를 기록한 2003-2009년 기간 동안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은 11.5%(2003년)에서 13.5%(2009년)으로 유로존 18개국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 평균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중동이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2003-2010년 사이의 그리스 연금 총 소득대체율만을 갖고 마치 그리스가 연금 때문에 망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부분적인 사실을 가지고 총체적 진실을 호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그리스, 결코 ‘복지천국’이 아니다

사실 그리스의 사회 복지 지출 수준은 유럽 기준으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시사인 409호(2015.7.18.)에 보도된 이종태 기자의 <복지 탓이라고? 아니거든요>에 따르면 유럽연합통계국 자료에 집계된 2007년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보장 급여’ 비율이 24.8%였다고 한다. 이는 당시 유로존 평균 26.8%보다 낮은 것은 물론, 프랑스 30.9%, 독일 27.7%, 핀란드 25.4%보다도 낮다. 그리스보다 ‘GDP 대비 사회보장 급여’ 비율이 낮은 나라는 과거 동유럽 공산 국가였던 헝가리(22.7%), 불가리아(14.1%), 루마니아(13.6%) 등이었을 뿐이다. 또한 같은 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통계국에 나타난 ‘1인당 사회보장 수령액’의 경우, 2007년 그리스는 4643.6유로로 유로존 평균 7052.77유로의 2/3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덴마크는 12392.3유로, 스웨덴은 10467.8유로, 프랑스는 8777유로, 독일은 7976.7유로의 사회보장 급여를 받았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2년에는 1인당 사회보장 급여의 유로존 평균이 7648.58 유로로 늘어났지만 그리스는 4484 유로로 줄어들었다.

그리스의 빈곤율 역시 다른 유로존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의 <복지 탓이라고요? 아니거든요>에 따르면 유럽연합통계국에서 집계한 ‘빈곤과 사회적 배제의 위험에 처해 있는 인구’ 비중이 그리스는 2007년 현재 유로존 평균(21.7%) 보다 6.6% 포인트 높은 28.3%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동유럽 국가들을 제외하면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가장 높았다. 뿐만 아니라, 2013년이 되면 그리스의 해당 항목 수치가 35.7%로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해 유로존 평균(23.1%) 보다 12.6%나 높은 것이다. 노인 빈곤율 역시 높은 수준인데, 정인영의 <그리스의 연금개혁과 시사점>에 따르면 OECD의 노인빈곤율 평균값이 2007년 15.1%에서 2010년 12.8%로 감소한 반면, 그리스는 2007년 15.2%였던 노인빈곤율이 2010년에는 15.8%로 증가했다.

반면에 시사인 이종태 기자의 <복지 탓이라고요? 아니거든요>에 따르면 OECD ‘1인당 연간 노동시간’ 항목에 집계된 그리스의 노동시간은 2007년 2111시간, 2013년 2060시간이었다. 2013년 기준으로 그리스인들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같은 해 2237시간을 기록한 멕시코와 2163시간을 기록한 한국에 이은 3위였던 것이다.

이렇듯 일부 부패한 기득권세력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그리스인들에게 그리스는 결코 ‘복지천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그리스가 마치 복지 때문에 망했던 것인 양 몰았다. 이러한 조중동의 보도는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인과 복지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행태다. 그리스 공무원 집단과 복지 체계의 진정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라도, 조중동은 제발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갖추고 사실 확인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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