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은 ‘장르 파괴’라는 신선한 시도를 할 때가 종종 있다. <모비딕>처럼 배우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공연하는 액팅 뮤지컬이 있는가 하면, <셜록 홈즈>처럼 뮤지컬에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추리 서스펜스라는 장르를 뮤지컬에 접목하여 성공을 거두는 식으로 기존 뮤지컬 공식에 도전장을 내미는 장르 파괴 뮤지컬이 종종 있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뮤지컬과 야구라는, 궁합이 맞지 않을 것만 같은 이질적인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들어 관객의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콧잔등을 적시는 ‘감수성 200% 뮤지컬’이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이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이승엽과 김건덕이라는 실존 인물의 우정과 야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김건덕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썸’을 타는 효정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가요계에서 낯익은 얼굴이 효정을 더블캐스팅으로 연기하고 있다. 전 쥬얼리 멤버이자 <슈퍼스타K> 시즌 1의 박세미다. 효정을 연기하는 박세미는 그의 주무기인 ‘가창력’과 함께 갈고 닦은 ‘연기’를 무대에서 뽐내고 있었다. 이는 2년 전 <미스터 온조>를 통해 뮤지컬 데뷔를 치른 후 얻은 박세미의 ‘무대 공력’ 덕일지도 모른다.

- 뮤지컬 내용 가운데서 어디까지가 실화인가

“김건덕 감독님과 이승엽 선수가 친구 사이라는 것, 두 분이 대학 가기가 싫어서 수능 커트라인인 40점 이하로 수능을 보기로 한 것(당시 대학 야구부는 팬티만 입고 뺑뺑이를 돌리는 등 얼차려가 심했다. 그런데 대입특기자가 수능 커트라인인 40점 이하를 맞으면 대학 입학이 자동적으로 취소되어 대학에 가지 않을 수 있었다) 등은 실화다. 하지만 김건덕 감독님과 아버지가 갈등이 있었다는 점, 효정이 김건덕 감독님의 친구였다는 설정은 만들어진 허구다.”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박세미 ⓒ벨라뮤즈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란 뮤지컬의 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건덕 감독님은 힘든 일을 겪으며 생의 나락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고 빛의 속도로 생각을 바꿔 마침내 역경을 이겼다. 생각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빛의 속도로 간다’라는 뮤지컬 제목이 만들어졌다.”

- 효정은 건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효정은 승엽이를 완전한 친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건덕을 바라볼 때에는 승엽을 바라볼 때처럼 우정만 있는 건 아니다. 19살에서 26살이라는 7년 동안의 나이대를 효정이 연기해야 한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건덕을 이성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있지만, 7년 뒤에는 우정으로 건덕을 바라보는 마음이 강하다.”

- 극 후반부에서 건덕이 효정을 차갑게 대할 때 효정의 심정은 어땠을까

“효정은 건덕이 힘들어할 때 건덕이 선수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돌보아주고 싶은 마음이 큰데 건덕이는 효정의 바람과는 반대로 자기 자신을 포기한다. 이런 건덕을 바라보는 효정의 심정이란 슬프고 속상했을 것이다.”

- 재작년에 <미스터 온조>로 뮤지컬 데뷔를 했다

“당시는 처음 뮤지컬을 하던 때라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다. 뮤지컬 선배님들이 하는 걸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배우기 바빴다. 무엇을 알아야 생각이라도 할 텐데,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미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커튼콜 할 때에는 공연이 무사히 끝나서 기분이 좋았고,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 <슈퍼스타K> 무대와 뮤지컬 데뷔하기 바로 전 대기실에 기다리던 때 중 어느 때가 가장 떨렸는가

“<슈퍼스타K>다. 뮤지컬을 할 때에는 쥬얼리 활동을 하던 때였고, 주변에 도와주시는 배우도 있었다. 하지만 <슈퍼스타K> 당시에는 어리기도 했지만 무대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 그 큰 무대에서 저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박세미 ⓒ벨라뮤즈
- <슈퍼스타K>와 쥬얼리로 부르던 노래와 뮤지컬 넘버의 차이점이 있다면?

“뮤지컬은 노래가 대사의 의미를 갖는다. 가수로 활동할 때에는 음정과 박자에 신경 써야 하는 노래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뮤지컬 넘버는 대사의 일부라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 답변처럼 뮤지컬을 할 때에는 노래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연기도 소화해야 한다

“쥬얼리 활동을 마치고 연기를 많이 배웠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몰랐던 부분을 배우게 된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같은 경우만 보아도 효정의 전체 사연에 집중하게 되더라. 이전 같으면 화나는 장면에서는 화가 나는 장면만 집중했을 테지만, 지금은 효정의 전후 사정도 모두 생각하게 되어 보는 눈이 넓어졌다.”

- 쥬얼리 멤버였던 김은정, 하주연씨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공연장을 찾아왔다

“언니들이 저를 응원하러 와주었다. “언니들, 보러 안 올 거에요?”하고 요청하니 언니들이 “모레 갈게”하고 즉각 와주셨다. 공연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응원해주었다.”

-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바라보실 것이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연기 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선입견이 강하지는 않다 해도,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기를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영화를 많이 보고, 여행도 다니고, 책을 많이 읽어 간접경험을 쌓는 것도 연기에 중요할 것이다. 다양한 연기를 쌓아두었다가 연기할 때 쌓아두었던 경험을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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