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의 등장은 라디오매체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이었다. 사람들은 라디오는 곧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디오는 건재했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라디오는 곧 없어 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라디오는 역시 건재하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들을 진행 중에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의 경우, 요가를 선보여 청취자들의 호응을 받았었고, 보이는 라디오는 이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됐다. '공동체 라디오'라고 하는 작지만 알찬 소통의 수단도 생겨났다. 라디오 매체는 어떻게 변화돼 왔고 그 현재적 의미성은 어떠한 것일까? <미디어스>의 이번 주말 제안은 라디오이다. <편집자>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기존 매체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주류미디어라 불리던 신문과 텔레비전의 구독률·시청률 등의 감소는 바로 이러한 변화를 반증하는 것인데, 시청자들이 자신의 미디어 환경에 맞는 매체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현재의 변화를 과거의 올드미디어, 뉴미디어라는 이분법적 시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방송프로그램은 과거에 비해 시청률이 낮더라도 다른 매체들을 통해 동일한 방송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하며, 올드미디어라고 불리던 라디오가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만나면서 대중들과 더욱 친밀감 높은 매체로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라디오 매체의 변화는 조금 특별한데, 라디오만이 가지고 있던 친밀성, 청각중심의 메시지 전달, 동시성 등의 특징이 새로운 기술을 만나면서 또 다른 진화를 하고 있다. 뉴미디어매체의 이용이 일상화된 현재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특징이다.

실제로 현재 각 방송사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라디오 방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청취자들의 의견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온라인 게시판 등을 운영하는 것은 라디오만의 친밀성의 확장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라디오를 주목하는 이유는, 라디오가 새로운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청취자들과의 상호작용성을 높이고, 친밀감과 동시성을 더욱 확장시키는 미디어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기술을 잘 도입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와 함께 대중들이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타 매체와 차별성을 가지고 흡수하면서도 라디오만의 고유한 특성을 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라디오만이 가지고 있는 일상성과 친밀감이라는 특징은 단순히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대중들의 일상 속에서 살아왔고 또 여전히 살아가는 라디오만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격동50년>, <싱글벙글 쇼>, <여성시대> 같은 프로그램들이 존재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며, 오랜 시간 라디오를 지키는 라디오스타들이 있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클래식 채널과 같은 전문적인 음악채널,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처럼 전문적인 라디오 채널의 발굴과 지속성도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최근 라디오의 친밀성이 크게 부각받으면서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 따라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FM채널의 경우 TV처럼 청취율을 의식한 잦은 진행자의 교체로 청취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프로그램이 지녀야할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인기위주로 선정된 진행자들은 진행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진행과정에서의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 방송사마다 제시하고 있는 동시간대 최고 청취율은 객관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송사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청취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들만이 너무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디오 매체의 고유한 장점과 기획을 살리지 못한다면, TV매체가 심한 경쟁으로 각 채널별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유사한 포맷의 유사한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있는 방식을 답습하게 될지도 모른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특정인들이 주인공인 것과는 달리, 라디오는 진행자도 제작자도 아닌 청취자들이 주인공이다. 따라서 동시간에 많은 청취자들이 방송을 듣고 있지만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해석도 가능하고 혹은 동질감도 느낄 수 있는 라디오의 무한한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라디오만의 충실함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기준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라디오는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라디오를 켜고 세상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해보자. 라디오를 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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