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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시청률을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 더 치열한 ‘전투’[분석]사업자 투자 대신한 방통위, 통합시청률 논의의 이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7.13 13:34

매일 아침 포털사이트에는 시청률 기사가 뜬다. ‘삼시세끼, 9주 연속 동시간대 1위’ 같은 제목의 기사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진다. 독자들은 닐슨코리아와 TNS 같은 시청률 조사기관이 만들어내는 이런 기사를 보며 특정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한다. 그러나 시청률 자료는 시청자가 아닌 방송사와 광고주를 위한 생산된다.

시청률이 얼마냐에 따라 광고비가 달라진다. 방송사는 광고주에게 수도권유료방송가구나 세대별 시청률을 제시하며 “우리 프로그램에 광고를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광고주는 자신이 어필해야 할 집단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집행한다.

문제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에 방송을 볼 수 있는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손에 꼽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변화했다. 실시간시청률이 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시청자의 20%가 VOD(주문형비디오)로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광고가 방송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향하고 있는 만큼 방송사는 광고주에게 내밀 새로운 자료가 필요해졌다. 여러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포함한 통합시청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시청률이 권위를 가지려면 우선 방송사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고 방송사별로 부각할 장점이 제각각인 만큼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VOD 히트수가 높은 프로그램이 많은 방송사들은 이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실시간 시청률과 비실시간 시청자에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줘야 할지다. 포털이나 IPTV의 모바일TV의 시청률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TNS가 오는 15일 ‘VOD 시청률’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격론이 오가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논의를 주도하는 주체가 방송사도 광고주도 아닌 정부라는 데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방송통신 융합 시대, 신문방송 겸영 시대(2009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근거 마련)에 맞춰 ‘통합시청점유율’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여론 독과점을 새롭게 측정하고 규제할 목적이다. 그리고 시청점유율은 소리 소문 없이 ‘통합시청률’로 변신했다.

   
▲ 10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열린 통합시청률 토론회. 오른쪽은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황성연 닐슨컴퍼니 코리아 부장.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황성연 닐슨컴퍼니 코리아 부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 2층에서 열린 토론회 <통합시청률 조사방법 타당성 확보방안>(한국언론인협회 주최, 방송통신위원회 후원)에서 “사업자가 해야 할 투자를 방통위가 대신해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생태계 규제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방송사와 광고주를 위해 돈을 대고 있는 꼴이다.

어찌됐든 방송사와 광고주를 위한 ‘통합시청률’은 연내 나온다.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정책과 곽동엽 사무관은 “2010년부터 (신문부수를 고려한) 시청점유율을 조사해왔지만, 그 동안 시청행태가 많이 변화한 까닭에 규제의 타당성이 떨어졌다”며 “고정형TV, PC,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실시간과 비실시간을 나누고 플랫폼 별로 합산하되 가중치는 평등하게 주는 방식의 통합시청점유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TNS가 수행한 시범조사 결과를 본 뒤, 하반기 중 향후 방향과 본조사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수싸움이 치열하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방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통합시청률 도입이 광고에 미칠 영향”이라며 “VOD 등이 시청률에 합산이 되면 현재의 시청율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이는 광고 단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VOD 시청이 많은 프로그램과 방송사(JTBC, tvN 등)들에게는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콘텐츠사업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 특히 TV가 생활매체의 자리를 스마트폰에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주는 ‘가구’가 아닌 ‘개인’에 대한 시청률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기존 가구 시청률 25~30%는 권위를 잃게 된다. 황성연 부장은 “TV는 한 대인데, 휴대폰은 4대다. 이렇게 되다 보면 (광고주는) 가구 시청률보다 개인 시청률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사로서는 치명타다. 황성연 부장 말대로 “VOD 시청률을 내놓는 순간, 광고주와 한판 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 10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열린 통합시청률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실시간 시청률에는 광고를 포함해 ‘시간’ 개념이 있지만 VOD에는 이 개념이 삭제된다. 광고주가 주목하는 2049세대의 VOD 이용시간이 급증하지만 VOD에는 방송사의 미디어렙(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영업한 광고가 아닌 KT 같은 유료방송사업자가 영업한 광고가 붙어 방송사에게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콘텐츠사업자는 광고영업에 더 불리해진다. 이런 까닭에 시청점유율은 ‘실시간시청률과 일정기간 VOD 시청횟수를 연동’하는 방식이 되고, 시장에서의 권위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석철 SBS 전문위원은 “(광고주에게 제시할 통합시청률 같은 지수를) 만들려고 1년 동안 노력했지만 시청률과 VOD 건수를 동시에 제시하는 것밖에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하고 공인할 만한 통합시청률 지수는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게 토론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상설기구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할 수는 있겠지만,플랫폼과 디바이스가 다변화한 만큼 합의하고 공인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대로라면 각 사업자들이 각개전투를 시작하고 방송광고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가능성이 크다. CJ E&M이 닐슨과 함께 ‘콘텐츠 파워 지수’를 만들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프로그램 몰입도(PEI)’를 자체 생산한 것처럼 사업자 별로 광고주에 어필할 지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산정방식을 둘러싼 논란보다 방통위를 향하는 다양한 ‘요구’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방송광고판매대행자들은 통합시청률 논의에 발맞춰 온라인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 이른바 ‘크로스미디어 판매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박석철 SBS 전문위원은 “(통합시청률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게 하려면 ‘사업자들이 합의해라’라는 게 아니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이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콘텐츠사업자들은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정확한 ‘VOD 시청률’ 자료를 받고, VOD에 자신이 영업한 방송광고를 붙이는 것이다. 콘텐츠 재생산을 위해 방송광고 제도를 콘텐츠사업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시청률에 맞춰 VOD 안에 중간광고를 넣고, 간접광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이어질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가보면, 방통위와 거대 사업자 위주로 진행 중인 통합시청률 논의는 현재의 1공영-1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쪼갤 수 있다. 시청률은 통합하되 방송광고는 사업자별로 쪼개야 한다는 주장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실시간 시청률이 권위를 잃었고, 사업자들은 각개전투를 시작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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