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MBC 신사옥에서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이하 <밤선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바로 내일(8일) 밤 10시부터 첫 방송을 시작하는 <밤선비>는 동명의 만화(원작자 : 조주희, 한승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멜로 사극이다. 동시에 수호귀 김성열(이준기)과 흡혈 요괴인 귀(이수혁) 등 사람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뱀파이어물’이기도 하다.

▲ 8일 밤 10시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사진=MBC)

주인공 김성열은 함께 공부했던 정현세자(이현우)를 통해 흡혈귀의 존재를 우연히 알아챈 이후 죽음을 맞는다. 그의 정인 명희(김소은/1인 2역)와의 혼인을 사흘 앞둔 때였다. 120년 후, 그는 보름달 뜨는 날 밤마다 천벌을 받아 마땅한 자들의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로 부활하는데 사람들은 나라님도 손 쓸 수 없는 악당을 응징하는 김성열을 ‘밤선비’라 부른다.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아,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김성열은 왕 위에 군림하는 귀를 없앨 수 있는 비책이 담긴 ‘정현세자 비망록’을 찾기 위해 애쓴다. <밤선비>는 김성열이 비망록을 찾는 과정에서 책 파는 남장여자 양선(이유비), 명희와 꼭 닮은 혜령(김소은/1인 2역), 양선을 짝사랑하는 적통 세손 윤(심창민), 조선 최고의 예기이자 자신의 심복이 되는 수향(장희진) 등 다양한 인물과 만나며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밤선비>, 뱀파이어물 ‘부진 늪’에서 살아날까

올해 들어 뱀파이어가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는 장르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추세다. KBS 월화드라마 <블러드>와 현재 방송 중인 KBS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각각 ‘지상파 최초의 판타지 의드(의학 드라마)’, ‘감성 뱀파이어 로맨스’를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블러드>는 주연배우의 연기력 논란을 남긴 채 종영했고 <오렌지 마말레이드> 역시 최고 시청률 4.9%(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밤선비>는 오싹한 판타지 속에서 드러나는 거대한 비밀과 인물들을 통해 이해와 용서가 주는 행복을 그리며 불패신화를 이뤄온 MBC 판타지 멜로의 전통을 이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출을 맡은 이성준 감독 역시 “조선판 판타지 뱀파이어 사극이다. 기존 사극과 다른 점을 가져가기 위해 혜령이란 인물이 추가됐고 멜로 라인을 넣는 등 사극에서만 보았던 구조를 변용하려고 한다”며 “다소 상투적이고 식상한 소재인 뱀파이어물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더 잘 다가가게 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예쁘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성준 감독은 또한 “뱀파이어물에서는 신기함, 볼거리 이런 것이 강조되지만 (<밤선비>는) 사랑하는 이의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성열의 멜로가 주요 포인트”라며 “(현재 방송되고 있는) <화정>과 <징비록>은 저희 드라마보다는 얘기하려는 담론 자체가 크고 거시적이라면 저희는 조금 덜 무거운, 더 가벼운 달달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청춘멜로’에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총잡이>, <아랑사또전>, <일지매> 등 다수의 사극에 출연해 ‘상투 튼 모습’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이준기가 주인공 김성열을 맡았다. <구가의 서>, <피노키오> 등에 출연했던 이유비가 양선 역을 맡았고, <마의>, <라이어 게임> 등에 출연했던 김소은이 명희와 혜령 1인 2역을 소화한다. 이수혁은 <뿌리 깊은 나무>, <상어>의 이수혁이 절대악으로 표현되는 흡혈귀 ‘귀’에, <파라다이스 목장>으로 연기 데뷔를 한 바 있는 심창민은 겉은 한량 같지만 치밀하고 명석한 세손 윤에 캐스팅됐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내 딸 서영이>의 장희진이 김성열의 심복인 수향으로 분한다.

▲ 왼쪽부터 심창민, 김소은, 이준기, 이성준 감독, 이유비, 이수혁, 장희진 ⓒ미디어스

이성준 감독은 “제가 사극을 조금 해서 사극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알고 있는데 준기씨는 여러분들이 보셨듯이 흠 잡을 데가 없다. 너무나 훌륭하고 성격 좋고 연기 잘해서 0순위였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 나이대를 다 낮추려고 노력했다. 젊고 어리고 밝고 명랑하게. 무겁고 칙칙하고 올드한 (사극의) 이미지를 없애려고 하다 보니 준기씨 빼고 캐스팅된 배우들의 나이가 거의 다 20대”라고 설명했다.

이준기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벗을 잃게 되고 뱀파이어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슬픔 숨기고 절대 악인 귀와 운명적인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이번에는 흡혈귀 표현해야 해서 역시나 어렵다.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 하면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흡혈귀 그릴 수 있을까 상상하고 그려가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현장은 상당히 즐겁고 (여기서) 좋은 에너지 많이 받아서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준기는 “최대한 연기적인 측면이나 현장 대하는 태도라든지 이런 것들로 100%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실 때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저 배우가 저 배역을 위해서 정말 노력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항상 긴장 늦추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황후>, <해를 품은 달>, <계백> 등을 연출한 이성준 감독과 <커피프린스 1호점>과 <파라다이스 목장>을 쓴 장현주 작가가 뭉친 <밤을 걷는 선비>는 오는 8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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