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렛미인>에서 시작된 '페이스오프' 방송 프로그램은 '성형으로 인생을 바꾼다'는 얄팍한 기획 의도를 앞세우지만, 사실은 맹목적인 ‘성형’ 만능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페이스오프'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1시간짜리 성형수술 광고”라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따가운 시선에도 '페이스오프' 프로그램들은 '비포&에프터'를 보여주며 확실한 눈요기를 제공할 수 있단 점에서 지속적으로 변주되고 있다. JTBC는 최근 <화이트스완>이란 제목의 또 다른 페이스오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렛미인>과 판박이의 프로그램인데, 노골적인 홍보는 한발 더 들어갔다. 프로그램에서 성형수술을 맡았던 병원은 아예 프로그램을 그대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을 위한 성형수술이 아닌 그야말로 ‘성형외과 광고를 위한 프로그램’이 됐단 지적이 나온다.

JTBC <화이트스완>은 지난달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페이스오프 프로그램이다. JTBC는 기획의도를 통해 “미(美)를 향한 무조건적인 욕심은 성형중독 문화를 낳고 진정한 아름다움의 정의를 퇴색시킨다”며 “화면 속 연예인처럼, 획일화된 (일명) ‘강남 미인’처럼 화려한 미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본인의 개성, 장점, 능력,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인생 메이크오버쇼”라고 소개하고 있다.

JTBC <화이트스완>는 또한 “외모가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 받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점점 운둔형 외톨이가 되어 ‘꿈’과 ‘희망’은커녕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조차 잃어가고 있다”고 현 세태를 비판한다. 성형 만능론의 세태를 비판하는 성형 프로그램이라는 기묘한 역설이다. JTBC는 페이스오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올바른 성형문화’, ‘다방면의 재능기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JTBC <화이트스완>은 tvN <렛미인>이 반복해왔던 ‘성형조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본인의 개성과 장점을 살릴 것’이라는 기획의도와 달리 지금까지 틀에 박힌 ‘강남미인’만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 신데렐라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화이트스완> 2회 출연자 양 모 씨의 성형을 맡았던 신데렐라 성형외과가 대놓고 <화이트스완>을 광고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적이다. 신데렐라 성형외과는 양 씨의 성형 수술 전과 후 모습 뿐 아니라, 1·2차 성형 수술과 변화모습 전 과정 그리고 구체적인 수술 내역 등을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JTBC 프로그램 영상이 그대로 병원의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 양 씨의 개인사가 성형의 드라마틱함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활용되며 그대로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tvN <렛미인>도 시즌4까지는 성형외과에 방송에 대한 저작권 등 판권을 팔아 홍보를 할 수 있게끔 해줬던 것 같다”며 “그런데 논란이 되자, 시즌5부터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을 알고 있다"며 "출연 의사들에게도 ‘<렛미인> 출연을 가지고 광고를 하지 말라’는 제한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렛미인>의 경우는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그런 과정을 거쳐 왔으나 JTBC <화이트스완>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소 사무국장은 <렛미인>이나 <화이트스완>과 같은 페이스오프 프로그램과 관련해 “방송과 성형외과 서로 득을 보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은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성형외과는 그 대가로 방송을 통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최근 지하철 등 성형외과 광고에서 ‘비포’와 ‘에프터’를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단순 ‘비포’, ‘에프터’ 뿐아니라, 성형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의료광고를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황이다.

문제는 협찬에 대한 규제가 불명하다는 점이다. 이윤소 사무국장은 “의료광고는 법에 의해서 제한받고 있다”며 “반면, 협찬은 ‘고지’ 여부가 아니라면 규제할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광고효과를 주는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광고에서는 금지되는 부분까지 협찬을 통해 홍보하는 것들이 가능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의료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병원광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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