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SK와 두산, 한화와 삼성의 포스트시즌은 그들이 모두 빠졌던 마지막 가을이었습니다. 물론 2000년대 들어 2008년까지 꾸준하게 돌아가면서 최하위를 나눠 가졌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 흑역사를 뒤로 하고 꾸준하게 한 팀씩은 상위권을 지키며 가을야구에 참가하는 등 이 동맹의 끈끈함은 상당했죠.

2009년 KIA의 우승 당시, 롯데도 포스트시즌에 합류하던 기록은 최고의 순간? 2010년대에도 꿋꿋하게 롯데나 LG가 있었습니다. 인기구단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흑역사를 공유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동맹. 원년부터 타이틀을 꾸준하게 지켜온 롯데 자이언츠와 타이거즈의 이름을 해태에서 KIA로 이어가고 있는 KIA, MBC청룡에서 트윈스로의 변신과 함께 드디어 엘롯기라는 이름을 완성시킨 LG까지.

바로 한국프로야구 최대 파벌 엘롯기, 이들이 2015년 7월 첫 주말 3연전을 치른 뒤 다시 만났습니다. 역시나 순위표의 참 아래쪽에서 말이죠.

▲ 삼성의 일요일 징크스 보약이 된 LG, 삼성에게만 주말 3연전을 두 번이나 모두 내줍니다.
LG의 마음은 그 어느 팀보다 무거울 것입니다. 최근 2년간 엘롯기 동맹 가운데 유일하게 가을을 지켰던 LG트윈스지만, 올해 올스타전 팬 투표에선 kt와 함께 베스트12에 아무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그 인기에서도 위기감은 커졌습니다.

아직까지는 열 경기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kt와 격차를 벌이고 있는 상황, 8위에 대한 희망이 더 큰 LG는 내일부터는 8위 롯데와 직접 만납니다. LG는 8위를 향해, 또 롯데는 멀리서 넥센과 만난 7위 KIA를 넘으려 하겠죠? 사실상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 것이 LG의 정확한 현재 상황입니다. 포스트시즌을 위한 5위권과의 격차가 현재 7경기, KIA와 롯데에 비해 우울함은 분명 커 보이죠.

반면, 롯데의 상황은 엘롯기의 가운데 위치합니다. 7위 KIA와 9위 LG 사이에 위치하고 있죠. 여름의 입구인 6월초까지만 하더라도 6위를 마지노선으로 4위까지 차지했지만 최근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무너진 상황입니다. 정상적으로 꾸려진다면 반등할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지금의 또 다른 롯데의 우울은 관중 숫자로부터 비롯됩니다.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 토요일 경기만 간신히 1만 명을 넘겼을 뿐, 3연전 평균 7천여 명의 관중이 사직을 찾았습니다. 인기팀이라는 자부심이 바탕에 있던, 그리고 KBO 전반 흥행의 토대란 롯데에 분명 또 다른 충격파가 아닐까요?

▲ kt는 KIA를 상대로 창단 첫 홈 스윕을 기록했습니다. KIA에게 상당한 충격파가 될 듯합니다.
KIA는 이번 3연전을 모두 내주며 4연패에 빠졌습니다. 특히 그나마 굳은 믿음을 줬던 선발진의 붕괴가 뼈아픕니다. 타선에게는 이미 기대감이 크지 못한 팀의 상황,-팀타율이 공격력 9위 kt와도 1푼 가까이 차이 나는 최하위죠.- 불펜은 약했지만 선발진이 강했던 KIA는 대부분의 선발자원이 무너지며 4연패와 함께 더 큰 막막함에 빠져듭니다.

5할 승률을 지켜내며 근근이 버텨냈던 KIA로선 어느덧 다시 엘롯기 동맹에 최전선에 서버린 상황, 선발투수 붕괴에 따른 여파가 앞날에 대한 불안을 더하는 가운데 가장 뜨거운 공격의 팀 넥센과의 주중 원정은 부담스럽습니다.

프로야구 인기의 축이라는 LG-롯데-KIA, 엘롯기라는 이 프로야구 유일의 조합은 언제까지 우울할까요? 10구단 시대와 800만 관중, 야구의 흥행과 내일이 이야기되는 여러 고민 사이 그날그날의 경기조차 고민인 세 팀. 과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엘롯기 동맹이 모두 가을야구에 입성하는 걸 볼 수 있는 그날이 올까요? 이들 세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을 함께했던 기억은 1995년 가을이 마지막, 어느덧 20년을 향해갑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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