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판 <심야식당>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일본 원작을 소재로 한 리메이크 특성상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았고 실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린 아쉬움도 있지만, 아직 첫 술만 뜬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 우세한 듯하다.

SBS <심야식당> 첫 방송 이후 제기된 문제는 역시나 일본 드라마를 한국 정서로 새롭게 풀어내는 데에서 오는 태생적 한계였다. 그동안 숱하게 있었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실패 사례에서 보았듯이, 한국과 일본엔 엄연히 다른 문화적 특성이 존재한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이질적인 정서적 거리감을 최대한 좁혀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밥상을 차려내는 것. 그것이 일드 리메이크 드라마의 성패와 직결된 핵심이었다.

공교롭게도 한국 드라마로 새롭게 각색된 <심야식당>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물론, 일드 마니아층들의 독특한 입맛도 사로잡지 못하는 어정쩡한 맛이었다. 가장 먼저 드러난 숙제는 역시나 캐릭터 설정과 인물들 간의 관계 구성에 있었다.

한국 정서를 고려하여 일드 <심야식당>의 핵심 캐릭터인 ‘게이마담’을 과감히 빼버린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일드 <심야식당>의 겉만 따온 것 같은 등장인물들 간의 사연과 자연스럽지 못한 봉합은 손님들이 함께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교감을 통해 위안을 얻는 원작 특유의 매력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극중 민우 역으로 등장한 위너 남태현의 연기력 논란과 더불어, 요리를 주요 테마로 다루는 드라마임에도 정작 요리들이 맛깔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도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다.

만약 <심야식당>이 지금처럼 먹방이 유행하기 전 리메이크되었다면, 일본 원작이 존재하고 극적 완성도가 부족했다고 한들 그간 한국 방송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요리를 주제로 한 신선한 이야기로 주목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TV만 틀면 누군가가 요리하고 먹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먹방과 쿡방이 넘쳐나고 이미 tvN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를 통해 드라마 소재로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지도 오래다.

음식을 통해 힐링과 위안을 얻는 드라마 <심야식당>과 다르게,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은 감동보다는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예능적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쿡방’이 요즘 가장 핫한 방송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에서 오는 시각적인 자극 때문이 아니다.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시대, 맛있는 요리를 먹는 장면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 위안을 얻고, 또 TV의 유명 셰프들이 알려준 대로 음식을 만들어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자하는 시청자들의 열망이 오늘날 쿡방 전성시대를 이끈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 tvN <집밥 백선생>, Olive <오늘 뭐먹지> 등 예능적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요리 프로그램으로 기본을 잃지 않는 볼거리가 너무나도 넘쳐나는 상황에서 뒤늦게 쿡방 트렌드에 합류한 <심야식당>.

오늘날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쿡방 프로그램에 적잖은 영감을 안겨주었던 원작을 무기로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쿡방 프로그램으로서는 후발 주자요 이미 음식과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가 성공리에 시즌2까지 마친 지금, <심야식당>이 기존 쿡방 프로그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레시피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원작의 깊은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둘째 치고, 수많은 쿡방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심야식당>만의 비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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