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가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풍자한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 이어 MBC <무한도전>을 연이어 제재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6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 전체회의는 방통심의위의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9일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위반으로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박근혜 정부의 메스르 관련 허술 대응을 풍자했지만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라는 보수단체의 민원 때문이었다.(▷관련기사 : KBS 개콘 ‘민상토론’ 불방 이어 방심위 '제재'까지)

방통심의위는 지난 1일에는 MBC <무한도전>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으로 같은 제재를 내렸다. “낙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라고 이야기하면서 ‘중동지역’임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관련기사 :방통심의위, "낙타를 어디서 봐" 메르스 풍자 MBC '무한도전' 행정지도)

▲ 6월 14일 KBS '개콘' 방송화면 캡처
새정치민주연합, “<개콘>·<무한도전> 제재야 말로 코미디”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 대한 제재는 어처구니없는 코미디였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며 “그런데, 곧바로 MBC <무한도전>을 징계했다. <무한도전> 제작진들이 이미 자율적으로 (사과)입장을 밝혔음에도 징계한 것은 무도한 간섭이고 탄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은 “메르스 사태에서 대처를 잘 한 사람이 있고 못한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객관적 사실인데 방송에서 그걸 왜 말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간사 또한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을 직접 지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관계(캠프 출신)라서 박 위원장도 ‘불편부당하게 공정하게 심의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왜 KBS와 MBC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을 제재해 정치권에 대한 풍자를 못 하게 만드느냐. 이제 SBS차례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우상호 간사는 “방통심의위가 두 프로그램을 제재한 것이야말로 역사적으로 코미디로 남을 것”이라면서 “제재에 앞서 코미디 소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판단을 했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상호 간사는 “풍자와 해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과장과 비틀어 보기가 기본 구조”라며 “그걸 막아놓고 품위 있게 풍자를 하라? 그게 가능 하느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방통심의위 ‘심의’만을 대상으로 하는 단독 전체회의 개최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간사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2조는 ‘정치문제를 다룰 때 특정 정당이나 정파 이해에 편향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박원순 시장 사진을 동시에 놓고 한 사람은 대응을 잘했고 다른 사람은 못했다고 하면 공정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고 프라이버시도 중요한데, 헌법상 기본권이 부딪히는 부분에서는 균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박민식 간사가 근거로 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2조는 ‘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에 관한 규정으로 KBS <개그콘서트>와 MBC <무한도전> 제재와는 관련이 없다.

이 같은 지적에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은 MBC <무한도전> 제재와 관련해 “본인(제작진)들이 잘못을 인정했는데 거기에 대해 행정지도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방송심의소위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제재를)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소견을 밝혔다.

새누리당, “35번 환자 박원순 때문에 중병” VS 새정치민주연합, “후안무치 주장”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과 MBC <무한도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과도한 제재가 논란이 됐지만 새누리당 박민식 간사가 박원순 서울시장 비난하면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간사는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을 두고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가 지 맘대로 돌아다녀서 1600명에게 전파한 몰염치한 인간이가고 공개망신을 줬다”며 “그래서 그 꽃다운 38살의 의사가 아직 못 일어나고 있는데 이게 잘한 일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그런데 그 1600명 중 메르스 감염된 사람이 있느냐”며 “박원순 시장의 공개적인 행동으로 메르스와 최 일선에서 싸우는 의사와 간호사들 전부 왕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 대책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국민 여론 등 객관적 평가 지표로서 나와 있는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도 인정할 건 인정하라”고 몰아붙였다. 우상호 간사 또한 “박원순 시장 때문에 35번 환자가 중병에 걸렸다는 말 이야말로 대표적으로 후안무치한 발언”이라면서 “그런 식으로 발언 하시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 공격하기 시작하면 3시간도 더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김문환 이사장의 잦은 해외출장 관련 감사원 감사요구를 의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앞서 지난 1일 김문환 이사장이 임기 2년 동안 총12차례(74일간) 해외출장을 갔던 것과 사실을 폭로하고 ‘외유’ 의혹을 제기했었다. (▷관련기사 : MBC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 해외출장 12회·74일·6억5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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