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민선 6기 출범 1주년을 맞아 박원순 시장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직접 가볼 수는 없었기에, 공유된 기자회견문(기자회견문 전문 보기)을 살펴보았다.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독려와 함께 위기 대응에 대한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시작하는 이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이제는 민생입니다. 경제입니다."이다. 메르스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정보공개의 원칙을 천명하며 중앙정부가 하지 못한 역할을 수행한 서울시의 관점과 그 관점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은 매우 훌륭하다. 또한, 공공의료혁신을 통해 방역체계의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 역시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 뿐 아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민선 6기 서울시의 성과를 잘 알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과 사회적경제 지원, 청년 정책과 인생 이모작 정책의 추진 등 다양한 혁신 정책에 대해 비록 수치로 지표화된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을 수 있고, 그렇기에 막대한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지금껏 그 의지를 유지하며 다른 지표의 성과를 드러내는 작업을 유지해온 것은 이 행정부의 뚝심이라 할 수 있다. 좋은 행정부다. 그런데 나는 유독 ‘관광객 2천만 서울’이라는 표현에 눈이 머무르게 된다.

'관광산업'이 이 도시의 비전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신촌지역은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공간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보행자전용지구로의 전환 등 도시재생사업 이전에도 공간의 물리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변화 속에 최근 신촌의 가장자리에 있는 봉원동, 대신동 일대는 '서울 속 마을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속 마을여행'은 커뮤니티 관광 활성화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서울시의 사업이라고 한다. 아직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나는 이 계획이 과연 이 작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어떤 확신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사업에 대한 기대목표는 '경제활성화'를 중심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봉원동, 대신동 일대는 원룸과 하숙이 밀집한 지역이다. 최근 이 지역에는 인근 대학이 기숙사를 짓는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이 동네에 '서울 속 마을여행' 사업이 시작되는 것에는 대학 기숙사 증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경제적 타격에 대한 대안책이라는 맥락이 존재한다. 임대업, 정확히는 대학생, 청년을 주 소비자층으로 하는 지역경제의 중심을 '관광산업'으로 옮기는 계획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가능성이 있는 비전인가? 나는 다른 기대와 목표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 계획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과 실패의 판단은 결국 합의된 어떤 목표와 기대로부터 만들어진다. 거칠게 말해 난 이 동네에 필요한 여론은 '더 이상 원룸을 지으면 안 되겠다.'는 현실 감각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의료관광이나, 외국 관광객 유치 같은 청사진을 굳이 제시하여 불필요한 개발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일상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를 불러들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월 20일 오전 서울 한양도성을 찾은 관광객들과 해외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광객 2천만 서울'이라는 목표에 마음이 불편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나는 박원순 시장이 언급하는 '민생'과 '경제'가 어떤 내용의 것인지 궁금하다. '민생'과 '경제'는 중요하다. 그것을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조직은 성립하기도 어렵고, 사람들은 '민생'과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그 정치조직의 현실성을 판단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제인지에 대한 질문이고, 내가 우려하는 것은 '관광객 2천만 서울'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이 도시의 경제가 결코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경제'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치조직의 주요한 관심사이다. 여기서도 역시 어떤 지역경제가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에게 '지역경제'는 고성장 시대의 경제성장 논리로부터 분리된 어떤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단위로 갈수록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의제가 갖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해서, 지역사회의 어떤 정치적 토론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쉽다. 판단 기준이 성장 논리의 지역경제 활성화로부터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십분 동의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더 격렬하고 치열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래에 대한 질문은 UN 미래보고서를 만드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골목과 거리, 도시는 그 공간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시민교육이고, 정치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뒤집을 프로그램

7월 3일 정부는 '제4차 창조경제민관협의회'를 열어 이른바 '메이커(Maker) 운동'을 본격 확산시킬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때 '메이커 운동'은 개인이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운동이다. '모든 사람이 제조자'라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굳이 정부의 어떤 회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산업의 더 많은 영역에 로봇화와 기계화가 이루어지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급격히 변화하는 노동시장을 만날 것이고, 이 변화는 어떤 책이나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네와 골목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디 급격한 변화가 그 뿐일까? 피크오일과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예측가능하지 않은가?

이 변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획은 중앙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현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제'인가, 어떻게 '민생'인가 하는 질문은 중요하다. '관광객 2천만 도시 서울'이 변화하는 미래에 적합한 비전인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 속 마을여행'이 우리 동네와 골목, 그리고 그 장소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 물어야한다. 질문이 공유될 때, 기대도 달라지고, 기대를 수정해야 다른 사회적 토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다른 기대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토론의 작은 경험들이 절실하다.

역시 우리에게는 '세상을 뒤집을' 정도의 비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 비전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여부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