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면 잘되는 방송이 있고, 안 되는 방송이 있다. 마리텔에서 찾아낸 킬러콘텐츠는 백종원이다. 항상 5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백종원 방송은 아예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차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방송이라는 콘셉트은 기존 방송과 매우 다른 환경이고, 누가 더 시청자를 오래 잡고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 방송이다. 기존 방송의 베테랑도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것이 1인 방송이고, 그것이 또 1인 방송의 매력이기도 하다.

백종원을 잡을 유일한 대항마이자 백종원의 시청률을 내린 사람은 이은결이다. 7월 4일과 11일에는 이은결이 출연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이은결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마술쇼에 초청을 받아 어제 출국했기에 나오지 못할 것 같다. 그 이후 두 주간 공백이 생길지 아니면 더 길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 백종원을 잡고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을 유일한 대항마인 이은결이 빠진다면 다시 백종원 단독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마리텔 생방송을 보면 다른 생방들을 돌아다니다가 백종원 생방에 들어가는 순간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계속 예고를 하고 여러 요리를 겹쳐서 진행하기 때문에, 요리 꿀팁들과 반응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생방 시간이 끝나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왜 백종원 방송은 인기가 많고, 다른 방송들은 인기가 없는 것일까? 이은결은 어떻게 틈새를 치고 들어갔고, 마리텔이 다시 경쟁 체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한 가지 주제로 준비하라!

잘되는 방송과 안 되는 방송을 분석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주제’이다. 즉 방송의 콘셉트이다. 이것저것 중구난방으로 진행하게 되면 콘셉트가 모호해져 기대감이 사라지게 된다. 특히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1인 방송인 아프리카를 보면 계속 먹기만 하거나 요리만 하거나 게임만 하는 등 저것도 방송이 되나 싶을 정도로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되게 방송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방송들이 인기가 많다.

1인 방송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아니다. 홍진경의 경우는 자신이 누군지 알리기 위해 자신의 약력을 설명했는데, 시청자는 1인 방송을 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사람이 하는 무언가에 관심이 있다. 그 무언가가 주제이고, 그 주제는 일관되어야 한다. 발레를 했다가 기타를 쳤다가 먹다가 삼행시를 지었다가 벌칙을 받는 등의 기존 방송 포맷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할지 예측이 되지 않고 기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노잼이 되면 다른 채널로 바로 넘어가버린다.

홍석천의 경우도 ‘상남자’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요리가 아닌 운동을 했다. 그리고 결국 안 되자 다시 요리를 했다. 홍석천은 방송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요리 말고도 다른 것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역시 1인 방송에는 기존 방송을 했던 경력은 독이 되는 것 같다. 버라이어티하게 보여주려 했지만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제대로 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요리 대결로 나갔다면 백종원의 시청률을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고퀄병맛

B급 문화를 말할 때 들어가는 단어 중 하나가 고퀄병맛이다. 퀄러티는 높고 내용은 B급이라는 의미이다. 내용은 병맛인데 준비는 엄청나게 많이 한 것이 고퀄병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종원과 이은결을 보면 다른 방송에 비해 준비를 많이 한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퀄러티도 굉장히 높다. 백종원이 내놓는 중간 중간의 요리 과정엔 도움이 될 고수의 비법들이 담겨 있고, 이은결 역시 놀라운 마술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매우 쉽고 웃기고 간단한 것들을 보여준다.

백종원은 수박주라거나 누구나 좋아하는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법등에 대한 내용을 방송한다. 그런데 그 안에 다양한 팁이 있고, 재료나 내용도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이은결 또한 혀가 늘어난다거나 젓가락을 코에 넣는 가벼우면서 웃긴 주제들로 마술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많은 스텝들이 공연을 하듯 엄청난 준비를 한다. 꽃가루라거나 자체 자막이라거나 공룡 분장 등 많은 공을 들여 준비를 하고 한편의 공연을 준비하듯 방송을 한다. 그리고는 비둘기와 사람이 합친 인둘기라는 말도 안 되는 병맛 코드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생방은 전반 1시간 30분, 후반 1시간 30분이 방송된다. 즉 3시간 방송분의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 마리텔 본방에서 많은 부분이 편집되고 주요 장면들만 나오게 되기에 대충 준비해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바쁜 아이돌이나 걸그룹은 마리텔 방송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공백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 공백을 스마트폰이나 PC 앞에 앉아서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손가락 한번 움직이면 바로 다른 채널로 갈 수 있는데, 그 사이에 다른 채널로 바로 옮겨가버리니 많이 준비하고 3시간을 꽉꽉 채운 사람의 방송이 인기를 얻는 건 당연한 현상일 테다.

3시간 동안 공연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시청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예고하며 이탈하지 못하도록 계속 락킹하면서 쉬운 것부터 어려운 순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뒤로 갈수록 고급 팁이나 어려운 것을 선보여야 기대감을 갖게 되고, 다른 곳으로 갔다가도 궁금해서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 백종원은 쉬운 요리로 시작하여 뒤로 갈수록 고급 요리를 보여주고, 이은결의 경우는 잔마술로 시작하여 블록버스터급 마술을 보여준다.

게스트는 독

1인 방송에서 흐름은 굉장히 중요하다. 김구라 콘텐츠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흐름이 계속 끊기기 때문이다. 중간에 게스트가 들어와 꽁트를 하고, 시선이 분산되어서 누구에게 집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말 그대로 1인 방송이고, 처음부터 여러 명이 나와서 토크하는 방식이라면 모를까 중간에 게스트로 들어와서 진행되는 것은 방송을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거부감이 들게 된다.

특히 예정화의 경우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 계속 운동만 보여주려니 힘들고, 다른 것을 보여주려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운동회 같은 게임을 준비하고, 자신의 동생까지 출연시키며 남매로서의 재미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예정화를 보기 위해서 왔던 남성 시청자들은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나 홀로 산다’에서 자신의 남동생을 데려와서 사투리로 대화하고 남매끼리 투닥거리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건 일반 방송에서나 통하는 것인데 그걸 그대로 마리텔에 가져와서 리바이벌하는 모습은 식상했고 1인 방송에 맞지도 않았다. PD를 등장시켜 인기를 얻자 아예 게스트로 PD와 경호원까지 데려와서 방송하는 모습은 준비되지 않은 느낌이었고, 방송 자체가 산만해졌다.

지금까지 게스트가 나와서 성공한 방송은 없었다. 일반 방송에서는 게스트와 함께 토크쇼를 나누면 방송이 풍성해지지만, 1인 방송에서는 철저하게 혼자서 진행해 나가야 한다. 둘이서 진행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중간에 게스트를 들여서 흐름을 끊어지게 만들면 바로 다른 채널로 넘어가게 된다. 특히 가수들이 특급 게스트를 데려오면 성공할 줄 알고 그룹 멤버들이나 핫한 가수들을 데려오는데, 게스트가 나오는 순간 흐름이 끊겨서 노잼이 된다.

마리텔에는 1인 방송 경력자가 필요하다. 백종원과 이은결같은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경쟁의 룰이 제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매번 방송을 라운드처럼 1,2,3,4로 나누어 놓고 시청률 경쟁은 시키는데 그럼 1위부터 3위까지 방송을 남겨두고 4,5위는 냉정하게 탈락시켜야지, 경쟁의 기준을 마련해두고 포맷까지 경쟁 체제로 해놓고 꼴찌를 해도 그 다음 방송에 나오고, 3위 안에 들어도 다음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일은 마리텔에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복면가왕처럼 1위가 부동자리가 되어도 룰을 깨지 않고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마리텔은 룰이 있음에도 지키지 않고 캐스팅을 하니 경쟁에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리텔은 지상파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청률도 이제 10%대로 진입했다. 그렇기에 더욱 고삐를 잡아 당겨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1인 방송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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