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이다. 이제 더 이상 전설의 고향은 없지만 그래도 여름엔 공포물이 있어야 제격이다. 설혹 노골적인 공포가 아니더라도 여름엔 귀신 소재라면 좀 웃기더라도 좋다. 아니 어쩌면 무섭지 않고, 게다가 웃기기까지 한 드라마라면 더욱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3일 시작된 tvN의 ‘오 나의 귀신님’이 딱 그렇다.

우선 박보영과 김슬기의 조합이 꽤나 흥미롭다. 나봉선과 신순애로 각각 분한 두 사람은 당연히 정반대의 캐릭터다. 나봉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지켜주고 싶은 국민여동생 박보영의 이미지 그대로다. 또한 처녀귀신 신순애 역시 SNL을 통해서 굳어진 김슬기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랬으면 반드시 식상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럴 뻔도 했는데 그러지 않은 이유는 나봉선의 몸에 신순애가 빙의하면서 전혀 다른 인격을 오가는 설정 때문이다. 문제는 청순가련의 대명사 박보영이 음탕하고 발칙한 처녀귀신 신순애의 캐릭터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것인데, 이도 이미 영화 ‘피 끓는 청춘’을 통해서 한번 망가져본 적이 있어서 이미 예습이 돼 있다. 그래서 아주 낯설지도 않고, 걱정도 크게 되지 않는다.

물론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음란마귀에 빙의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박보영은 분명 한 꺼풀 더 벗겨져야 한다. 박보영과 음란이란 단어는 도무지 섞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박보영은 음란해질 것이다. 약간의 두려움도 없지 않지만 음란 박보영을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어차피 그래봐야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여전히 청순 박보영으로 돌아갈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

자, 이렇게 박보영과 김슬기의 콜라보레이션도 유쾌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이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바로 이 드라마의 주된 무대인 썬 레스토랑의 주인이자 셰프인 조정석이다. 조정석의 연기를 보면 요즘 핫한 셰프인 최현석을 바로 느끼게 된다(비록 키 차이는 크지만). 동시에 추억에서 아주 멀어지지 않는 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도 오버랩된다. 시각에 따라서는 민감한 부분이 될 수도 있지만 굳이 따지지 않고 보려고 한다면 이건 시청자에게 이득이다.

그래서 조정석이 요리를 할 때 소금을 위에서 뿌리지는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인 상태를 경험하게 되고, 언젠가 나봉선과 연애를 하게 될 즈음에는 주방 문 어딘가에 붕어키스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괜히 설레게 될지도 모른다. 보통 심각한 내용이라면 이렇게 드라마 외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것은 몰입에 방해가 되겠지만 ‘오 나의 귀신님’은 절대 심각할 일 없을 것이기에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 기대가 되는 점은 또 있다. 바로 김슬기의 연애다. 보통의 경우 한국 드라마의 기승전연애에 진저리를 치는 편이지만 이 드라마의 연애는 관심이 간다. 나봉선의 연애는 곧 신순애의 연애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 제작진이 응큼발칙 빙의 로맨스라는 수식을 붙이게 된 것은 바로 신순애 다시 말해서 김슬기 때문이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의 연애가 드라마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 왠지 유쾌하다. 선남선녀들의 결과가 정해진 연애가 아니라, 연애를 통해서 신데렐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또 신선하다. 그 결과 박보영의 음란함과 김슬기의 청순함이라는 역전된 연기를 본다는 것이 흔한 드라마 공식을 탈피한 것이 호기심을 갖게 한다. 요즘 통 관심이 가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오 나의 귀신님’은 이런저런 장점들로 인해 오랜만에 기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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