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가 이번에는 오리지널 팀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한국으로 날아온 이번 팀은 브로드웨이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배우들로 똘똘 뭉쳤는데,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로즈 라이언 같은 경우 무려 18년 동안이나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관록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나 <캣츠> 같은 내한공연의 경우에는 한국 관객이 일일이 자막을 읽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이번 <시카고> 내한공연처럼 뮤지컬 속 넘버를 원어 그대로 듣는다는 감칠맛은 자막을 읽어야 한다는 불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흥겹고 경쾌한 넘버와는 달리 <시카고>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세계관을 내포한다. 살인죄를 저지른 중죄인이라 해도, 유능한 변호사 빌리를 만나기만 하면 죄인은 순식간에 뉴스 메이커가 되고 스타 못지않은 화제의 인물로 등극한다. 신문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는 것은 물론이요, 죄수의 속옷 한 벌조차 몇 백 달러에 팔리는 스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빌리라는 출세의 사다리를 만난다는 건 공짜로 되는 게 아니다. 빌리가 변호 비용으로 받는 5천 달러라는 거금은 지금 현재의 물가로 생각하면 안 된다. 뮤지컬의 배경이 1920년대이기 때문에, 뮤지컬 속 5천 달러라는 거금은 지금의 5백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요즘 물가로 환산하면 몇 억 원이라는 거금이 뒷받침이 되어야 감옥에서 스타 탄생이 이뤄지게 된다.
만일 헝가리 무용수가 벨마와 록시처럼 돈이 있어서 빌리를 만났다면 목숨은 건졌을 테지만, 돈이 없어 빌리를 만나지 못한 탓에 유능한 변호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렇게 <시카고>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세계관을 헝가리 무용수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죄수라 해도 돈만 있으면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는 스타로 등극하지만, 반대로 돈이 없으면 스타가 되기는커녕 목숨마저 보전하지 못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말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