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업계 2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의 방송과 인터넷 등을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들이 2일 경고파업을 벌였다. 앞서 티브로드 협력사협의회는 십여 차례 진행한 노사교섭에서 기본급 동결과 함께 상여금을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임금삭감’을 요구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하도급업체들은 시간외근무 축소를 실시하고,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브로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2013년 노동조합 결성 때부터 내리 3년 동안 거리에 나앉게 됐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 조합원 200여명은 이날 서울 명동 티브로드홀딩스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청 티브로드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2013년 원청-하청-노동조합은 ‘상생협약’을 맺었으나 티브로드가 ‘상생지원금’을 건별 수수료에 녹이는 꼼수를 썼고, 티브로드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임금 축소’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게 노동조합 주장이다. 노조가 원청인 티브로드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이후 ‘노조 옥죄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2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집회 모습 (사진=미디어스)

티브로드 한빛북부기술센터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현장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센터장은 회사가 적자고 가입자가 줄고 있고 원청에서 내려주는 단가가 떨어진다며 회사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인당 20~30건을 그것도 이중, 삼중으로 중복으로 꽂아 넣고 우리더러 태업을 한다고 했다. 그래놓고 시간외근무를 없애고,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했다. 퇴직자가 없으면 지표로 평가해 하위 5명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7명이 희망퇴직을 했지만 상황은 똑같다.”

여러 업체들이 ‘경영악화 주장→시간외근무 축소 및 폐지→폐업 압박 또는 희망퇴직 요구’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인남부센터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센터장이 공공연하게 폐업하겠다고 말하고 그게 아니면 3명이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호준 안양중앙기술지회장은 “(노조 결성 전인) 2013년 이전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당장 힘들겠지만 1년, 2년, 10년 뒤를 생각하면서 싸우자”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노동자는 “3년 전에 비해 임금이 깎였다”며 “영업비를 합쳐 185만원뿐”이라고 말했다.

티브로드의 ‘지불능력’은 충분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2014년 말 기준 전국 23개 SO를 소유한 업계 2위 MSO로 지난해 7767억5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중 방송매출은 5957억6600만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1533억2600만원으로 1050억4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SO 전체 영업이익 2620억300만원의 60% 이상이 티브로드 몫이다. 당기순이익만 따지면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360억7800만원) 3배 가까이 된다. 방송매출은 173억원 정도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93억원 증가한 예외적 사업자이기도 하다.

티브로드 하도급업체들은 가입자가 줄고 있다는 이유로 임금과 인력을 동시에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합병 이후 상장을 앞둔 티브로드가 주식가치를 높이 평가받으려는 전략으로 본다. 티브로드는 지난달 30일 계열사 직원들에 대해서 고용과 노동조건을 승계하며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은 하도급업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청에 잘 보이려면 직원을 자르고 가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티브로드는 ‘하도급업체 노사문제’라는 입장이고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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