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아니고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이스라엘의 구원자에서 십자가형이라는 사형을 당해도 싼 죄인으로 둔갑한 예수의 처지도 뮤지컬에서 눈여겨볼 대목 가운데 하나다.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기 일주일 전의 예수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이스라엘 군중의 열렬한 환호를 맞는다.

하지만 로마군의 압제로부터 예수가 구원해줄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가 무너지는 것과, 바리새인 혹은 제사장 같은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체제에 위협이 될 예수를 제거하려는 흉계, 이 두 가지가 맞물리는 바람에 예수는 불과 한 주 사이에 메시아에서 ‘데드 맨 워킹’으로 전락하고 만다.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롯데엔터테인먼트, R&D WORKS, RUG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룟 유다’라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들으면, 스승 예수를 배신하고 로마군에 팔아넘긴 배신의 아이콘이 가룟 유다라는 걸 연상하기 쉽다. 알고 보면 유다는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회계를 맡을 정도로 계산에 빠른 제자였다. 예수의 발에 값비싼 향유를 들이 부은 여인을 칭찬하기는커녕 향유를 살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힐난한 사람이 바로 가룟 유다. 열두 제자 중 머리회전이 너무나도 비상한 나머지 예수와 은 30을 맞바꾸게 된다. 가룟 유다가 생각한 메시아상과 예수가 꿈꾸는 이상이 차이가 크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예수를 스승으로 모실 이유가 없었던 것.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해석이 파격적인 이유는 가룟 유다라는 캐릭터를 해석함에 있어 기존 성경의 해석과는 다른 해석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성경은 가룟 유다를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으로 표현할 정도로 가룟 유다에게 일말의 동정도 없는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속 유다에 대한 해석은 기존 성경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다. 1막 가룟 유다가 예수를 팔 것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여성 앙상블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를 되짚어보라. 가룟 유다를 힐난하고 비난하는 저주의 목소리가 아니다. 도리어 “잘 했다, 유다”라고 노래한다. 도대체 무슨 해석이 깔려있기에 가룟 유다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되레 잘 했다고 칭찬하는 걸까.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롯데엔터테인먼트, R&D WORKS, RUG
예수는 자신이 가야 할 길, 십자가에 못 박히는 죽음을 당해야 사명이 완수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예수를 배신할 사람이 없다면 이스라엘 종교지도자들에게 회부되고 로마군에게 십자가형을 당할 수 없으므로, 예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수를 배신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담당할 적임자가 바로 가룟 유다였다.

뮤지컬의 관점으로 보면 유다는, 예수가 미리 마련한 계획에 동참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1막에서 유다가 예수를 팔기로 결심했을 때 하늘에서 유다를 비난하는 불지옥의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거꾸로 유다를 칭찬하는 소리가 들릴 수 있었다.

신의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수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데, 예수의 죽음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누군가는 반드시 했어야 했고 마침 그 역할을 가룟 유다가 소화한 것이다. 뮤지컬의 관점으로 본다면 유다는 예수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의 계획을 도와준 조력자로 승격되기에 이른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파격성은 바로 이와 같은 가룟 유다에 대한 재해석에서 창출되는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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