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인기가 거침이 없다. 셰프테이너 전성시대의 최고는 백종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키가 크고 멋지게 생긴 스타 셰프도 아닌, 나이 50이 넘은 옆집 아저씨 같은 백종원이 이렇게 인기가 높은 것은 의외다. 외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백종원의 인기는 그래서 특별하다.

백종원은 요리사가 아닌 사업가다;
황교익의 모두까기, 백종원 비판엔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셰프테이너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즉시 사랑만이 아니라 비난도 함께한다는 점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셰프 전성시대의 명암을 분명하게 보여준 이는 맹기용이었다. 주방장에서 요리사, 이제는 셰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달라진 명칭만큼 그들에게 부여되는 기대감과 책임감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맹기용이 비난받은 이유는 단 하나다. 셰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실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요리 학교를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반적으로 검증이 된 요리 실력이 아니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음을 맹기용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를 위한 방송이 아닌, 요리도 함께하는 예능이다. 그런 점에서 정식 요리사가 아닌 웹툰 작가와 요리 기자도 출연한다. 그들이 이런 요리 대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경로로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풍은 이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이미 요리 잘하는 웹툰 작가로 유명했고,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박준우 기자 역시 요리 서바이벌에서 준우승까지 할 정도로 요리 실력은 이미 검증된 인물이다.

웃음이 주가 되고 가볍게 경쟁하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맹기용이 출연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너 셰프로서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스타 셰프들이 대거 등장해 요리 경연을 하는 이 방송에서 맹기용은 첫 등장부터 실력을 드러나고 말았다.

이후 김풍과 박준우를 꺾으며 2연승으로 명예회복을 하는 듯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두터운 불신이 존재했다. 뒤늦게 맹기용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하차를 공식화했다. 맹기용 논란의 핵심은 시청자들이 요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는 점이라고 본다.

맹기용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스타 셰프들끼리의 논란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 강레오의 최현석 까기는 큰 논란으로 번졌다. 최현석 셰프의 공개 발언 후 강레오 셰프가 공식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었지만, 셰프테이너 전성시대의 이면을 보여준 논란이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최현석의 허세는 귀여운데…. 진짜 허세가 따로 있었네. 평론하고 싶다 하였는데 이제 한국음식 배워서 언제 하겠는가. 배운 곳으로 돌아가 하면 빠를 것이다"

논란이 조금씩 잠잠해지는 상황에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의미심장한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허세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최현석과 강레오의 논란 속에서 황교익은 강레오에게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발언에 많은 이들은 통쾌해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백종원에게 그 칼날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황교익의 발언에는 비난 여론이 더 크게 구축되고 있는 중이다.

"백종원이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 레시피를 따른 것이다. 먹을 만한 음식 만드는 건 쉽다. 백종원 식당 음식은 다 그 정도다.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

"적당한 단맛과 짠맛, 이 두 개의 밸런스만 맞으면 인간은 맛있다고 착각한다. 먹을 만한 거다"

황교익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백종원의 요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백종원의 음식은 그저 외식 레시피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일갈하며 맛있지도 않다고 했다. 먹을 만한 음식이 쉽냐는 질문에도 황교익은 적당하게 짠맛과 단맛만 잘 맞추면 인간은 맛있다고 착각한다며, 그저 먹을 만한 음식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백종원의 얇은 입맛 맞추기에 속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다. 그저 그가 파는 식당의 음식 수준이고 그건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게 통하는 건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 배웠기 때문이다. 단순하단 점이 먹혔다. '만능 양념장' 같은 건 인터넷 뒤지면 다 있다"

백종원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황교익은 그저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 배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화시킨 요리가 먹히는 이유는 주 시청자들이 요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백종원이 공개했던 '만능 양념장' 같은 것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외식업체는 싸구려 식재료로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백종원 역시 '그 정도 수준의 음식'을 보여주는 수준이라고 정리했다. 이는 요리사가 아닌 맛 칼럼니스트이기에 가능한 평가이다.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게 아닌 그저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그에게 요리 평가는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아닌 사업가라는 황교익의 주장에 백종원 스스로도 자신은 요리사가 아니라고 방송을 통해 언급했다. 자신은 셰프도 주방장도, 사업가도, 요리 연구가도 아닌 그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방송을 통해 그가 밝혔듯 그는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외식 사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이기도 하다.

정통 요리사가 아닌 그의 요리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요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 시대의 결과물일 수 있다. 과거처럼 어머니를 통해 전통 맛을 전수 받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처럼 남녀의 역할이 분담된 시대와 달리, 여성들의 역할이 달라지며 어머니를 통해 음식을 전수받는 시대는 아니다.

과거의 맛을 되살리지 못하고 맛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한 백종원의 상술을 비난하는 모습은 씁쓸하다. 맛이란 객관적일 수 없다. 주관적인 맛이 시장을 지배하고 이런 시장의 논리는 항상 새로운 그 무언가를 찾게 한다.

백종원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가장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방식을 전수해 알려주는 방식은 아니다. 그렇다고 백종원의 요리에 대해 그저 인스턴트처럼 획일화된 간단한 맛 보여주기가 전부라 할 수 없는 것은 <한식대첩>에서의 모습이 증명한다.

황교익이 좋아할만한 전통 음식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식대첩>에서 백종원의 별명이 '백과사전'이라는 점만 봐도 그를 그저 외식사업을 하는 사업가 정도로 폄하할 수 없다. 음식의 맛을 가려내고, 식재료의 용도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으며 요리도 할 수 있는 백종원이 과연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보다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백종원이 진행하는 <집밥 백선생>은 한 주에 하나의 메뉴를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알려준다. 그를 세상에 보다 많이 알린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럴 듯한 요리사의 모습이 아니라 집에서 요리를 알려주는 것처럼 차분하게 설명하며 실제 만들어 증명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은 흥분한다.

백종원이 갑 싼 재료로 단맛과 짠맛을 내 그저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든다는 발언은 합당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연 백종원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고급 요리를 하지 못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그에 걸맞은 요리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존재라는 의미다.

2010년 백종원이 출연했던 <진짜 한국의 맛>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그가 <한식대첩>에서 왜 모두가 대단하게 바라보는 특별한 심사위원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한국 고유의 맛을 찾아다니며 음식 본연의 맛을 연구하는 백종원의 모습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한 해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외식사업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가 '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설탕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황교익에 의해 이렇게 평가절하될 정도의 단순한 외식사업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황교익이 백종원이 출연 중인 <한식대첩>에 함께 출연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게 궁금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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