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떠나던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을 때, 5층 객실에 있었던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2학년 3반 담임)·이지혜 씨(2학년 7반 담임)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숨졌다. 하지만 고 김초원·이지혜 씨는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대상에서 빠졌다. (▷ 관련기사 :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같은 선생님, 다른 순직처리>)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 제32조에서 교원으로 명시하고 있고, 제2조 1항에 따라 교육공무원 범위에 포함되며, 공무원연금법 제4조에서 규정한 ‘상시공무’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순직 처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담임을 맡았다가 희생된 고 이지혜 선생님의 아버지 이종락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고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우리 딸은 기간제란 이유로 아직도 아무것도 된 게 없다. 그냥 지금도 세월은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만 없다”며 “우리 딸도 정규직 선생님처럼 순직 처리돼서 명예회복을 꼭 했으면 좋겠다. 꼭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고 이지혜 씨의 아버지 이종락 씨는 “세월호에서 이지혜 선생님은 자신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5층 숙소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학생들이 탈출을 시작하던 순간에도 본인은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한 채 끝까지 학생들 곁에서 학생들 탈출을 도왔다”며 “세월호에서 희생된 정규 교사들은 2014년 7월 23일 안행부에서 순직 처리를 받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가 받는 어떠한 예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종락 씨는 “서울지방법원 판결 1심과 2심은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고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이라고 했다”며 “순직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기간제 선생님들의 명예를 살려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416연대)의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겨우 두 분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는데 버티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죽음조차 차별받는 이런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가족, 국민과 함께 우리 요구를 받을 수 있도록 항의하고 함께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윤지영 변호사는 우선 쟁점이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여부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법에서는 공무원을 ‘상시 공무에 임하는 자’, ‘관계법령이 공무원으로 정하는 자’로 되어 있다. 교원공무원법에 기간제 교사는 교원이라 돼 있고 교원은 공무원으로 인정된다. 법원 역시도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매일 8시간 담임, 행정 업무 등을 맡았기에 ‘상시 공무’도 하고 있다”며 기간제 교사 역시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종 혹은 유사업무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 조문에 비추어 보면 두 분(김초원·이지혜 씨)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권영국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들고 나오면서 했던 얘기가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해소였다”며 “매우 억울하게 죽어 간 김초원·이지혜 두 분 순직에 대한 차별부터 해소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박옥주 수석부위원장은 “학교에는 지금 10% 정도의 기간제 교사가 존재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상담하거나 학교 업무를 하는 것에는 일반 선생님과 기간제 선생님 사이의 ‘분리’가 없다.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학교의 모습”이라면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아이들을 구하러 내려 억울한 죽음 맞았는데도 순직 처리를 안 하는 것은 그들의 노력과 교육을 죽음 이후에도 차별하는 것으로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옥주 수석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정규직 선생님들만 순직처리가 되고 기간제는 안됐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가르칠 때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가르치면서 선생님들에 대해서까지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전교조는 반드시 순직처리가 되고 두 분의 희생이 억울하지 않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6월 23일 고 김초원·이지혜 씨의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년 만에 순직 신청을 했다. 안산 단원고 교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이 김초원·이지혜 씨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69명의 국회의원들도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416연대·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전국교직원노동조합·조계종노동위원회 등이 결합한 대책위 역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한 공동대응 움직임 중 하나다. 대책위는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하라. 기간제 선생님에 대한 차별적 관행과 유권해석에 매달려서 순직인정을 거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의 차별은 없어야 한다. 대책위는 두 분의 유족들, 그리고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순직 인정 과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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