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일자로 KBS에 입사한 신입사원 A기자가 일베 헤비 유저였다는 사실이 지난 2월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단독보도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A기자는 2013년 초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일베와 자신의 SNS에 음담패설 및 여성 비하, 전라도 광주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과 댓글을 올렸다.

어느 방송사보다 무거운 ‘공적책무’를 지니고 있는 KBS의 ‘기자’가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를 앞장서서 표현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파문이 일었고, KBS기자협회를 비롯해 11개 협회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임용 취소 및 채용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KBS는 “내부 수습평가와 사규, 법률자문을 거친 결과 임용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A기자를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 정사원으로 임용했다.

▲ (사진=KBS)

KBS의 최고 의결 기구이자 감독기관인 KBS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 역시, 내부 구성원들이 요구한 ‘채용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사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여당 추천 이사들의 거부로 번번이 무산됐다. KBS 야당이사들(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은 30일 성명을 내어 “‘일베 기자 임용 사건’ 이후 관련 규정의 점검 및 보완은 이사회 임무”라며 “이사회 임무를 방기하는 다수이사의 횡포를 개탄한다”고 밝혔다.

야당이사들은 “지난 3월 31일 이른바 ‘일베 기자 임용 사건’ 이후 석 달이 지나가도록 KBS이사회는 아무런 논의도 못하고 있다. 사건을 성찰하고 관련 규정의 허점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작업은 이사회의 임무임에도, 다수이사들이 논의 자체를 봉쇄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이사들은 일베 유저 A기자 채용 사실이 알려진 이후부터 A기자 채용과 임용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주장했다. 4월 30일과 5월 8일 두 차례에 걸쳐 A기자 채용, 임용과 관련한 경과보고를 듣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요구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5월 8일 요구에 따라 열린 5월 13일 이사회 간담회에서는 여당이사들이 퇴장해 임시이사회가 아예 열리지 못했다. 야당이사들은 회의가 파행을 맞자 경영진에 서면보고를 요청했고 열흘 뒤인 5월 23일 결과를 받았다. 이후에도 야당이사들은 5월 30일 임시이사회와 지난 24일 정기이사회에서 일베 기자 채용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으나 여당이사들의 거부로 실패했다.

야당이사들은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낳은 당사자에 대한 임용 결정이 난 3월 31일 이후, 이사회는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받고 관련 인사규정의 미비가 있었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부터 진행된 우리의 노력은 2차례 걸친 임시이사회 소집의 무산, 그리고 2차례에 걸친 안건 상정의 거부로 되돌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횡포를 자행하는 쪽에서는 ‘회의 안건으로 부적절하다’거나 ‘회의를 열지 말고 간담회를 열자’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일베 기자의 여성 비하적, 지역 차별적 인식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부르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 (자료=KBS 야당이사들)

야당이사들은 KBS 경영진이 제출한 감사실 및 인력관리실 법률자문 결과를 제시한 후, “감사실의 법률자문 결과는 현행 인사규정을 근거로 해서도 이 사건과 같은 반사회적 차별 행위를 이유로 임용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하지 않고 애매하다”며 “이는 이사회가 관련 인사규정을 검토하고 보완에 나서야 할 이유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야당이사들은 “이사회 의안으로 부적합하다는 그동안의 직무 유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관련 인사규정과 시행세칙을 검토하고 보완하는 개정 작업에 나설 것이다. 규정을 보완하고 개정하는 권한은 경영진이 아니라 이사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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