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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현실에 무겁지 않게 끌어들이는 ‘소수의견’[기고] 현실은 영화보다 참혹했다… 그리고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원호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 승인 2015.06.30 02:13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관심을 갖고 기다렸다.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해 2010년 출판된 손아람 작가의 소설 <소수의견>은 단숨에 읽힐 정도로 아주 재미있는 법정 소설이었다. 하지만 2010년 1월에서야 355일 만에 장례를 치를 수 있었던 용산참사와의 시간적 거리감이 가까워서 인지,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미안했다.

소설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관심을 갖고 기다리던 <소수의견>이 드디어 개봉했다. 개봉연기가 대형 배급사가 권력에 주는 선물이라는 의혹까지 나오는 논란 끝에, 배급사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작완료 2년 만에 개봉한 것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부터, 감독과 영화사측은 용산참사 영화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허구의 사건을 다루는 법정드라마 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영화는 실화를 그래도 다루고 있지 않다. 용산참사 사건의 주요 쟁점일 수 있는 재개발의 문제나 경찰 진압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도 않다. 실제 사건에서 벌어진 권력 행태의 일부만을 차용해 허구의 사건과 인물을 구성해, 소설이 보여주었던 ‘재미있는 법정 드라마’를 구현했다. 영화사가 용산참사와 거리를 둔 것은, 영화가 그만큼 잘 만들어진 법정드라마라는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 영화 <소수의견>의 한 장면. (이미지=배급사 공식 페이스북.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허구의 세계는 정말 허구로만 존재할까? 철거민을 변호하며 국가의 유죄를 증명하려 한 주인공 윤진원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윤계상은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의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권력의 모순을 드러내며 ‘국가란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묻게 한다. 영화에서 그려진 권력기관과 권력자들은 국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소수’가 ‘다수’가 되는 것을 막는 일에 권력을 남용한다. 법정의 진실 공방을 통해,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 되면서 진실이 밝혀지지만, 권력은 여전히 그 진실을 묵살하고 만다.

허구이길 바라고 싶은 현실은 어쩌면 더 가혹했다. 영화에서 차용한 용산참사의 실제 사건하고 비교해 봐도 그 현실의 모순은 더욱 뚜렷하다. 영화에 등장한, “부녀자 살인 사건을 확대 보도하게 만들라”는 청와대발 여론조작 지시가 담긴 문건은, 용산참사 사건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2009년 1월말 당시 청와대는 ‘용산참사 사건의 여론 관심을 돌리려 군포 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경찰에 지시하며 여론조작을 위한 매우 구체적인 홍보방법을 지시했다. 이후 언론은 이례적으로 피의자의 신원까지 공개하며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연일 보도하며, 용산참사 사건을 희석시켰다.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일도 ‘실재’했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1만여 쪽 중에 검찰은 경찰 수뇌부에대한 조서 약 3천 쪽의 열람의 거부했다. 영화에선 수사기록이 없이 재판을 진행하지만, 현실에선 변호인단까지도 불공정한 재판을 거부하며 법정 싸움을 해야 했다. 이에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서라도 용산재판을 강행하려 했고, 이에 새로 변호인단을 선임해 수사기록 없는 재판을 진행해야 했다.

영화에서 검찰이 60명이 넘는 증인을 신청해 국민참여재판을 방해하려 한 것도, 실제 용산재판과 일치한다. 일반인 배심원들을 재판기일동안 격리해 집중 심리를 진행해야하는 참여재판의 성격상, 다수의 증인을 심문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법원이 증인 축소 명령을 검찰이 받아들여 국민참여재판이 성사되지만, 용산참사 재판에서는 61명이나 증인을 신청한 검찰이 중복되는 증인을 철회하지 않아 참여재판이 무산되었다.

또 영화에서 진행된 재정사건 재판도 현실에서는 무산되었다. 재정사건은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사건을 직접 법원에 기소 요청해 재판을 할 수 있는 절차이다. 용산참사 당시도 검찰은 무리한 진압 논란에도 경찰을 무혐의 처분하며 기소하지 않았고, 이에 철거민 측은 경찰을 기소해 재판해 달라며 법원에 재정사건을 신청하였다.

영화에서는 경찰책임자가 재정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용산참사 사건에서는 재정신청도 기각되어, 경찰 책임자들은 법정에 서지 않았다. 심지어 진압작전 지휘 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무전기 꺼 놨다’는 책임회피의 서면답변서만으로 검찰 조사도 받지 않고 무혐의로 처분되었다.

   
▲영화 <소수의견>의 한 장면. (이미지=배급사 공식 페이스북.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떠한가? 이쯤하면 영화보다 더 가혹한 현실이지 않았는가? 문제는 그 현실이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라는 과거 사건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독이 <소수의견>은 ‘용산참사’ 영화가 아니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국가와 거대한 권력의 음흉한 카르텔은 용산참사에서도, 강정마을과 밀양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고, 이름조차 명명되지 못하는 소수자들의 권력에 맞선 처절한 외침에서도 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한 이 영화는 용산참사 영화이기도 하다. 용산참사는 과거의 한 사건으로만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를 검붉은 화염에 뒤덮인 2009년 1월 20일의 과거 사건으로만 기억하는 순간, 참사는 반복된다. 용산참사의 진실이 규명되고 온당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용산참사는 어제의 일이 아닌 현재이고, 우리에게 올 내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소수의견>은 우리가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버겁고, 두려워서 회피할지도 모르는 가혹한 현실의 조각만을 허구적 장르와 영화적 재미를 통해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나약하고 흔들리는 인간이지만 현실에서 도망치고 않고, 회피했다가도 다시 부딪혀 본 윤진원(윤계상), 장대석(유해진), 공수경(김옥빈)처럼, 소수의견은 우리를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조심씩 대면하도록,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끌어들이고 있다.

이원호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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