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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지 기자들 공통의 적이 돼 버린 MBC[기자수첩] MBC의 잦은 고소·고발, 괴롭히기 위한 방법?
권순택 기자 | 승인 2015.06.29 17:00

미디어지 기자들의 주요 취재대상은 방송·신문사, 그 안에 소속돼 있는 기자·PD들이다. 일반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정부부처 및 고위공직자들로부터 당하는 ‘갑질’을 미디어지 기자들도 똑같이 당한다. 특정 아이템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정보차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디어지 기자들의 상대가 ‘취재의 어려움’을 극도로 잘 알고 있는 언론사 그리고 기자·PD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그런 일에 부딪칠 때마다 속으로 “자기들이 당하는 대로 돌려주는 것인가”라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그런 미디어지 기자들의 공통의 적이 돼 버린 취재처가 생겼다. 많은 분들이 예상은 할 수 있듯, 그것은 바로 MBC다.

MBC를 취재하는 미디어지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취재하는 게 괴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그 이유를 최근에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MBC 홍보팀에 취재차 연락 했는데 대뜸 ‘취재의 순서’를 운운하더니 “그릇된 정보 유포에 대해 책임을 묻고 대응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동안 MBC 관련 기사를 썼던 동료기자의 고충을 일정정도 확인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MBC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고충이 단순 취재의 어려움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MBC의 자사 비판 언론사 및 기자를 상대로 소송 제기

지난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언론사 고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청와대 및 고위공직자, 대형 언론사, 극우·보수단체들이 언론사·기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고소고발의 문제점을 짚었다. 토론회에서는 스스로 언론사이면서 또 다른 언론사 및 기자들을 상대로 무차별 고소·고발하고 있는 사업자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주요대상은 MBC로 압축됐다. 토론회 사례자로 참석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2012년 10월 MBC 이진숙 당시 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회동(MBC민영화)을 기사화 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소송이 진행 중이다. MBC는 이와 함께 한겨레 해당 기사는 ‘왜곡보도’라면서 민사상 정정보도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 및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주최 <언론사 고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미디어스
미디어오늘 전·현직 기자 7명은 현재 MBC와 법정다툼 중인데 내용은 다양하다. 조수경 전 기자는 MBC 보도국장실을 방문, 취재를 요청했다가 퇴거불응죄로 기소됐다. 당시 언론계 안팎에서 “형사고소는 과하다”는 비판이 높았지만 소용없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말 조수경 기자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확정했다. 이 밖에도 MBC는 자사 보도를 비평한 미디어오늘 조수경 전 기자와 강성원 기자, 장슬기 기자, 금준경 기자, 정상근 기자, 김도연 기자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한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민동기 전 편집국장 또한 국민TV 팟캐스트 ‘미디어토크’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이 빌게이츠 사망 오보를 낸 당사자이며 MBC 검찰출입 기자를 모두 시용기자로 바꿨다”고 발언했다가 “특정인(김장겸)에 대한 비방”을 이유로 1심판결에 이어 고등법원까지 200만원 벌금과 정정보도 판결을 받았다.

MBC가 미디어지를 상대로 하는 고소는 그것이 끝이 아니다. MBC는 지난해 본보 소속 2명의 기자(권순택·김수정)를 명예훼손 위반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14년 MBC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파헤쳤던 한학수 PD에 스케이트장 관리업무를 맡기는 등 인사조치에 비판이 거셌던 당시 썼던 기사 <'PD수첩'이 '촛불' 불렀단 적개심에서 끝내 교양국 '해체'까지>(▷링크), <인사 학살 MBC, 사상 최악의 ‘보복인사’에 안팎 술렁>(▷링크)가 문제가 됐다. MBC는 미디어스 기사가 <형법> 제307조 2항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면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로 인해 본보 기자들은 ‘허위’가 아니라는 증거자료를 스스로 수집·정리하고 서울서부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본보를 퇴사한 송선영 기자와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MBC PD)까지 괴롭혀야만 했다. 그리고 25일에는 고소인 대리인(MBC)과 대질조사를 벌였다. MBC(사장 안광한)를 비롯해 윤길용, 김철진, 심현택, 김현종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당일 KBS수신료 인상안이 국회 미방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는 등 긴박하게 상황이 돌아갔으나, 꼼짝없이 검찰에 몸이 묶여 있어야 했다. 이와 별도로 MBC는 민사상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3000만원)을 제기해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민사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늦어도 8월 초에는 나올 예정이다. 고소고발은 아니지만 MBC는 이 밖에도 지난 1월에 게재했던 본보 기사 <세월호 피해구제법에서 유독 ‘특례입학’부터 본 MBC>(▷링크)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MBC는 “미디어스 보도로 인해 MBC가 ‘세월호 유족의 입장을 전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중립적이지 못한 언론사’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MBC, 이제는 민언련 등 언론단체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질까

이런 상황에서 MBC가 고소고발 대상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MBC가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의 오마이뉴스 기명칼럼(▷관련기사 : 고소고발 남발 MBC, 언론단체 기명 칼럼까지 고소)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위반으로 고소한 것은 이의 한 사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본부장 조능희)를 상대로 내부 비판 단속에 몰두했던 MBC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그들을 감시하는 미디어지 그리고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까지 고소하고 나선 것이다. 민언련은 곧바로 성명을 내어 “그동안 MBC가 MBC에 대한 비판보도를 억제하기 위해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등 미디어비평 언론에 대해 마구잡이 고소고발을 남발해 온 것으로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본격적으로 언론시민단체까지 법의 힘을 악용해 입막음하려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MBC가 시민사회의 합리적인 감시와 비판을 강제로 막아보겠다는 치졸한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민언련은 “MBC는 공영방송사로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면서 외부의 비판적 시각에 수시로 고소를 일삼는 MBC 경영진의 행태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해사행위이며 시청자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민언련은 MBC의 고소·고발 남용에 대해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의 이 같은 고소·고발 행태와 관련해 많은 이들은 ‘괴롭히기’라고들 평가한다. 계속해서 소송을 걸면 상대 언론사 입장에서 결국에는 관련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라는 얘기다. MBC가 실제 ‘괴롭히기 위한’ 소송을 거는 것인지 그 진의야 알 수 없지만(또 소송에 걸릴 수 있으니 표현을 애매하게 해야한다) 고소고발을 당하는 입장에서 괴로운 것은 사실이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고소한 쪽이)주장하는 논리를 맞받아 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별 자료도 준비해야하고 귀찮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한번 치러보면 반드시 손해 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연륜이 묻어나는 답이다. 그렇지만 보통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기자들 상당부분 두려워하는 등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며 “일부 기자들의 경우 출입처를 바꿔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시민사회도 “MBC는 원래 그렇지” 무뎌져…실질적인 견제 방법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MBC는 원래 그렇지’라고 무뎌져 버리게 된다”며 “건강한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비평과 비판 영역에 대한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MBC는 그 조차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MBC가 언론의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MBC가 자사비판 기사에 대한 고소고발하는 것을 다소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기는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2012년 “형사상 명예훼손 처벌하는 규정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죄)와 관련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폐지,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엄격히 적용(‘허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검사에게 입증책임을 줌), △친고죄 적용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제311조(모욕죄) 폐지를 담은 법을 별도로 발의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 또한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2013년 제307조(명예훼손죄)와 관련해 더 나아가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직자의 직문에 관한 내용은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아 입법청원했다. 해당 법안들은 발의 된지 길게는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이 MBC의 고소고발을 막을 근본적인 장치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원용진 교수는 MBC의 자사비판 기사에 대한 잦은 고소·고발에 대해 “방송사들이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고 해서)소송으로 가져가는 문제에 대해서 국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윤리의 잣대로 논의를 옮겨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국회는 물론 방문진에 의해서도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큰 MBC다. 과연, 무엇이 MBC의 고삐를 죌 수 있을까. 혹은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MBC의 소송 대상이 된 미디어지 기자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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