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노조원 4명 추가 고소, 노조원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 등 잇단 강경 방침을 밝히면서 YTN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일로 YTN노조의 '구본홍 저지 투쟁'이 126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회사 쪽의 강경 조치로 노사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구본홍 사장은 강철원 보도국장 직무대행, 문중선 편집부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하며 보도국 재정비에 나서는가 하면, 1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배석규 CU미디어(구 YTN미디어) 상임고문을 신임 전무로, 김사모 YTN 총무국장을 경영담당 상무에 임명하는 등 경영 쪽 재정비에도 나서는 형국이다.

YTN노조 관계자는 "마지막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상식에서 어긋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 YTN노조가 19일 공개한 '조직개편안'
◇"거꾸로 가는 '비상경영' " = YTN노조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회사 쪽의 '조직개편안'을 입수해 19일 공개했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의 '2실 5국 7부 38팀'은 '3실 6국 7부 46팀'으로 확장되고 이사 자리가 전무, 경영상무, 방송상무가 늘어나는 등 팀장부터 전무까지 12개의 자리가 새로 생긴다.

YTN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구본홍이 (YTN) 접수를 시도한 뒤 조직은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며 "말이 좋아 조직 확장이지, 구본홍을 위해 봉사하는 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감투 잔치' "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조는 "특히 방송상무 신설은 보도국과 기술국 등 보도 관련 조직을 총괄하는 이사로, 사원들의 투표를 거쳐 뽑는 보도국장을 무력화하고 보도를 통제하려는 구본홍의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인 대목"이라며 "비상경영은 노조를 탄압하는 구호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노조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YTN을 엉클어뜨리려는, 상식에서 어긋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조직개편안을 보면 간부 자리가 대폭 늘어났음에도 회사 쪽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철원씨, 문중선씨의 경우 실력으로 평가받기 보다는 구본홍을 살리려는 의도로 무리수를 둬 임명한 것"이라며 "원상회복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직 개편을 할 만큼 (구본홍씨가) 작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800명이 있는 YTN에 사장만 있고 실질적으로 전체를 총괄하는 사장 역할을 분담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었다"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사장을 도와 경영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무로 임명한 것"이라며 "노조가 공개한 '조직개편안'에 포함된 '방송 상무'는 없다. 노조가 잘못된 자료를 입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 취재부국장, 보도국장 직무대행에 임명 = 강철원 부국장은 지난달 25일 보도국 부·팀장회의에서 "노조의 입장에 동조하는 부·팀장은 입장을 밝혀라. 인사에 반영하겠다"며 사실상 부·팀장 성향 조사를 언급해 노조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보도국 운영지침'에서 "차장 대우 이상 노조원들의 기사 승인권을 박탈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일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활동 가담 여부 및 성향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노조 상대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 = 지난달 31일 YTN은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업무방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YTN노조와 노조 전·현직 간부를 비롯한 5명을 상대로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YTN은 신청서에서 "주주총회를 통해 선출된 구본홍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운동은 형사상 처벌도 가능한 불법 행위"라며 "노조원들이 가처분 결정이 난 뒤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행위 시마다 노조는 1천만원씩, 개인은 100만원씩 지급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 11월12일 오전 YTN노조원들이 YTN타워 정문에서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송선영
◇보도국 간부 인사 단행 = YTN은 지난 10일 보도국 취재부국장에 정영근씨를, 편집부국장 직무대행에 문중선씨를 임명했다.

YTN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비록 직무대행 딱지가 붙었다 하나 편집부국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정치적 사심이 있거나 근태가 불량한 자가 차지할 수 없다"며 "그러나 문중선 부장은 '구본홍 사장 만들기'를 공언하고 다녔던 자이며 본인에게 부여된 방송위원이라는 업무를 태만히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 YTN지회도 같은 날 '인사 철회로 보도국 정상화할 것을 요구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문중선 부장은 구본홍씨가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내정되기 전부터 '구씨를 위해 뛰고 있다'는 후문이 파다했던 인사"라고 비난했다.

◇보도국 그래픽팀장 보직 박탈 = YTN이 <뉴스오늘> 생방송 도중 '공정방송' 문구가 화면 오른쪽 상단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14일 보도국 그래픽팀장 보직을 박탈하고 이대승 방송위원을 그래픽팀장으로 임명했다.

문중선 보도국 편집부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3시경 그래픽팀 사원들에게 "'공정방송'사고와 관련해 그래픽팀이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책임 추궁을 해야 함에도, 서 팀장은 적극적으로 가담자를 색출하지 않았다"며 "회사에서 큰 방송 사고로 보는 만큼, 현재 팀장의 보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팀 사원들은 이날 '그래픽팀장 보직 박탈을 당장 취소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보직 박탈까지 해야 할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그래픽팀에 이번 사태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것"이라며 "공정방송 노출 건을 빌미로 사측이 기다렸다는 듯이 서 팀장을 교체한 것은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비난했다.

◇노종면 지부장 등 노조 관계자 4명 추가 고소 = YTN노조는 "구본홍 사장이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 4명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7일 밝혔다.

YTN노조는 "회사 출근은 아예 시도조차 않고 있으면서 강철원 부국장 등을 내세워 보도국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구본홍씨가 급기야 추가 고소를 했다"며 "지난 14일 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본홍 최후의 공세…불안감의 표현"

YTN내부에서는 최근 회사 쪽의 일련의 행태들에 대해 "구본홍씨가 최후의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조의 저지로 지난 7월2일부터 한번도 제대로 출근한 적이 없었던 구 사장이 YTN에 안착하려는 무리수를 둔 '시도'라는 분석이다.

▲ 구본홍 YTN 사장. ⓒ송선영

구 사장이 내부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주요 간부 자리에 측근을 임명한 것은 이들을 통해 YTN사태를 해결함과 동시에 YTN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구 사장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종면 지부장은 "구본홍씨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간부들 자리가 늘어난 '조직개편안' 마련도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정방송' 문구 노출과 관련한 노조원 징계를 위해 20일 열릴 예정인 인사위원회와 노조원 4명에 대한 구 사장의 추가 고소도 YTN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 사장은 지난 17일 사내에 올린 공지에서 "노조의 방송 개입은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 편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송법 4조를 위배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규를 명백히 어긴 중대한 불법 단체행동"이라며 "회사는 이번 노조 집행부의 행위를 '생방송 중 방송시설 무단 침입 및 봉쇄 사태'로 규정하고 유사한 불법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요원 배치 등 자구책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19일 YTN 20층 보도국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회사 쪽의 잇단 강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YTN 노조의 투쟁 대오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YTN 노조가 "노조의 상식적인 주장과 투쟁은 구본홍의 마지막 꼼수를 분쇄하고 승리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강경한 회사 쪽과 만만치 않은 노조 사이의 대립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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