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에 ‘노무현, 종북’이라는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임명된 가운데, 재단 경영지원실장에는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을 지낸 최수영 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낙하산 집합소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25일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낙하산 집합소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오랜 세월 시청자의 방송 참여와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애써온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정치꾼들의 ‘낙하산 집합소’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시청자미디어재단 경영지원실장으로 최수영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내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앞서 최수영 씨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원서를 넣은 건 사실이고 내일 최종면접이 있어 준비하고 있다”며 “언론사 경력이 있어 전문성이 있다고 여겨 지원한 것이지 낙하산은 아니다”라고 단독 보도했다.(▷링크)

최민희 의원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낙하산 집합소인가”

최민희 의원은 “‘정치평론가’라는 외형만 둘러쓴 채 노골적인 ‘친박 정치활동’을 펼친 덕분에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던 이석우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며 “그런데, 이제는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인사가 경영지원실장 자리에 이미 내정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지원실장은 미디어재단 직제상 이사장 다음의 높은 자리로 내정설이 현실이 된다면 미디어재단의 최고위직을 정치꾼 낙하산들이 독식하게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 5월18일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이석우 씨가 취임했다(사진=방통위)
시청자미디어재단 경영지원실장 내정설이 돌고 있는 최수영 씨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과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에 입성해 춘추관과 대변인실의 행정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민희 의원은 최수영 씨와 관련해 “더 이상 노골적일 수 없는 친여·친정부 정치인”이라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물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경영지원실장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고 심지어 낙점됐는지 어안이 벙벙하다”고 꼬집었다.

최민희 의원은 시청자미디어재단과 관련해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임을 스스로 자각하고 실천하는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만들어진 기관”이라고 강조한 뒤, “MB정부가 들어선 뒤 방통위가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위탁해 한동안 기형적으로 운영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전국 각지로 확산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도 미디어센터를 더욱더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독립법인화’하기로 법제화까지 했는데, 정작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낙하산 집합소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최민희 의원은 “더욱 가관인 것은 현재 미디어재단이 공고한 경력직 채용에 특정 정치성향의 단체 등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다수 지원해 낙하산 인사가 경영지원실장 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꾼들의 낙하산 내정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자격 없음이 만천하에 폭로된 이석우 이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낙하산 집합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논란은 재단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로 떨어졌다.

“최수영 씨 임명되면 사퇴촉구할 것” VS “산하기관 일 할 수 있게 해줘야”

야당 추천 고삼석 방통위원은 “이석우 이사장은 업무보고에서 ‘방송과 미디어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함에 있어서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매사에 공정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바로 경영지원실장에 직전 청와대에 있던 분이 내정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 분(최수영)이 경영전문가인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만일, 이 같은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이석우 이사장은 약속위반으로 사퇴요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은 “이석우 이사장 선임 당시 가장 큰 논란은 정치성향이었다”며 “5개 권력에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있고 그곳을 지휘해야하는 곳이 재단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깨지면 그곳이 모두 선거운동본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여당 추천 허원제 부위원장은 “산하기관에서 인사와 관련해 아무런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의도를 가진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며 “(이 같은 발언으로)방통위 중립성과 독립성이 스스로 훼손된다”고 야당 추천 방통위원에 화살을 돌렸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이기주 상임위원은 “산하기관에서 공고된 내용과 다르게 자격 없는 사람이 채용됐다면 감사가 이뤄질 일”이라며 “이석우 이사장이 투명하고 공정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이야기가 되면 어떻게 나름의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동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인사로 서로 공방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정도로 정리하자”고 회의를 급하게 끝냈다.

한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석우 초대 이사장은 오는 30일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본인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및 낙하산 논란과 함께 최수영 씨에 대한 낙점설에 대해 어떤 의견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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