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에서 이어집니다.

- 미는 처음에 첸을 경계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첸에 대한 경계를 풀고 사랑하게 된다.

“미는 지치고 외로웠다. 하지만 ‘나 지치고 외로웠어’ 하는 내면을 풀 데가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첸을 만났는데, 첸에게 반가운 감정을 느낀다. 저 역시 미와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로봇 청소기를 움직여 청소를 시키고, 저는 거실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다가 저를 툭 치는 거다. PC를 하다가 보니 로봇 청소기였던 것이다. 로봇 청소기가 저를 건드리는 순간에 다가오는 로봇 청소기의 터치가 그렇게나 반가울 수 없었다. 혼자 있어서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로봇 청소기의 터치가 반가웠던 것이다. 사람도 아닌 로봇 청소기에 반가웠던 것처럼, 미 역시 첸이라는 낯선 남자가 다가와서 반갑고 좋았을 것이다.”

▲ 배우 한채아 ⓒ박정환
- 드라마 <당신만이 내사랑>에서는 따귀를 맞았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는 반대로 한채아씨가 따귀를 때린다.

“실은 영화를 드라마 <당신만이 내사랑>보다 먼저 찍었다. 영화 리허설 할 때 실제로 때렸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따귀를 때린 적이 없어서 너무 미안했다. 처음 따귀를 때리는 거라 ‘죄송해요’를 연발했다. 그런데 상대 배우가 ‘괜찮아요’ 하지 않고, 진지하게 다음 대사를 했다. 문제는 상대 배우의 대사가 ‘이런 시**이...’하는 욕설이었다. 따귀를 맞고 괜찮아서 그냥 다음 대사로 넘어간 것이다. 영화 촬영장이 웃음기가 별로 없는 촬영장이었는데, 상대 배우가 진지하게 연기하다 보니 웃음이 빵 터졌다.”

- 미가 첸에게 업소 아가씨와 잤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미가 첸에게 질투하는 것이다. 미와 첸의 질투가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는 첸이 술집 여자와 자지 않았을까 하는 질투, 첸은 미가 회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갈 때 무슨 관계일까 하는 질투를 드러낸다.”

- <각시탈>이나 <당신만이 내사랑> 등 작품 운도 좋아 보인다.

“한 단계씩 잘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뿐만 아니라 감독님과 배우 복도 많다고 생각한다.”

- 예능 <인간의 조건>에서는 ‘폭풍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게 제 이미지이기도 하다.(웃음) 저를 외모적으로만 보면 새침데기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제 원래 모습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조건>에서 보여드린 이미지다. 조신하게 보이지만 힐 신는 것도 싫어한다. 힐은 가끔씩 멋내고 싶을 때만 신는다. 운동화나 플랫슈즈를 많이 신는다. <인간의 조건>에서 보여드린 털털한 이미지를 시청자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셨다.”

▲ 배우 한채아 ⓒ박정환
- 데뷔 초와 비교할 때 시나리오를 읽는 눈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 같으면 ‘이 작품이 잘 될까?’ 혹은 ‘캐릭터가 잘 나올 수 있을까’, ‘이 연기를 하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남이 저를 평가하는 기준에 잣대를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이 작품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둔다. 연기하면서 짜증나면 그만큼 괴롭고 힘이 든다. 그러면 좋은 연기가 나오기 어렵다. 제가 좋은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 시청자 눈에도 보일 것이다. 시나리오를 볼 때 다른 이들이 괜찮다고 해도, 앞으로의 대본이 기다려질 정도로 희열이 느껴지는 대본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 그렇다면 드라마 <당신만이 내사랑> 할 때와 <메이드 인 차이나> 할 때 느꼈던 행복은 무엇인가.

“드라마를 찍으면 제가 연기한 분량을 다음날에 볼 수 있다. <당신만이 내사랑>을 찍으면서 바로바로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신만이 내사랑>은 저 혼자만 찍으면 되는 게 아니다. 가족극이다. 연기자들이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대본에서는 이렇게 찍었으니 다음 대본에서는 저렇게 찍으면 된다는 연기의 합이 중요했다.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해야 하니 서로가 위로해가며 찍을 수 있었다. 연기자들이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행복이 있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장르라 어려운 감정선을 잡아야 했다. 촬영하는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길게 느껴질 정도로 촬영할 당시에는 힘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이 완성되어 관객의 피드백을 기다린다는 행복이 크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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