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한채아가 연기하는 미는 식품안전처 검사관이다. 미는 식품안전처에 출근할 때마다 낯선 광경을 목격한다. 중국인 첸(박기웅 분)이 ‘우리 장어는 안전합니다’라는 1인 시위를 하며 자신이 가지고 온 장어에 수은이 없다는 걸 다시 검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도대체 첸은 왜 중국의 양식장에서 키운 장어를 굳이 한국까지 가지고 와서 자신이 키운 장어가 안전한 장어라는 걸 증명하려고 애쓰는 것일까.

처음에는 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첸의 1인 시위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첸을 미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첸을 향한 연민과 동정심, 그리고 미가 그동안 쌓아오던 외로움으로 비록 말 한 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미는 첸과 사랑의 감정을 교류하기 시작한다. 한채아가 이야기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하자.

▲ 배우 한채아 ⓒ박정환
- 영화 <아부의 왕>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드라마건 영화건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작업을 한다. 영화를 나중에 하자고 미룬 건 아님에도 3년 동안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가 <메이드 인 차이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재미있겠다는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대중은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 스타일을 알고 있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미를 연기할 때 어떻게 다가서야 할 지 저 스스로 궁금했다.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박기웅 씨와는 영화 <각시탈>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박)기웅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는 미리 받았지만, 영화를 준비하는 기간이 길지 못했다. 기웅이가 중국어도 준비해야 하는 등 연기를 위해 기웅이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첸은 눈빛으로 연기하는 장면이 많다. 왜냐하면 미는 한국인, 첸은 중국인이라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기웅이가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눈빛으로 연기하는 장면에서 호흡을 맞출 때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기웅이와는 <각시탈>을 찍는 동안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친하게 지낸 사이라 기웅이의 눈빛만 보아도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배우인가를 파악할 시간이 줄어든 거다. 첸으로 볼 수 있게끔 기웅이가 도와주어서 연기 호흡은 너무나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 배우 한채아 ⓒ박정환
- 한채아씨가 연기하는 미는 검사관이다. 영화 속에서 대역 없이 장어를 직접 손질한다.

“생선 요리를 직접 할 줄 안다. 살아있는 꽃게도 손질해서 꽃게탕을 만들 정도로 물고기를 만지는 일은 익숙해서 장어도 잘 만질 줄 알았다. 식약청에서 일하시는 분이 직접 오셔서 장어의 머리를 고정 못에 끼우고 손질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위해 장어를 만져보니 장어의 힘이 어마어마해서 놀랐다. 워낙 미끄러워서 두 손으로 잡아도 도망칠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검사관처럼 장어를 실제로 잡아 살을 뜨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 <메이드 인 차이나>를 만든 김동후 감독은 미에 대해 “한국 사회에 지친 여자”라고 표현했다.

“미는 검사관 일을 마치고 나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직장-집이라는 무료한 일상을 반복한다. 미는 이런 무료한 일상에 지친 여성이다. 미는 수은이 검출된 장어를 뒤로 빼돌리는 일을 도와준다.

사람은 잘못된 일을 할 때 처음에는 양심의 괴로움을 받는다. 하지만 잘못된 일이 습관이 되면 잘못된 일이라는 가책이 들지 않을 만큼 익숙해지고 만다. 불법적인 일을 할 때 처음에 미는 ‘하면 안되는 일인데’ 하며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는 나중에 가서는 잘못된 일이라는 것조차 잊게 된다. 미는 이런 불법적인 일에도 지친 여성이다.”

- 첸과 미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처음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외모만 보아도 좋다. 하지만 만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연인의 취미 생활이나 생각이 맞아야 사랑이 오래 지속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사랑을 발전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 인터뷰 2에서 이어집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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