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가 "미네르바는 현재 가장 뛰어난 우리의 경제스승"이라는 글을 '시사360'과 아고라 게시판에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제작진에게 불편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 지난 17일 방영된 KBS '시사360' 프로그램 '미네르바 신드롬, 왜?'편에 방송된 김태동 교수의 인터뷰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시사360'에서 미네르바와 관련된 인터뷰 내용이다.

김 교수, "어디에 가면 어떤 자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야만 자기의 주장, 자기의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럼 점에서 아주 단시간 내에 필요한 자료를 쏙쏙 빼낼 수 있는 실력이 있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제작진은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인터뷰를 김 교수 발언의 대칭점으로 세웠다.

안 연구원,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조장시켜 우리나라 경제로서는 치명적인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런 분석이 계속 확산될 경우에 우리로서는 거의 자해에 가까운 잘못된 분석이 아닌가…"

안 연구원, "정부가 나름대로 한다고 잘 하려고 했지만 조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빌미를 준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미네르바라는 논객이 그동안 몇가지 사건에 대해서 예측을 적중하면서 나름대로 제시한 해법이 상당히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진 측면이 있습니다."

미네르바를 '긍정' 하는 쪽은 김 교수이고 '부정'하는 쪽은 안 위원으로 세웠다.

안 위원의 두번째 코멘트가 양비론을 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긍정' 발언 1개 '부정' 발언 2개로, 일단 정량적으로 비대칭이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제작진이 두 발언을 편집해 시청자에게 던진 '메시지'이다. 김 교수의 발언만 놓고 시청자가 느끼기에 미네르바는 경제학 교수가 봐도 '기능적'으로 실력있는 사람인데, (안 의원에 의하면) '국가적'으로 불안을 유발시키는 '불량'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적합한 이야기가 된다.

김 교수에게도 미네르바의 '국가적' 의미를 묻고, 안 연구원에게도 '기능적' 의미를 물어 방송했어야 했다. '공정방송'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김 교수가 공개적으로 밝힌 "미네르바는 현재 가장 뛰어난 우리의 경제스승"이라는 글로 인해, 김 교수에게 '국가적'의미를 묻지 못했다는 제작진의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김 교수는 글을 통해 "12시 전화시에는 미네르바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짜고짜 묻길래, 나보다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했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기에, 중요한 예측을 많이 맞히셔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지요"라고 인터뷰의 배경을 밝히고 "미네르바 인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기에, 촛불 때처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답했어요. 정부가 사이비 학자를 내세워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위기라고 했다가 갈팡질팡 하는데 주권자인 국민은 정부 (말이라고 해)도 안 믿을 건 안 믿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라며 미네르바가 '국가적' 차원에서도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글 말미에 "당신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입니다. 더욱 자중자애하시고 조국의 앞날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사360'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김 교수의 이미지는 익명의 경제전문가보다 사뭇 '한 끗발' 높은 경제학 교수가 단순히 '기능적'으로는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김 교수가 미네르바를 향해 '존경심'을 '커밍아웃'하고 겸손히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 경제전문가'와 '경제학 교수'의 (인터넷상에서의)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여당은 인터넷 상의 '대화'가 익명에 의해 폐해만을 양상한다는 '음지'의 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익명의 경제 전문가'가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각계각층의 관심을 받고 반향을 일으키는데 '익명'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로운 개진을 할 수 있었던 한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아래는 김 교수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 전문이다.

미네르바는 현재 가장 뛰어난 우리의 경제스승 2008.11.18

KBS에 올렸는데 진짜 김태동 교수가 쓴 것이냐는 말씀도 있고 해서 본인이 여기에 다시 옮깁니다.

바삐 쓰느라고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분명 본인입니다. 이렇게 길게 아고라에 쓰는 것은 처음인 것 같군요. 제목만 바꾸었구요, 제목에 '현재'라는 단어만 첨가하였습니다. 어려울 때 소주만 잡수시지 말고 힘내세요, 미네르바님. 한번 만났으면 합니다. 요새 책을 준비중인데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출판사분에게도 내가 존경하는 사람으로 당신이름을 이야기한 것이 며칠 안된답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3가 다산경제관 6층

네티즌께 어떻게 본인임을 확인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94년 이맘때쯤 성수대교 무너진 뒤 얼마 안되었을 때, 21세기의 오적이란 담시를 김지하씨를 모방하여 써서 발표한 적이 있어요. 언론도둑, 법률도둑, 환경도둑, 부동산투기도둑, 공직도둑이 그들이지요. 이 자들이 지금 당신을 핍박하더라도 굴하지 않으실 줄 믿습니다.

진짜 김태동

(이하는 시사360에 올린 글)

KBS에서 월요일 12시쯤 전화가 와서 오후 4시쯤 인터뷰를 했습니다.
최근 KBS TV 쪽과 안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1)개편뒤 첫방송이라고 하고 (2) 담당 PD께서 간곡히 부탁하시길래 응했습니다.

12시 전화시에는 미네르바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짜고짜 묻길래, 나보다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했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기에 중요한 예측을 많이 맞추셔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지요. 이런 답변이 아마 구색 맞출 '전문가' 찾는데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꼭 인터뷰 하자는 거예요.

4시에 와서 PD는 다섯가지 이상 질문을 했고 나름대로 성심껏 답변했습니다.
예측을 잘 맞추신 것에 대하여,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설명했지요. 한국은행 금통위원 4년 하는 동안 저는 한국은행의 우수한 인재들이 얼마나 예측에 노력을 집중하는가를 보았고, 그 결과가 때로는 얼마나 많이 틀리는가를 보았기 때문에, 예측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가장 인상깊은 예측이었냐기에 10월 하순 어느 날 환율이 1500원으로 폭등할 거라고 말씀하신거라고 답변했고요.

미네르바 인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기에, 촛불 때처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답했어요. 정부가 사이비 학자를 내세워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위기라고 했다가 갈팡질팡 하는데 주권자인 국민은 정부도 안믿을 껀 안믿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 국민 참 똑똑하시지요? 상반기에는 촛불시위를 통해서, 하반기에는 미네르바를 통해서 우리의 장래에 대해 실망만 할 수 없음을 우리 형제자매들이 당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PD에게 "이렇게 취재해 가지만 안 나오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까지 나누었습니다. PD왈 "그건 걱정하지 마시라"는 거였습니다. 1년전쯤 추운날 MBC까지 오라고 해서 한 인터뷰도 1초도 안나온 적이 있거든요.

어제밤 저는 이 360을 안보고 잤습니다. 오늘 오후 6시에 강의를 끝내고 포탈에 보니까 많은 네티즌이 편파방송이라고 쓰신 걸 알게 되었죠.

제가 당신을 덜 칭찬해서 1초라도 더 화면에 비쳤다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덜 편파적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아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해봅니다. 저에게 왔던 PD는 좋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속은 알 수 없겠지요. 아주 좋은 분이라면 방송후에 전화라도 해주거든요. 아직 전화가 없네요. 이 글을 보시면 PD님 전화 주세요.

사실 저는 욕심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어요. 제가 지난 1주일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미네르바님이거든요. PD에게도 그렇게 이야기 했지요.

오늘 국제금융론 강의에서 통화SWAP을 조금 가르쳤지요. 그러나 당신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입니다. 더욱 자중자애하시고 조국의 앞날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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