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 중 하나가 추리다. 소설과 드라마, 만화와 영화 등 수많은 분야에서 추리는 하나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고는 한다. 첫 방송을 한 ‘너를 기억해’는 일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감각에 가장 잘 맞는 드라마다.
성악설과 성선설, 그리고 사이코패스;
내츄럴 본 킬러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편견, 이현의 활약은 편견 깨기다
천재가 천재를 잡는 식의 대결 구도는 익숙하다. 일반적으로 접근해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는 결국 천재가 나서야 한다.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천재를 내세워 만들어질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하고 관심을 이끌기도 한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인 이중민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프로파일링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사이코패스인 이준영에게 보다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선천적 사이코패스의 성향이 자신의 큰아들인 현이에게서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성향이 혹시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이준영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이준영은 오히려 이중민을 이용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프로파일러를 프로파일링하고 오히려 그의 마음에 의심을 심어버린 사이코패스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천재인 아들이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결국 그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했다. 사회와 격리시키고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아들을 사이코패스가 아닌 평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이 교수의 이런 집착은 결국 모든 것을 망가트리는 이유가 되었다.
이현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보던 소녀가 있었다. 지안은 어린 시절 현을 지켜보던 소녀였다.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아이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그녀가 경찰이 되는 이유가 되었다. 유명한 사이코패스 이준영 사건 파일을 보기 위해 경찰대에 입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본청에 소속된 그녀는 그렇게 과거의 사건과 이현에 집착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사건 현장에 이현이 등장했다.
연쇄 살인이라고 외치는 이현과 그의 스토커였던 지안은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현은 기억을 못하지만 지안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존재. 그렇게 엇갈린 그들이 결국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연쇄살인사건 속에 이현의 봉인되다 만 과거의 기억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천재인 이현은 사건을 본 순간 무엇을 알리려고 하는지 알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능력으로 젊은 나이에 유명한 대학의 부교수로 활약하고 미국 현지에서 경찰의 자문 역할까지 했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궁금증만은 아니다.
20년 전인 1995년 올리버 스톤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내츄럴 본 킬러’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타고난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매스미디어의 문제와 함께 버무려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영화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온 만큼 과연 인간이란 성악설이 맞을까 성선설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타고난 악마인지 천사인지 아직 모르겠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은 과거의 논쟁이 아닌 인간 본연에 대한 탐구라는 점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 영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이라면 이는 곧 성악설이 될 수 있다. 후천적 사이코패스라면 이는 곧 성선설을 뒷받침 해주기도 한다.
사회가 악마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악마는 타고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너를 기억해’가 다시 재기하고 있다. 1976년 제작되었던 영화 ‘오멘’에는 데미안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데미안은 말 그대로 악마다.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지닌 악마의 실체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이런 근원적인 공포는 1968년 제작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로즈마리 베이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거 악마에 휩싸인 이들의 영화들 속 주제는 결국 성악설에 기반이 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불가해한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공포는 결국 사회적 문제를 영화적인 장치를 통해 변형해 대입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함의로 풀어볼 수도 있지만 ‘너를 기억해’를 이런 모습으로 풀어내기에는 재료가 너무 없다.
전형적인 일본 추리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너를 기억해’는 음악도 묘하게 닮았다. 뭐라 특징지을 수는 없지만 코믹을 품은 추리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하던 일드의 BGM을 떠올리게 한다.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추리 드라마. 사이코패스를 내세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사회를 반영하는 의미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너를 기억해’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