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업계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의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들이 2013년 이후 내리 3년째 길거리에 내몰리게 됐다. 티브로드 원청, 하청, 노동조합은 지난 2013년 노조의 31일 파업 이후 ‘상생협약’을 체결했으나 티브로드는 상생지원금을 ‘수수료’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지급했고, 협력사 협의회는 최근 노사교섭에서 임금동결과 함께 상여금의 일부를 매출 연동 성과급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오는 24일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3일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는 서울 명동 티브로드 홀딩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초부터 일부 협력사들이 조합원의 시간외노동을 의도적으로 줄이면서 노동조합을 만든 2013년 이전으로 임금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사협의회는 연간 120만원의 상여금(월 10만원씩 지급) 중 40만원을 매출과 연동한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임금삭감안을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는 23일 오전 서울 명동 티브로드홀딩스 본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티브로드에 원청-하청-노동조합 상생협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는 원청인 티브로드 홀딩스가 업무수탁비용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며 “2014년 말, 기사 1인당 330만원의 비용을 산정해 지급하던 방식에서 가입자 당 지급으로 변경하면서 가입자가 감소되고 있는 대다수 협력업체들은 연장근로축소 및 폐업협박 등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짤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브로드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574억762만원, 당기순이익은 1068억1428만원이다. 당기순이익 중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한빛방송, 동대문방송, 도봉강북방송, 서해방송, 노원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7.96%나 된다. 유선방송 부문만 따로 놓고 보더라도 실적은 좋아졌다. 이런 까닭에 티브로드홀딩스가 협력사와 설치‧수리 기사를 쥐어짜는 목적이 ‘주식시장 상장과 사주일가의 이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윤진영 공동위원장은 “협력사는 회사가 어렵다며 연장근로를 축소하면서 인건비 중간착취를 더하고 있고, 폐업과 구조조정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협력사들은 원청의 묵인 하에 갑보다 더한 ‘을질’, ‘마름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3년 체결한 상생협약을 원청이 어긴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5차례 교섭과 2차례 중재에서 협력사들은 ‘노조가 원청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탓에 원청이 돈을 내려보내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티브로드지부 이영진 지부장은 “상여금을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급을 낮추는 것이고, 여기에 연장근로까지 줄이면 임금동결이 아니라 임금삭감이 된다”며 “여기에 폐업을 압박하는 등 고용불안까지 있다. 이런 원청과 협력사 때문에 조합원의 88%가 쟁의행위를 찬성했다”고 말했다. 박지성 부지부장은 “현장 관리자들은 ‘노조 가입하지 말라는 게 부당노동행위면 노조 가입하라는 건 우리 입장에서 잘못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진짜사장나와라 운동본부’ 이남신 집행위원장은 “원청이 사용자성을 회피하면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협력사의 중간착취 문제도 당장 해결해야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청 태광그룹이 다단계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티브로드 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한 만큼 (직접고용) 정규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브로드는 ‘협력사 노사문제’라는 인식이다. 티브로드는 “상생협약은 협력사와 체결한 것이고, 협약을 파기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수료도 ‘건당’ 지급하는 게 위수탁계약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티브로드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노동조합이) 요청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부분과 노사교섭을 연결해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열리는 동안 티브로드는 엘리베이터를 가동하지 않았다. 사무실로 주변 계단과 출입문 바깥에 직원들을 배치해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신임철 인사팀장은 원청-하청-노동조합 상생을 위한 면담을 요청한 노동조합에 빠른 시간 안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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