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사이트 개편을 시행하며, 게재된 기사에 정부나 기업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오피셜 댓글'을 준비 중이다.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공론장이 펼쳐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며, 정부와 기업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히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댓글에서도 배려를 받는 것이 기울어진 처사라는 지적이다.

'오피셜 댓글' 도입에 대해 JTBC는 “정당한 반론권 확보라는 취지인데, 네티즌들의 댓글에까지 정부가 일일이 해명을 하게 되면 자칫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같은 날 KBS는 대뜸 “요즘 인터넷에 아니면 말고 식의 엉터리 기사가 퍼지는 경우가 많다”로 우려한 뒤 “앞으로 이런 기사가 뜰 경우, 이해 당사자들이 즉시 공식댓글을 달아 해명하거나 번복할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KBS는 22일 <정부·기업 ‘공식 댓글’…반론권 보장> 리포트(▷링크)를 통해 ‘포털의 댓글 반론권 보장 서비스’가 도입된다며, ‘한 대기업의 헛소문이 포털에 기사로 올라와 곤욕을 치른 사건’을 소개했다. KBS는 이어 “근거가 없는 기사라도 SNS와 포털에 퍼지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음성이 변조되어 등장한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M&A라든가 여러 가지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민감한 시기 때 정확치 않은 정보를 가지고 이렇게 기사화시킴으로써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6월 22일 KBS '뉴스9' 보도

KBS는 “기업들은 엉터리 기사가 널리 퍼지기 전에 즉각 반박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반론을 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포털이 이른바 사이비 언론을 방치해온 반면,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높다”며 서비스의 취지를 설명하곤, 다소 엉뚱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포털이 사이비 언론사들을 가려내 검색창에서 추방하는 방안이 꼽힌다”는 것이다. KBS의 논리는 '오피셜 댓글'의 도입 취지가 '사이비 언론'에 있다는 취지였다.

물론, KBS도 ‘언론 자유의 위축’을 우려하긴 했다. 리포트에 등장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포털의 오피셜 댓글 도입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나 여론이나 취재 과정을 통해 보도를 하는 것인데,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만이 또 다시 반론으로 제시되면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KBS는 자신들이 선택한 인터뷰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부 언론학자들 중 한 명”이라는 수식을 덧달았다. 최소한의 기계적 형평을 위해 넣었다는 사족같은 설명이었다.

반면, JTBC <정부에 ‘댓글 서비스’ 논란> 리포트(▷링크)는 달랐다. JTBC는 이번 조치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관계자가 참석했던 것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하며, “이 자리에서 두 포털사이트 측은 정부와 기업 측에 공식 아이디를 발급해 비판 기사에 대한 공식적인 반박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일반 댓글과는 달리 이러한 인증 댓글은 우선순위를 높게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의 비판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 6월 22일 JTBC '뉴스룸' 보도

JTBC는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의 멘트를 빌어 “포털 뉴스서비스에 댓글까지 단다는 것은 심각하게 언론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언론이 보장받고 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인용했다. 또한 “정부가 자체 사이트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털이 전례 없는 반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JTBC는 한 발 더 들어갔다. <뒷말 무성…길들이기 논란> 리포트(▷링크)를 통해 “국세청은 지난주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며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8년과 지난해에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세무조사 압박에 포털사들이 '반응'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었다.

결국, KBS와 JTBC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로 다룬 것이다. 포털의 오피셜 댓글 서비스에 대해 KBS는 ‘사이비 언론을 걸러낼 장치’로만 인식한 반면, JTBC는 ‘언론자유 위축’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국민일보 압박에서 드러나듯, 정부와 기업은 언론에 반론권을 행사하는 수준을 넘어 기사 생산 그 자체에 개입하는 양상을 수차례 노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그리고 기업의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마저 '오피셜'이란 이름으로 정부와 기업에 별도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공영방송은 전혀 성찰하지 못했다.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쳐,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주장은 철저히 기업의 시각이지 언론의 관점이 되기에는 많은 증명이 필요한 문제다. 비판 언론의 존재 자체가 귀해지고 있는 때에 '오피셜 댓글 서비스'를 그렇게 밖에 못 읽은 KBS의 실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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