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2에서 이어집니다.

- 아내 홍은희씨가 5년 만에 연극 <멜로드라마>로 무대에 복귀했다. 연기 지도는 어떻게 했나.

“아내가 제 연기에 대한 조언은 많이 하지만 저는 아내에게 연기 지도를 하지 않는다. 연기 지도를 했다가는 힘들어진다(웃음).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아내의 무대 연기를 보면 ‘열심히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장하다.”

- 홍은희씨와 함께 작품에 출연할 의향은 있는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되도록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하지만 CF는 같이 할 수 있다. <베스트극장>을 하면서 아내를 만난 터라 함께 작업하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가 함께하자고 하면 해야 할 것이다.(웃음)”

▲ 배우 유준상 ⓒ박정환
-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찍으면서 뮤지컬 <로빈훗>과 <그날들> 세 개를 소화했다.

“수요일에는 <로빈훗> 서울 공연,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드라마를 촬영하고, 토요일에는 <그날들> 지방 공연을 하고 일월화요일은 드라마를 소화했다. 죽는 줄 알았다. 세 개를 소화하면서 정신력이 향상되었다. 정신력을 요구하는 나이대는 없다는 걸 많이 느꼈다. 제가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렇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는 걸 실감했다. 어느 때에는 낮과 저녁 두 번 공연을 해서 한 번 공연하는 것도 아니라 정말 힘들었다.

심지어는 <로빈훗> 공연할 때 1막에서 칼을 맞고는 피를 흘려 다친 적이 있다.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동안 치료해야 했다. 다행히 공연장 위쪽에 성형외과가 있었다. 병원이 없었다면 공연이 펑크날 뻔했다. 인터미션이 20분이다. 20분 동안 마취하지 않고 열 바늘을 꿰맸다. 치료를 받고 ‘지금 빨리 막 올리라’고 연락했다. 2막을 보여주지 않으면 관람료를 물어주어야 하지 않는가. 어떻게든 공연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로빈훗>을 끝낸 다음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것도 이겨내는데, 무엇이든 이기지 못 하겠는가’하는 오기가 생겼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이 다쳤다. 십자인대 수술도 하고 오른쪽 다리가 부러져서 일 년 동안 쉰 적도 있었다. 힘들다고 생각했으면 드라마와 뮤지컬 세 개를 소화하지 못 했을 스케줄이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촬영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날들>은 김광석씨 음악으로 힐링되었다. <로빈훗>은 왕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통쾌하다. 우리나라와 맞는 이야기라, 대사를 하면서 통쾌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케줄을 버텼다.

공연이나 영화를 계속 소화하려면 반복된 훈련이 필요하다. 뮤지컬은 노래가 안 되면 무대에 못 선다. 노래를 못하면 ‘제발 무대 서지 마세요’하고 당장 후기로 올라온다. 십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보는데, 말도 안 되는 공연을 선사하면 관객이 박수도 치지 않는다.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많고, 성악과 나온 뮤지컬 배우도 많아서 계속 하려면 열심히 레슨을 받아야 한다. 이런 노력하는 과정이 연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뮤지컬과 영화를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려면 끊임없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 배우 유준상 ⓒ박정환
- 많은 연기를 했지만 앞으로 어떤 연기나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가.

“작사나 작곡을 하는 건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이다. 뮤지컬을 하기 위해 악보를 보다 보면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패턴과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노래를 만드는 건 제가 너무 좋아서 하는 거다. 뮤지컬 두 개와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찍으면서 새벽에 음반 작업도 했다. 제주에서 노래를 만들고 얼마 전에 편곡했다.

음악을 할 때는 피곤함이 모두 사라진다. 제가 앨범 낸 걸 사람들은 모른다. 지금 네 번째 앨범을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가수보다도 앨범을 많이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유준상이라는 사람이 음악을 만들었구나’하며 그 순간부터 제 음악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전달하고 싶다. 가령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다룰 수 없는 내용이다. 200년 된 문학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판권 없이 처음 만든 거다. 외국에서 공연하려면 우리나라에 로열티를 내고 외국 무대에 올려야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일본에 이미 팔렸다. 일본에서 유명한 극단이 뮤지컬을 할 계획이다.

<삼총사>나 <잭더리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뮤지컬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 저예산 영화 역시 상업영화가 전달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회사에서는 그만 하라고 하지만 계속 하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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