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에서 이어집니다.

-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초반 답변처럼 일 년 전 상황을 잊는 것이 아닌가.

▲ 배우 유준상 ⓒ박정환
“한 작품을 하고 나서 다른 작품을 하기 전에 빨리 잊는 게 제 장점이다. 현장에서 찍은 힘든 기억을 오랫동안 기억하면 힘들어진다. 영혼이 날아가는 듯한 기억도 있기에 빨리 잊어야 한다. 그런데 인터뷰하면서 영화를 찍은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공연을 많이 한다. 뮤지컬만 해도 20년째 하고 있다. 20년 동안 무대에 서왔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대는 한 번 내려오면 다시 오르기가 쉽지 않다. 선배님들의 인터뷰를 보면 ‘무대에 다시 서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항상 어렵다.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왜 하고 있지?’ ‘오늘 소리가 안 나오면 어떡하나’ ‘틀리면 어떡하지?’ 이러면서도 혼자 중얼중얼 대사를 외운다. 1막부터 2막까지 혼자 대사를 중얼중얼하며 혼자 런을 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날들> 런을 돈 다음에는 <로빈훗> 런을 돌았다. (유준상은 <그날들> 지방공연과 <로빈훗> 서울공연을 병행했다)

할 때는 힘들지만 제게는 배우로서 엄청난 공부가 되었다. 배우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다. 상업영화만 하다 보면 이야기가 한정된다. 이야기가 비슷비슷하게 펼쳐진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성난 영화> 같은 영화에도 출연하게 된다. 이야기를 다양하게 펼칠 수 있어서다. (무대를 놓지 않는 것도) 관객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 유준상씨가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베드신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 때문에 고사한 건 아닌가.

“감독님에게 ‘저는 왜 (베드신이) 없나요?’하고 물어보기는 했다.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와서 ‘알겠습니다’ 했다. 제가 이야기하는 천사는 베드신이 있으면 안 되었다고 하더라. 아내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찍으면 된다. 아내는 VIP 시사에도 초대하지 않는다. 만일 아내가 몰래 보면 그때는 힘들지 않을까.(웃음)”

- 화가의 가슴에 새겨진 문신에는 문구가 있었다. 무슨 의미의 문장인가.

“감독님이 정해준 글귀였다. 타투를 해주신 분도 우리나라 최정상 타투이스트였다. 성경의 문구에, 감독님이 추천한 문구를 타투이스트가 새겨주었다. (타투를 위해) 5시간에서 7시간이 넘게 가만히 있어야 했다. 촬영할 때마다 매번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한 번은 옷이 드러나는 부위만 보이게 타투를 한 적도 있다. 그러면 타투를 하지 않은 부위를 가리기 위해 계속 가리게 되었다. 옷이 조금만 내려가거나 올라가도 티가 나서 연기하기 너무 불편했다. 그 후로는 쭉, 상반신 전체에 타투를 하게 되었다. 도를 닦는 느낌으로 숙연하게 (타투하는 동안) 받아들였다.”

- 화가는 여자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감정이입을 하기는 하지만 여자에게 다가서진 않는다. 화가는 범법자의 장기를 적출해서 장기가 필요한 아이에게 나누어준다. 여자나 아이처럼 약한 존재에게는 화가가 표현은 직접 하진 않지만 지켜주려고 하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하는 악인은 죽이겠다는 신호조차 보내지 않고 가차 없이 응징한다.”

▲ 배우 유준상 ⓒ박정환
- 악역을 잘 소화해야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다.

“영화 <표적>에서도 악역이었다. 2000년에는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서 악역을 했다. 요즘이야 악역을 좋아하지만, 2000년 당시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왜 그런 일을 저질러’ 하고 한 마디씩 던지던 시절이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면 어르신들에게 혼이 났다.”

- 함께 작업하는 뮤지컬 배우들과의 화합을 중요시하는 배우로도 알려졌다.

“어떤 뮤지컬이든 함께하는 동료 배우가 소중하다.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된다. 저는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만일 배우들끼리 싸움이라도 나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작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약간 내성적이라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화원에 있는 시간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여행을 갈 때도 혼자 아니면 둘이 간다. 집에 있을 때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 요즘은 아이들이 (메르스 때문에) 학교에 가질 않아서 어제는 부르마블로 함께 놀아주었다. 하지만 새벽에 혼자 음악을 하는 것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시한다.”

-인터뷰 3으로 이어집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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