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대해 전문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구체적인 실태조사

한국 만화의 중심이 웹툰에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2000년대 초반, 포털 사이트들이 웹툰을 선보인 이후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만화를 본다는 말은 잡지나 단행본이 아니라 웹툰의 형식으로 연재되는 작품을 보는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웹툰이 시장의 중심에 있는 것과 별개로 정작 웹툰에 대한 연구는 너무 적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만화백서>라는 이름으로 한 해 동안 전개된 만화 사업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지만, 이 보고서에서 웹툰은 만화의 한 장르로만 여겨졌을 뿐이었다. 이렇다 할 공식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웹툰에 대한 이야기는 교차 검증 되지 않았고, 정부와 업체의 보도자료나 소문, 또는 작가나 관계자 개개인에게 일일이 듣는 식으로만 존재했다.

상황이 이런지라 6월 초에 발표된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보고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기획하고 세종대학교 융합콘텐츠연구소가 조사하여 만든 156쪽 분량의 보고서는 현재 한국 웹툰이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하여 각 부분별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만화백서>나 현재는 발행 중단 상태에 있는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연감>과 달리 웹툰 산업 종사자(작가)가 받는 평균적인 대우를 살피거나 웹툰을 향유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측면으로 한국 웹툰을 살피고 있어 웹툰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은 물론 웹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보고서에 담긴 한국 웹툰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개인이 작게 만들던 웹툰, 매주 4400여편이 연재되는 거대한 시장이 되다

▲ 1990년대 말 개인 홈페이지에서 시작된 웹툰은 2003년 다음 만화속 세상을 시작으로 산업적 성격을 갖추게 되었다. (보고서 17페이지)

보고서는 웹툰 산업의 경제적 현황을 살피기 앞서 웹툰 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살펴본다. 인터넷과 PC가 일반에 보급되면서 개인 홈페이지 제작 붐이 생기고 다양한 컨텐츠들이 홈페이지에 올라오게 되었다. 당연히 만화도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일이 많았고 이는 웹툰의 초기 형태가 된다. 한때 강세를 보이던 <파페포포> 시리즈나 <포엠툰>, <마린블루스> 시리즈가 그렇게 처음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개인이 만들고 배포하던 웹툰은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이 ‘만화속세상’이라는 이름의 웹툰 전문 코너를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기업과 만나기 시작했다. 조금씩 인기를 모으던 다음 만화속세상은 강풀의 <순정만화>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초기 웹툰 시장을 이끈 매체가 되었다. 이후 파란, 야후코리아, 엠파스, 네이버, 네이트가 각각 웹툰 서비스를 런칭하며 포털 중심의 웹툰 모델이 정착하게 되었다. 포털은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해 작품을 수급하고, 다시 그 작품을 보러 오는 방문자수(트래픽)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고 이러한 모델은 현재까지도 큰 틀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포털이 네이버-다음-네이트라는 1강 1중 1약으로 형세가 굳어지면서 나머지 포털 사이트는 도태되었고, 이는 웹툰 산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파란, 야후코리아, 엠파스는 점차 사업을 축소하거나 끝내는 포털 자체를 폐쇄했고 그 과정에서 그곳에 연재되던 웹툰 역시 피해를 입을 수 밖엔 없었다. 하지만 2013년 유료 웹툰 서비스이자 자체 플랫폼을 표방한 스타트업 ‘레진코믹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포털-무료 웹툰이 아닌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게 되었고 이는 웹툰 시장에 새로운 붐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개인이 자발적으로 만들던 웹툰은 2014년 현재 매주 4400여편의 작품이 연재되는 총 1700억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커진 만큼 당연히 웹툰 산업도 변해갔다. 작가들을 양성하고 작품의 연재, 판권 등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에이전시 회사가 등장했다. 웹툰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활용해 따로 ‘브랜드 웹툰’을 만들거나 웹툰 자체에 협찬을 통해 작품 중간에 자사의 홍보 물품을 삽입하는 PPL 등이 새로운 홍보-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공연이 활발히 제작되고 있고 더 나아가 작품 자체를 북미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이나 중국, 태국, 일본 등의 해외 국가에 수출하는 상황이다.

시장이 늘어난 만큼 작가들의 사정도 변하였는가

비록 시장이 개척된 지 약 1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생산유발효과나 부가가치 유발효과 같은 경제적 지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웹툰은 이제 한국 만화산업 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후발주자인 레진코믹스는 포털 웹툰보다는 이용 점유율이 낮지만 올레마켓 웹툰, T스토어 웹툰 등의 같은 후발주자와 비교하면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등 분명 시장 자체의 앞날은 어둡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 역시 결말 부분에서 시장 자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동시에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질이 낮은 작품이 제작되는 것을 우려하며 웹툰 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웹툰에 대한 연구를 증진시키고 동시에 웹툰 전반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심의 제도 개선과 작가 관리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웹툰의 해외 진출을 더 활발히 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웹툰 번역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음을 내비췄다. 다만, 웹툰 산업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살피고, 웹툰을 이용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정작 웹툰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작가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제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최소한 웹툰 작가들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웹툰 작가들의 수익에 대해서 정리한 표가 대표적인 자료이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작가들의 월 원고료나 판권 수익 등에 대해서 보고서는 표를 통해서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간략하게 웹툰 제공사들이 원고료를 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정리된 웹툰 작가들의 수익에 대한 표. (보고서 74페이지)

그 결과 드러나는 사실은 흥미롭다. 갓 데뷔한 신인 작가는 한 달에 원고료로 적게는 12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을 받는다. 이후 고료는 각 업체마다 6개에서 8개의 등급으로 나뉘며, 이 등급은 조회수, 댓글, 별점, 마감날짜 준수 여부, 작품의 컷수, SNS를 통해 공유된 횟수, 작품의 가치나 자체 원고 랭킹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또한 신익 작가의 경우 공모전 수상 여부나 과거 단행본 출판 경력 등을 인정해 원고료를 산정하기도 한다. 이 원고료 등급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최초 계약을 한 이후 3 ~ 5개월마다 다시 매겨지게 된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포털 웹툰 기준으로 회당 70 ~ 80만원의 원고료를 받고 유명작가가 되면 회당 500 ~ 60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누군가는 웹툰 작가가 돈을 잘 버는 ‘신의 직업’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웹툰을 그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서 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조사에 나서고, 다시 작품을 그리기 위해 PC는 물론 태블릿이나 어도비 포토샵과 같은 각종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인 웹툰의 경우 한 주에 한 회 씩 연재를 해야 하는 만큼 매주 마감을 맞추기 위해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몸에 가해지는 피로를 줄이기 위해 어시스턴트나 문하생과 같은 보조 작가를 고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비용이 드는 일이며 신인 작가의 경우에는 이조차도 쉽지 않다. 그들이 한 달에 받는 원고료 120 ~ 200만원은 최저임금을 살짝 넘기는 금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비 등 각종 부수비용을 고려하면 이들이 현재 받는 원고료는 결코 많은 금액이라 보기 어렵다. 물론 신인 작가의 한 달 최저 원고료가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불과했던 시절보다는 분명 나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충분치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산업 발전에 대한 각종 정책 제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이에 대한 제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 진정으로 웹툰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보고서가 말하는 한국 웹툰의 현실은 분명 웹툰이 처음 태동한 10년 전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수준이다. 누구도 이렇게 웹툰이 이렇게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웹툰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던 출판만화 작가들 대다수도 이미 웹툰을 통해 신작을 발표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웹툰 산업이 빠른 시간 동안 성장한 요인에는 분명 다음과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그리고 레진코믹스와 같은 웹툰 전문 플랫폼의 공을 제외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인기를 얻게 만든 작품을 제작한 작가들의 공도 절대 지나치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지하게 이야기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시장이 늘어난 만큼 돈을 많이 주겠다는 식의 제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드러나는 한계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최근 2, 3년 사이에 문제가 불거진 만화 매체인 ‘키위툰’, ‘블룸!’, ‘티테일’에서 처럼 불합리한 대우로 인해 작가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을 방지하긴 어렵다. 또한 인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작가들의 현실을 놓치기 쉬운 시각이기도 하다. 여전히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시장 규모와 수출 확대만을 외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웹툰에 대한 ‘산업적’ 분석이 나온 만큼, 이제 웹툰 산업의 중요한 축인 작가들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한 ‘노동적’ 차원의 분석이 필요한 순간이다.

▲ 보고서는 레진코믹스에 연재된 네온비 작가의 <나쁜 상사>가 많은 인기와 큰 수익을 모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웹툰이 <나쁜 상사>처럼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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