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으로 새로 이사한 출판사 자음과모음 사옥 앞에서는 “윤정기는 일하고 싶다! 원직복직 실시하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자음과모음에 노동자 윤정기 씨의 원직 복직을 명령한 만큼, 회사는 즉시 복직을 시켜야 한다는 요구였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0일 낮 12시 자음과모음 새 사옥 앞에서 <자음과모음 윤정기 편집자 원직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10일 낮 12시 자음과모음 새 사옥 앞에서 <자음과모음 윤정기 편집자 원직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문사회 편집자로 입사했다가 사전 협의 없이 물류창고 발령을 받은 출판노동자 윤정기 씨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음과모음 인문사회서 편집자로 일했던 윤정기 씨는 지난해 9월 사장이 직원 동의 없이 사내에 CCTV를 설치하려고 하자 이를 반대해 ‘눈 밖에 났고’, 이듬해 3월 24일 회사로부터 “같이 일하기 어렵다”며 권고사직을 제안 받았다. 권고사직을 거절하자 파주에 위치한 물류창고 업무가 돌아왔다. 3월 31일 윤정기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지노위는 지난 1일 “자음과모음의 전보 발령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전보 발령”이라며 “윤정기를 즉시 원직에 복직시킬 것을 자음과모음에 명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노조에 따르면 자음과모음은 아직 지노위에서 판정문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각 복직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판정문은 간단하다. 부당인사이기 때문에 원직 복직 시키라는 것”이라며 “회사는 즉시, 지체 없이 원직 복직시켜야 한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건전한 회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음과모음은 또한 윤정기 씨와 자음과모음 전 직원인 이수지 씨, 언론노협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박진희 지부장 및 박세중 부지부장에게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를 한 상태이기도 하다. 박세중 부지부장은 “자음과모음에 다녔던 여러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근로계약서를 안 쓰는 것은 물론이고 폭언, 언어적 성폭력이 수차례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사실에 대해 노조를 법적으로 형사고소함으로써 억압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지노위의 판정이 나온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형사고소가 아니라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지 씨는 “이 사태는 자음과모음의 부조리함을 밝히자는 것에서 출발했으며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온 수많은 선배 출판 근로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일명 윤정기 사태라 불리는 이 사건, 근로자의 가치와 존귀함을 무참하게 훼손해 온 자음과모음과의 싸움이 부디 발전의 움직임을 이끄는 계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문사회서 저자도 참석해 자음과모음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전문 번역가이기도 한 김상운 현대정치철학 연구자는 지난달 29일 <자음과모음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필자 및 저자 공동선언문>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상운 연구자는 “(윤정기 씨의) 즉각 복직과 형사고소 철회를 요구했는데 회사는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우리가 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은) 윤정기 씨 사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출판계 전반에 퍼져 있는 근로기준법 위반사항과 관련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자음과모음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그때도 똑같이 대답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운 연구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2차 서명을 준비 중이다.

언론노조는 자음과모음에 △윤정기를 편집부에 복직시키고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 교부할 것 △부당전보 비판 집회 당시 있었던 모욕적인 언동과 불법행위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공개할 것 △모든 과정에서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와 성실하게 교섭하고 해결할 것 3가지를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문 전문.

자음과모음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판결을 각 이행하라!

지난 6월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강병철 사장이 운영하는 자음과모음에 대해, 윤정기 편집자를 파주 물류창고로 전보 발령한 것은 부당하며, 편집부로 복직시킬 것을 명령했다. 회사의 자의적인 권고사직을 거부하자 업무 연관이 없는 곳으로 전보한 회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공신력 있는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자음과모음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명령 이후 “윤정기 사원의 전보발령 건에 대해서는 판정문 수령 후 절차에 따라 윤정기 사원을 업무에 복귀시킬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와 같은 자음과모음의 결정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윤정기 조합원을 하루 빨리 원직으로 복직시킬 것은 강력하게 촉구한다.
또한 자음과모음은 윤정기 편집자가 원직에 복직하여 안정된 업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와 성실하게 교섭해야함은 물론,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할 것을 요구한다.

자음과모음은 지난 5월 7일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와 논의하고 약속한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첫 번째로 건물 관리인이 일인 시위 중인 여성 조합원에게 내뱉은 욕설에 대한 회사 차원의 사과, 두 번째로는 ‘2014년 입사 48명, 퇴사 46명’이라는 지부의 선전물에 관한 정확한 수치 제시, 마지막으로 관할노동청 근로감독관 앞에서 약속한 윤정기 편집자에 대한 근로계약서 소급 작성 및 교부이다. 면담 이후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는 이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나, 자음과모음은 이에 대한 모든 내용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조속히 답변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또한 지난 5월 29일 발표된 <저자 공동선언문>에서처럼, 대화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집행부와 자음과모음 조합원을 형사고소 한 것은 현명한 해결 방법이 아님을 회사는 기억해야 한다. 자음과모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와 그 조합원인지, 아니면 회사에서 행해진 그동안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경영 때문인지 자음과모음은 가슴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자음과모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과오를 돌이켜 자음과모음에서 일하는 출판노동자들이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올바른 경영을 해야 한다. 이로써 자음과모음에서 일하는 출판노동자는 물론 저자와 독자에게도 신뢰받는 ‘행복한 노동으로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되기를 바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강병철 사장이 운영하는 자음과모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윤정기 조합원을 즉각 편집부로 복직시키고,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라.
2. 모욕적인 언동과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공개하라.
3. 이 모든 과정에 있어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와 성실하게 교섭하고 해결하라.

2015년 06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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