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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스로의 자질도 ‘의심’하고 검증하겠습니다”[인터뷰] ‘좋은 기자 프로젝트’ 시작한 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06.06 09:47

한겨레21은 최근 발행된 1064호 표지에 ‘언론’을 주요 주제로 내걸었다. ‘저널리즘 없는 저널리스트의 탄생’이라는 커버스토리의 분량은 18쪽에 달한다. 기자의 삶을 “무엇을 지키고 보호할 것인지 무엇에 기대어 무성해질 것인지 갈피를 못 잡아 시들어가는 덩굴장미”에 비유한 편집장 칼럼 <만리재에서>까지 포함하면 19쪽이다.

한겨레21은 이번 기획을 통해 ‘언론고시’라고까지 불리는 언론사 채용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살폈다. <저널리즘 없는 저널리스트의 탄생>에서는 아랑 카페, 언시 대비 학원과 스터디, 인턴십, 도제식 수습교육 등 한국형 기자 탄생경로 4가지를 훑었고 <글로벌 스탠더드 ‘만들어진 기자’>에서는 언론 불신 위기에서 탄생해 수많은 언론인들을 탄생시킨 미국 저널리즘 스쿨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언론사-학교 윈윈 “추천제로 채용하라”>라는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과 <“이직은 있어도 전직은 없다”>는 이재경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 교수 인터뷰를 실었다.

   
▲ '좋은 기자 프로젝트'를 표지에 내건 한겨레21 1064호
<디지털에 눈 뜬 ‘문과’생들>에서는 IT 전문매체인 블로터가 운영하는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과정을 소개하며 디지털 저널리즘 교육의 필요성을 말했고, <직장인 아닌 기자, 비즈니스 밖의 저널리즘>에서는 미디어몽구, 아이엠피터, ㅍㅍㅅㅅ, 슬로우뉴스 등 기성 언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활발히 언론 활동을 해 나가는 대안언론, 1인 미디어의 의미를 짚었다.

한겨레21 편집국 기자들의 출신 대학, 전공, 학보사 경험, 채용 방식 등을 분석한 <세상은 넓고 기자는 가지가지다>와 한겨레 전·현직 기자들이 언시생에게 주는 조언을 정리한 <이거 읽으면 안수찬만큼 한다>는 예비 언론인들이 궁금해 할만한 부분을 설명한 꼭지다. 한겨레21은 국내 언론 가운데는 처음으로 저널리즘 전문교육기관과 긴밀히 연계하는 인턴기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좋은 기자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이번 기획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예비 언론인들의 모임인 다음 카페 ‘아랑’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참신하고 재미있다, 요즘 고민하고 있는 지점에 와 닿기도 한다는 호평도 있었으나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기자 채용 방식에 문제제기한 것은 좋지만 동일한 채용 방식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한겨레21이 이를 비판한 것은 공허하다, 잘못된 취재방식 등 한국 언론의 다른 문제점을 놔둔 채 채용방식만 바꾸면 해결되는 것인가, 저널리즘 스쿨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경락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역시 “언론사에 입사하는 사람들이 트레이닝이 안 됐고, 스킬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기사를 쓰게 되는가에 대한 문제는 언론사가 주는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 ‘메르스’ 같은 게 팔리니까 계속 그런 기사만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사쓰마와리 돌기, 연합뉴스 확인하기, 보도자료 돌려쓰기 등 기존의 취재방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바꿔야 된다는 문제의식 없이 퇴보한 저널리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입사제도를 얘기하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은 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사’라는 생산물이 아닌 ‘기자’라는 생산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며 “언론 스스로 사회적 감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럴만한 능력과 역량을 갖췄는지를 감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자질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기획의) 핵심 메시지”라며 “손가락을 들어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그 손가락이 정당한 것인지 계속 회의하고 성찰해 보겠다. (한겨레21은) 그런 기자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고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그런 기자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뭔가 도모해 보겠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안수찬 편집장과의 인터뷰 전문.

[전화 인터뷰]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

- ‘저널리즘 없는 저널리스트의 탄생’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기본적으로는 한국 언론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거죠. 한국 언론의 문제를 여러 가지 얘기할 수 있지만 그동안 언론에 대한 문제제기는 기사에 대한 비평이었잖아요. 그 생산물이 아니라 생산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던 거고, 언론 생산하는 사람이 어떻게 선발되고 양성되는지를 짚어 보고 싶었던 거고요. 계기는 마침 한겨레신문사가 공채 발표가 났고 여름 가을에 걸쳐서 계속 공채가 진행돼서 (언론 채용) 그 대목을 짚고 싶었어요.

- 기자도 모르는 언론 이야기 등 고정코너도 생겼고 이번에는 표지 기사로 다뤘을 만큼 ‘언론’에 대한 기사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 한겨레21이 언론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원래 제가 알고 있기로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영미 중심의 선진언론들은 뉴스 콘텐츠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언론 뉴스로 채우고 있어요.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를 대표했던 칼럼니스트는 데이빗 카라는 미디어 전문기자였거든요. 그 사람은 미디어 비평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디어 시장, 미디어 기술 등 언론 관련된 수많은 현상들에 대해서 기사를 쓰고 분석을 했어요. 가디언은 최근에 어떤지 모르겠지만 언론 관련된 고정 섹션이 상당한 분량이 늘 할애되어 있었고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디어 비평이 굉장히 낯설거나 비주류적인 장르이지만, 영미 선진 언론에서는 언론 자체가 언론의 굉장히 중요한 보도 영역이에요. 마치 한국의 언론이 정치보도 하지 않는 언론을 상상할 수 없듯이, 언론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영미 선진언론에선 상상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언론 관련된 뉴스들을 늘렸다고는 해도 전체 기사 가운데는 여전히 한 일부인 거고요. 한국적인 기준에서는 조금 낯설어 보일 수 있겠지만 (웃음) 그냥 지극히 정상적인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표지 기사로 언론을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기자도 모르는 언론 이야기’라는 고정 꼭지는 비정기적으로 실리고 있는데 매주에 한 번씩은 실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왜 언론을 다루는 게 중요할까요. 언론이 이른바 감시기능이 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데 감시기능을 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 감시자의 능력과 자격에 대해서 늘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가 늘 검찰에 대해서 의심하잖아요. 검찰이 사람을 잡아넣는 일을 하니까. 의사에 대해서도 늘 자질을 의심하고요. 그러니까 언론 스스로가 그런 사회적 감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럴만한 능력과 역량을 갖췄는지를 감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죠.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보도 영역이고요. 미디어 전문 매체가 있으니까 매번 그렇게 쓸 생각은 없고, 대신 중요한 현상이 있을 때마다 쓸 생각이긴 해요.

- 이번 기획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아랑’ 카페에서도 많이 읽혔고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한겨레21이 말하고 싶은 ‘저널리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저희가 지향하는 저널리즘에 대해서 선언적으로 발표한다기보다 저희 매체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변화나 흐름을 (독자들이) 파악하고 판단해 주기를 저희가 오히려 기대하는 바가 있고요. 저널리즘은 이념이라기보다 실천이거든요. 지향이기도 하지만 행위이고요. 한겨레21이 지향하는 저널리즘이 뭐냐. 그것은 매번 나오는 기사와 개별 매체를 통해 판단할 수밖엔 없어요. 최근의 두어 달 상황의 일이긴 하지만 제가 온 이후에 이른바 <만리재>라는 편집장 칼럼에서 ‘저희가 한겨레21을 이런 식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하는 걸 계속 표현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만약에 한겨레21이 지향하는 저널리즘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강령’ 수준에 대한 것이라면 그건 불가능하고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진보 언론입니다. 우리는 정직한 언론입니다. 우린 공정한 언론을 지향합니다 하는 말을 백 번 천 번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다만 이제 저희가 이번 기획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자질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는 언론’이라는 거예요. 칼럼에도 썼지만 저도 그 방식에 의해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우리 스스로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검증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그 손가락이 정당한 것인지 계속 회의하고 성찰해 보겠습니다. 그런 기자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고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그런 기자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뭔가 도모해 보겠습니다’ 이런 걸 이번호에서 강조했습니다. 그전에 세월호 기사 같은 경우도 남들이 다 추적하지 않더라도 저희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보도하겠다고 밝혔던 것이고요. 그런 개별 기사들이 축적돼서 우리가 지향하는 저널리즘이 형상화된다고 전 생각해요.

- 저널리즘 스쿨 추천 연계채용이 지금의 한국 언론 현실에서 현실적인가 하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이 비판하는 대학의 취업교육 기관화와 어떤 점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고 취업과 연관된 문제이니까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저널리즘 스쿨의 핵심은 취업전문 교육기관이 아니에요. 우리가 로스쿨을 취업교육기관이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한국에서 로스쿨이 지금 변질된 바가 있긴 하지만. 의사들을 길러내는 의대 시스템을 취업전문기관이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사회 공공적 역할을 하는 직업집단에 대해서 고도의 전문지식과 소명의식을 길러주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게 대학이죠?

저희가 소개했던 저널리즘 스쿨, 저희가 지향했으면 하는 저널리즘 스쿨의 기자 양성 핵심은 학부 과정뿐 아니라 대학원 과정까지 포함하는 거예요. 미국에서는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각자 공부를 한 다음에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일련의 대학원 과정을 거치게 하는 거예요. 취업전문 교육기관이랑 다른 거예요. 저널리즘 스쿨의 핵심 커리큘럼은 인문사회과학의 소양을 닦는 거예요.

기자를 혹은 PD를 준비하는 수많은 대학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커리큘럼은 물론이고 언론사에서도 기본 교육과 전문 교육 두 가지를 모두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게 지금 가능하려면 어쨌든 저널리즘 스쿨이 더 확산되고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거고요. 저는 그게 핵심 고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의사나 법조인 심지어 교수들까지 사회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하는 모든 집단은 그에 걸맞은 소양과 소명의식과 전문적인 교육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유독 기자만 한국에는 그게 없어요. 그게 핵심적인 문제라고요.

그 고리를 누가 끊어야 할까요. 언론은 대학에다가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라고 요구만 합니까. 대학은 언론사를 향해서 신문방송학 전공한 친구들부터 먼저 그렇게라도 뽑아라 합니까. 서로 삿대질만 하고 요구만 하고 있잖아요. 저희는 정식 공채나 채용까지 확장시킬 수는 없지만 작은 기간이나마 인턴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도 뜻이 있는 저널리즘 스쿨과 연계해서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기회가 배제되거나 박탈당하는 게 아니에요. 저희가 이번 달 내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텐데 실제 핵심은 인턴 제도를 연간 상시 운영하겠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는 지금까지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에만 예컨대 2명씩 3명씩 했다면 1년 통틀어봐야 대여섯명이잖아요? 상시 운영을 하면 저널리즘 스쿨에서 추천을 받는 학생도 늘어나지만 이른바 일반 공모를 통해서 지원하게 되는 친구도 더 늘어나게 될 거예요. 인턴으로만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오히려 기회는 더 늘어나는 거죠. 한겨레21이라는 매체에서 인턴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겨레21이라는 매체에 국한시켜서 생각해 보면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늘리고 문호를 개방하는 거예요. 거기에 또 다른 중요한 부분으로 저널리즘 스쿨에서 추천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심사하지 않고 추천하면 받아들이겠다는 거고요. 그리고 그 스쿨은 우리가 나름의 실력과 역량을 저희가 보기에는 인정하고 평가하는 곳인 거고요.

- 어떤 직종이나 곧바로 생산성을 발휘할 수 없는데 잘못된 저널리즘이 계속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언시생들에게 많이 지우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저널리즘 스쿨 연계채용을 할 경우 내부 교육기간이 짧아져 언론사 입장에서는 좋지만 언시생 입장에서는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만 지원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생긴다는 것인데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두 가지를 구분해야 돼요. 첫 번째 우리가 이념형 이상형으로서 문제제기가 여기에 있어요. 한국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기자를 뽑아야 되느냐, 저널리즘 스쿨 등등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문제제기한 것이고 그것은 중장기적인 방향에 대한 거죠. 지금 당장 그렇게 채용할 수 있는 방법도 힘도 없어요. 그쵸? 지금 저희가 그 커버스토리를 썼다고 해서 각종 공중파와 중앙언론사들이 일제히 채용계획을 바꾸는 일 따위는 없다고요. 그쵸? 그렇지만 그 방향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해요. 그 토론과 논쟁을 촉발시키자는 거였고요.

그보다 하위단계의 이야기가 우리 인턴제도에요. 그 인턴제도에 대해서 우리가 뭘 특별히 요구하는 게 없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까지 해 왔던 일반 공모의 방식도 유지하고 거기에 덧대어서 저널리즘 스쿨 추천도 연계하는데 그것 때문에 일반 공모를 준비하고 있었던 인턴 지망생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거라고요. 1년 상시 운영을 하게 되니까.

그 다음, 근본적으로 우리가 준비를 더 해야 되는 거냐? 맞아요. 맞아요. 준비를 더 해야 되는 거예요. 당연하잖아요. ‘기레기가 누구냐’라고 하면 저는 강의 가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기레기는 별 거 아니고 지금 여기서 말하고 있는 나하고 지금 언론사를 준비하겠다고 하는 당신들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팽목항 현장으로 보내면 데스크 압박에 시달린 나머지 공정성, 객관성 등의 기본 기준에 대한 철학도 없고 사실 확인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보고할 것이고 그대로 기사가 되어서 나온다. 그게 부정확한 보도고 그게 기레기들이다’

그렇잖아요?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서 의심하고 성찰하는 힘이 없으면 그 개인의 차원에서 돌아가서 자꾸 생각하지 말고, 이 문제가 언론을 다루는 문제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잣대는 우리가 법조 일반과 의료계 일반과 학계 일반에 들이대는 잣대와 똑같이 이야기해야 해요. 우리가 교수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러면 교수는 모든 학문적인 것을 다 갖춰야 교수가 된다는 겁니까?’ 그럼요. 당연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 검증과정을 다 거치잖아요. 법조인은 법조문을 다 파악하고 그뿐 아니라 그 법조문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풍부한 경험을 갖추어야 판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럼요. 그 사람의 판결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데.

기자가 모든 삼라만상을 이해할 순 없지만 저널리즘의 기본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 전문적인 활용 방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됩니까? 당연하죠. 당연한 이야기에요. 당연한 이야긴데 그 당연한 것과 현실이 너무 거리가 머니까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때 개인 차원에서 나에게 입사 기회가 주어질까 안 주어질까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그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그 젊은 세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 역시 선배들하고 똑같이 기레기가 될 거예요.

아랑 카페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해 듣긴 했는데 카페 특성상 당연히 취업준비생들도 있고 닥쳐 있는 취업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명색이 언론사 지망생이고 그 중에 상당수가 진짜로 좋은 기자가 되길 꿈꾼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 같이 스스로 돌아보자는 거예요. 기성 언론인들은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자격과 자질에 대해서 의심해 보고 후배들은 적어도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기성언론 기자들이 해야 될 일이고요. 후배 기자, 혹은 언론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지금이라도 이게 지금 대기업과 공사 시험과 공무원 시험에 버금가는 여러 취업 루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왜 기자를 하려고 하는지 기자가 돼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하고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 (사진=한겨레21 '기자가 말하는 한겨레21' 영상 캡처)
그런 논의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지망생들이 언론사를 향해서 뽑아라 말아라 왜 안 뽑느냐 왜 기회를 더 늘리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뽑는 이 방식으로는 정말 훌륭한 진짜 기자를 길러낼 수 없다고 학생들이 오히려 문제제기를 하는 그런 상황으로 가야 서로 선순환됩니다. 무엇보다 취업기회의 확대 차원이 아니라 한국에서 정말 좋은 언론의 하나를 만드는 쪽으로 확장될 수 있을 거예요. 취업의 하나로 생각하는 언시생들이 많아질수록 언론계 전체는 같이 망가지는 거예요. 언론을 망치는 것은 언론계의 소유주와 간부들뿐만 아니라 그렇게 즉자적으로 언론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에요. 그 이야기를 정면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지금 나왔던 기사의 대부분은 기성언론과 기성언론의 채용방식에 대한 문제인데, 그런 내용이 (기사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취업기회의 박탈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그런 상황이 저는 무척 안타깝네요.

- 이번 기획의 주제는 언론사 채용 문제였는데 앞으로도 기자 문화라든지 취재 관행이라든지 한국 언론의 다른 문제점을 다룰 계획이 있나.

글쎄 뭐 기회가 되면요. 기사라는 우리가 쓰고 싶은 것만 쓰는 건 아니고 상황에 맞추어서 가는 거기도 해서요. 언론계 내부의 이야기, 언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중요한 공적 사안이니까 기회나 상황이 된다면 계속 더 다룰 생각이에요.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자면 인턴 제도 관련해서는 6월 중에 저희가 좀 더 구체적인 계획 밝힐 텐데 그 계획을 보면 자연스럽게 인턴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구나, 일반 학생들의 경우에도. 그리고 역시 관행적으로 운영돼 왔던 인턴기자라는 거를 좀 실질적으로, 좋은 기자가 되려는 친구들한테 실제로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노하우 내지는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작은 학교 역할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 내용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제가 조금 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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